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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Dec 07. 2022

[여행] 2월의 러시아 여행, 9화

달빛 아래의 모스크바

 안녕하세요, 도영입니다. 저는 여행지를 가면 이런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합니다. '언제 또 이곳에 올 수 있을까? 혹시 다시는 못 오지는 않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셨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도달하는 결론은 사람들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많은 스팟들을 방문하가 하면, 아쉬운 마음에 여행 중 같은 장소를 여러번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음에 꼭 든 장소라면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그 분위기를 최대한 만끽하고 싶은 법이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2주라는 길다면 긴 시간을 할애하여 방문한 모스크바이지만, 첫 번째 날 방문한 크렘린 궁전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지난번의 여행을 포함한다면 벌써 세 번은 방문한 붉은 광장인데도 말입니다. 해 질 녘 발걸음을 돌릴 무렵 황금빛에 휘감긴 광장이 자꾸 떠오르더군요. 오늘은 제목과 같이, 밤의 붉은 광장을 다시 한번 여행해보고자 합니다.


<달빛 아래의 모스크바>


 지금은 2019년 2월 11일 월요일, 러시아에서의 세 번째 날이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즐거운 일을 할 때면 더욱 빠르게 흘러간다. 이 사실이 해외여행에서 즐거울 시간을 보낼 때면 몇 배는 빠르게 체감된다. 오늘 하루는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붉은 광장을 다시금 돌아보고, 목적지 없이 거리를 걸어보며 저녁에는 친구와 식사 시간을 가지며 하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래도 역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갈 것 같지만 말이다.

 세 번째 맞이하는 모스크바에서의 아침, 호텔에서 보는 창 밖의 새하얀 풍경은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린다면 그것대로 큰 일이겠지만 다행히 여행 동안의 모스크바에서는 눈이 적당히 내려 여행의 즐거움을 더욱 생생히 느끼게 해 주었다. 느긋하게, 질릴 듯 질리지 않는 아침을 먹었다.

 오늘의 목적은 밤의 붉은 광장을 보는 것이었으므로 오전과 오후 시간은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렇다고 마냥 허송세월 하지는 않았다. 간단한 차림새로 호텔 내의 시설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 호텔 내에는 이런저런 액세서리를 파는 상점들이 많았으며, 카페테리아도 있었다. 다만 액세서리 상점의 경우 가격이 싸지는 않았기에, 엽서를 몇 장 구매한 뒤 나머지 기념품 등은 추후 이즈마일로보 시장에서 사기로 했다.

 

 카페테리아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래도 여행인데, 미리 붉은 광장에 가서 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로 외출 복장으로 갖춰 입은 뒤 붉은 광장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기로 했다. 가는 방식은 첫 번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하철과 도보, 그리고 버스. 러시아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던 맥도날드에 들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윽고 붉은 광장에 도착하였지만 아직 날은 밝았다. 원래 쇼핑을 좋아하지 않지만, 다시 한번 굼(GUM)을 방문하기로 했다.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 차 북적거렸으며, 맛있어 보이는 군것질 거리가 많았다.

 이번에는 아이스크림을 한 번 사 먹어 보았는데, 받자마자 줄줄 녹기 시작하여 당황한 나머지 사진 찍을 틈도 없이 빠르게 아이스크림을 처리하는데 집중했다. 군것질거리를 사 '굼 카드'를 받을 수 있었는데, 도장을 전부 채우기는 어려관계로 굳이 받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굼에서 쇼핑한 것을 기념할 겸 쿠폰이라도 받아올 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는 아무리 빠르게 해도 느리다. 그 말이 참 와닿았다.


 굼은 넓었다. 1층부터 천천히 둘러보고 있노라니 유리로 된 천장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우리가 원하는 시간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조명은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고, 굼 구경을 하는 동안 살짝 비가 온 것인지 거리도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어둡지는 않았기에,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에 맥도날드를 들러서인지 러시아의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은 없을지 궁금해졌다. 지도로 검색해보니 붉은 광장 내라고 해야 할지, 멀지 않은 곳에 KFC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러시아의 KFC 라니, 한 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었다. 손님은 매우 많았다. 자세한 가격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매장에 비해 메뉴들의 가격도 싼 것 같았다.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고민한 결과, 통 크게 치킨 버켓을 주문해보기로 하였다.

 1인 1버켓을 주문했는데, 버켓의 양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혼자 먹기에는 충분히 많은 양이었다. 다만 맛은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KFC 치킨의 맛을 생각하고 주문한 것이었는데 너무나도 달랐다. 치킨 옷은 바삭하지 않았고, 미리 튀겨 놓은 치킨의 열기와 수분이 다시금 치킨 옷을 스며들었는지 눅눅한 맛이었다. KFC의 특징인 튀김옷의 물결무늬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원래 음식 맛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편이기에 그럭저럭 먹긴 하였으나, 다른 음식을 먹을 기회를 포기한 만큼 아쉬움은 컸다. 붉은 광장의 KFC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음식점들이 망하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이번 생에서는 가지 않을 것 같다.


KFC를 나오니 해가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붉은 광장 또한 우리가 보고 싶었던 '밤의 광장'으로 변해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아무래도 밤의 붉은 광장을 보고 싶은 사람은 우리만이 아닌 듯했다.

저 거리의 조명들을 낮에 보면 흰색 와이어 줄들이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밤에 보고 있노라면 정말 하늘에 달려있는 별들을 보는 것 같았다. 크렘린 궁전도 마찬가지였다.

 조명과 붉은 색깔의 외벽은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었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안타까웠던 점은 크렘린 궁전이 너무 큰 나머지 휴대폰이나, 챙겨간 DSLR 내에 전체 모습을 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위의 사진만 봐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그때의 풍경이 떠오르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전체 모습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만큼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죽기 전에 기회가 된다면 밤의 크렘린 궁전은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 물론 KFC는 다시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성 바실리 대성당과 굼 또한 아름다웠다. 밤의 붉은 광장은 왠지 낮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정답이었다. 여유가 된다면 붉은 광장은 꼭 낮과 밤마다 각 각 한 번씩 방문해보길 바란다. 스케줄이 타이트하여 한 번 밖에 기회가 없다면 개인적으로는 밤에 방문해볼 것을 추천한다.

 빛나는 광장을 마음껏 즐긴 후, 디마가 퇴근할 시간에 맞춰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하여 약속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곳은 모스크바에 있는 '도쿄 시티'라는 곳이다. 러시아 전역에 퍼져있는 아시아 음식점으로 러시아가 다소 가미된 아시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식당에 도착하여 메뉴판을 보니, 늦게 먹은 점심이 시원치 않았는지 모든 음식들이 맛있어 보였다. 메뉴가 너무 많은 관계로 모든 페이지를 촬영하지는 못했지만 대충 아래와 같이 롤, 초밥, 퀘사디아, 연어 스테이크 등 온갖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참고로 아래 사진 좌측 하단에 보이는 케이크는 러시아의 전통 꿀 케이크인 '메도빅'인데, 케이크에서 벗어나 전 세계 디저트 카테고리를 통틀어 가장 맛있는 디저트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망설임 없이 '메도빅'을 추천해줄 것이다. 다른 꿀 케이크 브랜드인 '말렌카'와 비슷한 것 같지만 맛의 깊이가 다른 환상적인 케이크이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맛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는 다양하게 음식을 주문했다. 지난번 러시아 여행에서도 디마와 함께 도쿄 시티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도쿄 시티의 음식들은 먹어도, 먹어도 계속 들어가는 것이 마치 배가 부른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양이 조금 적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아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해도 다른 식당에 비해 지갑에 타격이 없는 것이 나름의 장점이었다.

 롤, 베이컨 포테이토, 미역국(?), 보르쉬, 고기 양파 볶음 등 사진으로 봤을 때 맛있어 보이는 것은 이것저것 주문했다. 미역국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맛이 낫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렇듯 디마와 함께 여유롭고 푸짐한 저녁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나눴다. 첫 번째 날과는 다르게 여유롭게 보낸 오늘이었지만 역시나, 모스크바에서의 하루는 빠르게 지나갔다.


 러시아에서의 세 번째 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도 두 번에 걸쳐서 나누어 적어보는 것이 어떨까 싶었지만, 기존에 방문했던 장소이기도 해서 빠르게 넘어가고자 합니다. 내용을 축약하여 그런지 이번 포스팅에는 유독 사진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한데, 간접적으로나마 제가 느꼈던 모스크바의 아름다움을 독자 여러분들도 느낄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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