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해야 마땅할 주말 이른 아침, 우리 가족은 분주하게 나갈 채비를 했다.
엄마의 생일을 맞아 성사된 전주 여행을 위해서였는데 형부와 가족이 되고 처음 하는 나들이기도 했다. 여행은 아침 일찍 만나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기에 언제나 설렌다.
우리는 휴게소에 들러 라면 같은 것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배가 고프지 않았던 엄마와 나는 한 그릇만 시켜 나눠먹기로 했다. 한 젓가락 맛보자마자 없던 입맛이 살아났다. 두 명이서 한 그릇이 아니라 세 그릇을 시켰어야 했다. 아쉬움에 마지막까지 젓가락만 빨아댔다.
휴게소를 두 번 들리고 나서야 우리는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8년 전, 어떤 일을 바라거나 무엇을 빌지 않아도 더없이 좋았던 시절에 친구들과 와본 적 있다. 그때도 길거리 음식이 활기를 띄었는데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했다.
아, 페스츄리 붕어빵이 안보이긴 하더라.
사람들은 긴 줄을 기어코 기다려 육전을 사 먹고 말았는데 우리도 그랬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맛은 평범했다. 우리가 지불한 금액은 육전 값이 아니라 여행 기분 값이었던 걸로.
"어제 그 드라마 봤음?"
"나 요새 수영 배움."
"형부, 저번 주에 임장 다녀왔다면서요?"
"저번에 소개팅 들어왔는데 잘 안됐음."
"오늘 뭐 먹지?"
"물갈비가 유명하다던데."
"아빠 커피 마시고 싶다는데."
"갑자기?"
지역 명소의 멋들어진 풍경을 보고와도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나눈 시시한 대화만큼 재밌는 건 없었다.
먼 나라 여행은 아니지만 귤, 커피, 과자 몇 개 챙겨 가까운 곳에라도 다녀오며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오래도록 계속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