어느덧 환갑이 지난 아빠는 시골에 집을 지어 자신의 텃밭을 가꾸고 싶어 한다.
오늘도 귀농의 참된 의미를 거창하게 얘기하며 엄마를 찔러보지만 노동 없는 편한 노후를 소망하는 엄마는 꾸준히 외면한다.
"본인 텃밭이 있으면 얼마나 좋게~ 감자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나 감자 싫어한다."
사실이다. 엄마는 감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옆에서 잠자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난 아빠의 무지함에 코웃음이 뿜어져 나왔다.
'아빠도 참, 하필 감자로 꼬시네.'
상대의 취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회유는 입만 아프다.
이번엔 내 차례다.
"딸아~ 너도 시골 좋아하잖아~ 어때? 생각만 해도 재밌을 거 같지?"
나도 시골의 정겨운 풍경과 냄새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의 로망은 돈 걱정 없이 배달 앱을 누르는 일인 걸? '시골'과 '배달'은 사이가 멀어 보인다.
사실대로 대답하면 아빠는 또 돼지라고 놀리며 혀를 찰게 뻔하기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그냥 삼키기로 했다.
하지만 간혹 "우리 시골집으로 이사 갈까?" 하면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꿈꿔보는 대화는 언제든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