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영입니다. 요즘 날씨가 낮에는 더운 듯하면서도 저녁 즈음이면 쌀쌀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2월의 러시아처럼 하루 종일 추운 것이 차라리 더 마음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교차가 큰 만큼 왠지 목이 칼칼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모두들 건강 관리 유념하시어 건강 지키시길 바라겠습니다.
<반가워, 모스크바(3) - 마지막화>
러시아의 버스는 역시 트로이카를 통해 탑승이 가능하다. 교통카드 제도는 정말이지 편리한 제도인 것 같다. 불편하게 현금을 계속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지하철의 경우 티켓 구매 과정을 줄여줌으로써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트로이카 안에 남게 될 잔액을 고려하여, 적정선에서 금액을 충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전된 금액을 현금으로 변환하는 기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더라도 왠지 복잡한 과정일 듯하여 조심스럽게 충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기념품으로 한국에 가져온 러시아 교통카드에 많은 금액이 남아있다면 매우 아까울 것이다.
저녁 시간대가 조금 지났지만, 은근히 승객이 많았다.
영상으로 다시금 확인하니 많은 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버스를 타고서는 안 나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까지 금방이었다. 바깥 날씨가 굉장히 추웠던 관계로, 친구를 밖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도착 후 머리를 맞댄 세 명의 러시아 친구들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논의하더니, 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대중교통의 맛을 본 뒤에는 더욱 걷기가 힘들어진 관계로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자고 했다. 지하철을 타러 걸어가는 몇 분 정도는 이제 우리에게도 '금방'이 되었다.
밤에도 환하게 빛을 발하는 건물이 있었다.
걸어가는 중에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보였다. 추측하건대, 일종의 공연을 하는 장소인 것 같았다. 무슨 건물인지 러시아 친구들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잘 모른다는 대답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저 외관을 통하여 추측할 뿐이었다. 공간의 활용처는 차치하고서라도 굉장히 매력적인 건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공연장 앞에서 누군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이해하지 못할 러시아 노래였지만 듣기에는 좋았다.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휴대폰으로 촬영을 시작하는 즉시 귀신같은 우연의 일치로 그 누군가는 노래를 멈추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쉬운 마음에 몇 초간 더 촬영을 했지만 노래를 할 기미가 없어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발걸음을 떼자마자 다시 들리는 노랫소리, 러시아 도착 후 첫 번째로 느끼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러시아의 지하철은 대부분이 깊게 지어진 듯했다. 그 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이 에스컬레이터는 끝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왠지 에스컬레이터의 이동 속도도 한국에 비하여 느린 듯 한 기분이어서 시간은 더욱 길게 느껴졌다.
끝이 보이지 않은 에스컬레이터.
이동 후 도착한 곳은 시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동네였다. 이동하기 전의 지역은 문화생활이나 여러 사람들이 만나 즐겁게 놀거리가 많은 곳이었다고 한다면, 새롭게 이동한 동네는 주택가가 많이 보이는 곳이었다.
놀이터도 보이고 불 켜진 집도 보이는 것이, 일종의 아파트 단지인 듯했다. 시간이 꽤 늦은 터라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해외는 해가 지고 나면 사람들은 모두 집에 들어가는 편이다. 특히,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놀고 있는 동네는 부자 동네이거나 치안이 아주 뛰어난 동네인 것이다. 해당 거리는 잘 모르겠지만 평범한 러시아의 거리인 듯했다. 이런 풍경들을 보면서 약 15분 정도를 걸어가니, 사진에 보이는 건물들처럼 생긴 곳 중 한 군데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안에는 허름한 엘리베이터가 하나 있었는데, 성인 다섯 명이 겨우 탈 정도로 작은 크기였다. 그렇게 해서 올라갔더니 해당 펍은 미성년자를 동반하고서는 출입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아쉬움에 돌아가려는 찰나,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자고 제안하여 이름 모를 술집 앞에서의 발도장을 남겼다. 기념사진은 얼굴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어 우리와 러시아 친구들의 초상권을 지키기 위해 업로드는 나중으로 미루려고 한다.
이후 이동은 확실하게 안나가 통과될 수 있는 증명된 장소로 향했다. 확실한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신다면, 해당 장소는 이미 안나가 가봤던 곳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 하나 없다고 했다. 장소 변경을 위해 지금까지 왔던 길을 돌아서 다시 역으로 돌아간 다음, 안나를 처음 만났던 약속 장소로 다시 돌아갔다. 거기서부터 다시 걷기 시작했다. 러시아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면 많이 걸을 것을 염두하여 편하고 따뜻한 신발을 준비해두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 풍경 하나만큼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밤이 꽤 늦은 시각이었지만 얼어붙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까 한 말을 빌리자면 아무래도 꽤나 안전한 동네인 듯했다. 물론, 예외는 언제나 어디서나 있을 수 있으니 여행 시에는 항상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번에는 꽤 많이 걸었다. 아마 30분 정도 지났을까, 발바닥이 시큰거리기 시작했지만, 러시아 친구들은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정말 잘 걷고 있었다. 러시아인들이 날씬한 이유는 어쩌면 추위 때문이 아니라, 생활화된 걷기 운동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릴없이 러시아 친구들의 뒤를 쫓아 도착한 동네, 어두운 거리를 지나자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차림을 한 남녀가 보였고 그 뒤로 건물의 비상계단처럼 보이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 끝에는 검은색의 철문이 있었는데, 해당 문을 열고 들어오니 철문 맞은 편의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들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좋지 않은 곳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나의 순박한 러시아 친구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걱정했던 장소는 아니었고, 시대를 앞서간 인스타그램 감성의 펍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붐비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앉을 장소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각자 흩어져서 자리를 찾았지만 눈에 띄는 자리가 없어, 지나가는 종업원을 붙잡고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만석이었다. 두 번째 실패, 세 번째 장소를 찾거나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러시아에서의 첫 번째 날, 당연히 포기는 없었다. 안나를 동반하고 다시금 저녁을 먹었던 '마켓 플레이스'로 돌아갔다.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저녁 먹을 당시만 해도 일부 웨이팅을 했다는 점이었다. 마켓 플레이스 또한 사람들이 가득 차있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웨이팅을 해도 쉽사리 자리가 나지 않을 것 같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세 번째 연속 실패였다. 러시아 친구 세 명이 머리를 열심히 굴리더니 근처에 있는 가게 하나를 떠올린 듯했다. 거기는 밤늦게까지 운영하고, 자리도 많으니 아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처음부터 갔으면 좋았겠지만, 좋은 장소를 소개해주기 위해 노력한 친구들에게 굳이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았다.
거리의 야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새롭게 도착한 곳의 이름은 'Завтракис&оо'라고 하였는데 안에는 각종 문화권, 이를 테면 아시아, 러시아, 미국식 요리들이 모여있는 푸드코트 형식이었다. 한국식 발음도 적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무리 들어도 정확한 발음을 표기하기가 쉽지 않아 러시아어 그대로 표기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건물은 총 총 3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1층에는 각종 요리들이 있었고, 지하 1층은 음료와 주류를 중점으로 파는 곳이었다. 2층은 1층의 계단을 통해서 올라갈 수 있었으며 1층만큼 많은 가게들이 있지는 않았지만 1층의 테두리를 따라 요리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일부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였다.
처음 들어섰을 당시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서 이번에 실패하게 된다면 그냥 호텔로 돌아가서 잠을 청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러시아 친구들이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많은 대신 자리도 그만큼 많이 구비되어 있어 빈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지하에 자리를 잡았는데, 주류를 판매하는 곳도 많았기 때문에 딱 적당한 자리로 잡은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자리를 맡고 난 뒤, 마켓 플레이스에서 처럼 디마는 자리를 지키고 나머지 친구들은 각자의 음식을 주문하러 갔다. 힘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고생한 러시아 친구들을 위해 간단한 술 한 병을 사주고 싶어서 매장을 돌아다녔다. 또한 연어가 들어간 요리를 만드는 곳이 있었는데, 러시아의 연어 요리는 어떨지 궁금하여 구매해 보았다.
요리를 받아 보니 파인애플의 달달함과 간장의 짭조름함 그리고 연어가 어우러진 음식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엇인가 싶었지만, 한국에서 먹는 찰기가 있는 쌀을 사용한 밥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맛있었다. 음식 맛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한 뒤, 추가적으로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열심히 메뉴들을 살피고 있는데, "Korean Food"를 만드는 곳이 있었다. 원래 해외여행을 가면 현지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이지만, 러시아 사람들이 만드는 한국의 요리 또한 너무나도 궁금했다. 메뉴는 '잡채'를 골라 시켜보았다. 주문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한 가지 있는데, 요리사들은 중국인이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잡채는 아니었다. 일단 당면이 아닌, 메밀로 만든 면이 들어있었다. 이 부분에서 이미 잡채가 아니다. 간장을 베이스로 하고 있었고, 고명도 나름 색감을 주기 위해서 이것저것 사용했다. 고명들의 경우 한국의 잡채와 비슷하여 반갑긴 했지만 가게 이름이 "Korean Food"인 것에 비해서 나오는 요리는 국적이 불분명한 요리였다. 중국인들이 러시아에서 만든 한국 음식이라니. 다른 요리들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았는데, 러시아인들이 이 가게를 통해서 한국 음식을 접한 뒤 철석같이 한국 음식을 먹어보았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되었다. 실제로 러시아 친구들도 이게 한국 음식인 줄 알고 있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 한 번 디마가 한국으로 와서 한국의 진짜배기 음식들을 배불리 먹여주겠노라 생각했지.
음식들을 잔뜩 가져온 뒤 가볍게 술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은 보드카가 아니라 가볍게 애플 사이다를 마셨다. 앞으로의 여행 코스에 대해 충고를 들으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하지만 우리의 안나는 아직 미성년자였기에, 너무 밤늦지 않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건물에서 나왔다. 마침 저희가 마무리를 지으려 하자 가게들도 반 이상 문을 닫은 상태였고, 모두들 퇴근하려는 분위기였다.
가게 밖으로 나온 우리는 서로에게 인사를 한 뒤 각자의 집으로 Yandex Taxi를 타고 떠났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구석구석을 여행한 첫 번째 날은 마무리된다. 사실, 이동했던 장소들 중에서 일부 지역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며칠에 걸쳐서 방문해도 됐을 만큼 아름다웠던 곳이었다. 그런 장소들은 기억해놓았다가 이후 기회가 될 때 다시 한번 방문해보고자 한다. 생각보다 많이 걸었던 러시아에서의 첫 번째날, 걸어 다니느라 다리가 많이 아팠을 텐데 모두들 충분한 휴식으로 피로를 풀기로 하자. 러시아에서의 두 번째 날을 위해서.
러시아에서의 첫 번째 날은 체력적으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상태라 그런지, 터무니없이 많은 이동과 스케줄을 계획한 것 같습니다. 러시아 친구들의 본업으로 매일 가이드를 해줄 수 없으니, 같이 다닐 수 있을 때 많이 가보자 라는 생각을 한 것도 일부 있는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이번처럼 러시아 친구들이 항상 가이드를 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주 포스팅에 언급될 예정이니 아쉬워하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상으로 러시아에서의 첫 번째 날, <반가워, 모스크바> 편을 마치고 이어지는 내용으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