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부작용
1차 항암 중에서 가장 악명 높다던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3일 내내 맞으면서도 밥도 잘 먹고 화장실도 제 집처럼 들락날락거려서 난 항암이 체질인 줄 알았다.
이게 웬걸...
진정한 부작용이 조용히 모습을 숨긴 채 마지막 휴가를 즐기라는 듯이 주말 동안엔 가만히 있다가 월요일부터 속이 많이 안 좋아졌다.
항암 하신 분들의 수기를 공무원 시험 시작하려 볼 때만큼이나 찾아보며 읽은 결과 최대 공통점이 숙취 같이 머리가 지끈 거리며 속이 울렁거려 섭취를 잘 못 해 기력이 빠지고 체중이 급격하게 빠진다는 거였다.
그도 그럴게 무려 암을 죽이고 줄이는 약물이니 얼마나 독하겠는가.. 표적 치료제로만 치료가 안 되고 정상 세포까지 죽이면서까지 암세포를 죽이는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항암 치료는 우리를 말라 비틀어가게 하기에도 충분했다.
물조차도 섭취가 힘드니 극도로 예민해졌다.
온종일 숙취 같이 머리가 울렁거리고 속은 뒤집어지고 있으니 몸은 지칠 대로 지쳤다.
그러다 저절로 손가락이 브런치로 향했다.
화면을 켜고 천천히 내 상태를 온전히 적어냈다.
신기하게도 증상은 완화가 되더니 이윽고 편안해졌다.
오래전부터 무언갈 쓰는 행위를 좋아했다.
말 그대로 쓰는 행위 자체.
잉크나 흑연이 종이 질감에 달라붙어 바르게 펴지면서 묻어나게 하는 그 행위 자체를 좋아했다.
그 행위와 오랫동안 남아 다른 누군가도 두고두고 볼 수 있는 글자들의 조화로운 이 매력에 나는 빠졌다.
항암의 부작용마저도 씻어낼 수 있게 글을 쓸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함이 든다.
지치고 힘들수록 내 글은 더욱더
많아질 것이고
짙어질 것이다.
이 글이 단순 개인의 출사표 같은 항암 투병기일진
몰라도 내가 그랬듯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버틸 힘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거나 위로가 되길 바랄 뿐이다.
삶에서 자기 사용 설명서를 찾는 건
늘 자기 자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