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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쉬땅나무 Oct 23. 2023

새로운 공항, 새로운 호텔

'누구나 한 번쯤'-튀르키예(이스탄불) 4, 5편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17일 차 1/ 16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날. 계획했던 것들을 다 봤기에 남은 여행을 위해 이번에도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조식을 먹고 올라와 간단하게 디저트로 boris'in yeri에서 꼭 먹어야 되는 것 중 못 먹었던 바르 슈트를 먹으러 가보았다 이번에는 날씨가 따뜻해서 백종원 님이 앉으셨던 야외좌석 그 자리에 앉아보았다


바르 슈트는 꿀을 넣은 따뜻한 우유였는데 우유의 비린내도 안 났고 꿀이 들어갔지만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았다 딱 카이막과 먹었으면 더 맛있었을 거 같았지만 배가 불러서 간단하게 우유만 마시고 왔다


숙소를 향하는 언덕을 오르며 뒤에 바다도 다시 한번 보고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쉬다가 늦은 점심쯤 전에 먹었던 한식집 '서울정'에 가서 한식을 먹기로 했다 맛있었던 제육볶음을 먹고 그 힘으로 내일 이동을 위해 짐을 쌌다


짐이 진짜 많아서 한숨을 쉬며 어떻게 테트리스를 완성시킬지 고민하는데 짐이 얼마 없는 친구의 눈에는 내가 너무 재밌어 보였는지 계속 사진을 찍으며 짐 싸는 기술에 감탄을 했었다

재밌게 짐을 싸니 어느덧 저녁시간이 넘어있었다 짐 싸기에 힘들어 잠시 쉬며 내일 이동거리를 보고 몇 시에 일어날지 찾아보고 있는데 문뜩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한국에도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이 따로 있고 대부분의 국내선은 김포에서 타듯이 이스탄불도 설마 공항이 두 개일까?라는 의문점이었다


당연히 이스탄불 공항이겠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내일 비행기표를 찾아봤는데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이스탄불도 국제선과 국내선 공항이 따로 나뉘어 있었으며 내일 탈 비행기 노선은 국내선이었기에

사바하괵첸 국제공항으로 가야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숙소에서 공항까지는 예상했던 시간보다 거리가 있었으며 오전 비행기라 차도 없었다

순간적으로 뇌가 정지되었다 친구와 나는 지금 출발해서 공항에서 노숙까지 할 생각을 했지만 혹시나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1층에 내려가 호텔 관리자분께 여쭤보기로 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사바하괵첸 공항으로 내일 일찍 출발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지인분 중에 도와주실 분이 있다고 말해주셨다 연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있었는데 그분이 우리에게 같이 저녁을 먹거나 차를 마시자고 권하시는 것이었다 나와 친구는 당황하기도 했고 영어를 잘 못 알아들어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그냥 괜찮다고 말하며 서둘러 방으로 올라갔다


근데 친구와 나의 의견이 갈리면서 혼돈이 생겼다 친구는 같이 밥을 먹자는 말이 아니었다였고 나는 맞다 쪽으로 갈렸다 튀르키예분들은 어디를 가던 차를 권하는 문화가 있는데 거절하면 실례가 되는 행동이라고 했다

평소에 안녕하세요라고 친절하게 인사해 주신 분께 우리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한 거 아니냐며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것도 아닌 거 같아서 어찌할 줄 모르며 발만 동동 굴렀다


이 상황에 우리의 선택이 맞았던 건지 알기 위해 친구의 동기언니 중 튀르키예에서 살았던 분께 물어보겠다며 연락을 했는데 그 언니분은 무례하지 라는 답변을 하고 몇 시간이나 답장이 없으셨다

이때 우리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적으로 멘털붕괴가 왔다 계속 답장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서 급기야 친구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튀르키예분들께 묻기까지 했다

다행히 그분들 다 한국어를 잘하셔서 상황을 설명하고 거절을 했다고 말했는데 튀르키예분들이 잘했다고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위험하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제야 긴장되었던 몸에 힘이 풀렸다


튀르키예분들은 시리아 사람들도 튀르키예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 사람이 시리아 사람일 수도 있으니 낯선 사람은 절대 따라가면 안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 뒤로도 그분들과 주의해야 될 문화가 있는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그 동기언니도 답장이 왔다 무례하다고 한 대상이 우리가 아니라 그분이라고.

잘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말한 점이 무례한 거라고 알려주었다 쫄보였던 친구와 나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제야 너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근데 하필 내일 이동비용을 내려면 돈을 더 뽑아와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지금 안 나가면 시간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내려가기로 했다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바로 관리자분이 앉아계시는 곳으로 내리기 때문에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미션임파서블처럼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관리자분이 계신지를 확인하는데 다행히 근무조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있어 다른 분이 계셨다 조심스러웠던 몸을 자연스럽게 피며 그분께 인사를 하고 나갔다 올 수 있었다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18일 차 1/ 17




|카파도키아



혼란스러웠던 밤이 지나고 이동을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이스탄불을 떠나 카파도키아로 가는 날이었고 사바하괵첸공항에서 카이세리 공항으로 이동하게 된다 준비를 하고 내려가기 전에 혹여나 그 관리자분을 또 만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빨리 차에 타면 되니까 이번엔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다행히 새벽시간이라 오후 관리자분이 아직 근무 중이셨고 나와 친구는 무사히 그곳을 떠나 공항으로 갈 수 있었다 오전 8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카이세리로 출발했다



오전 9시 50분. 카이세리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밖으로 나갔는데 고산지대이다 보니 온도가 이스탄불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이곳은 카파도키아에 위치한 괴레메인데 관광지와 호텔이 있는 곳과의 거리가 꽤 있었기 때문에 미리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 놨다  

카파도키아에서 지내게 될 호텔은 그동안의 숙소 중에서 제일 비싼 곳이었다 새롭고 신기한 곳에서 묵고 싶어서 좋은 곳으로 예약을 했었고 카파도키아에서 기대되는 일 중 하나였다


호텔 이름은 '히든 케이브 호텔'이었다 체크인을 하며 하고 관리자분께서 방 위치를 알려주러 같이 가셨는데 계단을 올라가야 방이 나왔고 관리자 분이 케리어를 들어주셨다 친구 케리어는 가벼웠지만 내 것은 거의 30kg 가까이 되었기에 very very heavy를 반복하며 내가 들어도 된다고 했지만 감사하게도 끝까지 들어주셨다 너무 죄송스러워 사과를 드렸는데 괜찮다고 하셨지만 얼굴과 귀가 엄청 빨개지신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 호텔이름처럼 방안은 동굴 안에서 묵는 콘셉트로 되어 있었다 화장실이며 침대며 친구와 서로 돈 쓰길 잘했다며 사진을 찍어 같이 오지 못한 친구들에게 보내주었다

너무 좋은데 한 가지 단점은 동굴콘셉트에 너무 충실해 불을 켜도 어두운 점이었다 그 점 빼고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출처- 아고다
출처- 아고다

간단하게 짐을 풀고 좀 쉬기로 했다 짐을 푸는데 여행 완전 초반인 체코에서부터 함께해 온 마르렌카 상자가 계속 구겨지고 찢겨서 매번 "오 내 마르렌카...!!" 하며 안타까워하는 웃픈 상황이 있었다

근데 이곳 카파도키아에 오니 고산지대라 훼손되다 못해 부풀어 오른 것이다

친구는 매번 내가 마르렌카를 아끼는 상황을 보며 웃었는데 부풀어 오른 것을 보고 크게 웃었다 그 정도면 먹으라고 했지만 한국에 가면 먹고 싶었기에 그러고 싶진 않았다 웃기고 어이없는 상황에 어찌하면 좋을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그 작게 싸 온 짐에서 박스테이프를 꺼내었다

짐도 얼마 없으면서 박스테이프를 가져온 게 너무 웃겼는데 너무 도움이 되었다 나는 바느질세트를 가지고 와서 테이프를 붙여 바늘로 구멍을 나의 마르렌카가 터지지 않고 공기를 뺄 수 있었다   

마르렌카 덕분에 재밌는 추억이 하나 또 생겼다

그리고 이곳에 오기 전에 또 하나의 부푼 김치는 다 해결하고 와서 다행이다

고산지대라 부푼 마르렌카


카파도키아는 이동하기 어려워서 2박 3일 동안 다 투어상품을 예약해 놓았다 오늘은 간단하게 프라이빗 야경투어를 신청했는데 개인적으로 코스를 만들어 투어를 시켜주는 상품이었다

원래는 한국어가 가능하신 분으로 예약을 했는데 아프셔서 영어가 가능한 친구에게 부탁했다고 연락이 왔다

 

17시에 픽업이었기에 그것보다 조금 일찍 나가 호텔 관리자분께 가서 내일 날짜로 벌룬투어도 신청했다

픽업을 기다리고 있을 때 어떤 덩치 있으신 남성분이 오셔서 내 이름을 말씀하셨고 그분의 차를 타고 카파도키아 투어를 시작했다


첫 번째 코스는 우치히사르 성채가 보이는 곳으로 갔다 직접적으로 성채에 올라가진 않았고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을 비슷하게 볼 수 있는 장소였다 아쉬운 점은 날이 흐려서 색감이 옅은 마을이라 좀 더 흐리게 보인 점이 아쉬웠다 사진보다는 실제로 보았을 때 카파도키아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괴레메 파노라마였다

우치사이르 사이의 계속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기암괴석들의 모양이 저마다 다르지만 이곳에 전체적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진짜 장관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빚어진 기암괴석과 신비로운 지층은 하늘과도 조화를 이루며 지금 꺼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관을 보여주었다 너무 신기했다



지금껏 멋지고 새로운 곳을 가면 항상 가족과 친구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어서 보여주었는데 여기도 걸 수밖에 없는 전경이었다

그럴 때면 친구가 웃기다며 내가 통화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기도 했으며 같이 서로 다른 친구에게 전화해 네 명이서 영상통화도 하곤 했다


이곳을 본 뒤 다음 장소로 가는 길에 흙길을 지나가며 흙 언덕도 올랐는데 사막에서 오프로드를 타듯 스릴 있게 운전을 해주시는 가이드님 덕분에 친구와 나는 한 껏 기분이 더 좋아졌다

그 차를 밟고 올라서라고 하시며 사진도 찍어주셨다



이렇게 즐기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졌는데 이 프라이빗 투어를 신청할 때 저녁도 같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녁으로 먹게 된 건 이곳 카파도키아에서 유명한 ‘항아리 케밥’이다 항아리 케밥은 말 그대로 항아리 안에 케밥을 넣고 그대로 가열해서 만든 것인데 먼저 찍을 거냐고 물어주시며 찍을 준비가 되니까 항아리를 깨 주셨다


케밥이 생각보다 좀 짰지만 그래도 같이 나온 샐러드나 다른 음식들과 같이 먹으면 조화롭게 잘 어우러졌다 항아리 안에 케밥을 넣은 것은 정말 신박했다 눈도 맛도 즐거운 저녁식사였다


한국의 스프라이트와는 맛이 다르며 훨씬 맛있다(레몬맛 느낌)


저녁 후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할 시간이 생겼다 가이드님이 우리 사진도 찍어주시고 장난도 걸어주시고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조카들 놀아주는 삼촌 같은 느낌이었다

야경이 보이는 다리 위에서 멋있다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둘이 서보라며 사진도 찍어주셨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 카파도키아의 야경 구경하기!

이곳은 가이드님이 잘 아시는 곳인데 보통 관광객들은 다른 곳을 찾지만 여기가 사람도 없고 더 잘 보이는 명소라며 데려가 주셨다


카파도키아는 대부분 창문이 작고 많이 있는 형태의 건물들이었다 그 안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길에 있는 가로등의 빛까지 합쳐져 자연과 어우러지는 야경을 볼 수 있었다



프라이빗 투어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짐 정리를 하고 씻으며 둘 다 연신 숙소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침대가 킹사이즈랑 싱글 이렇게 두 사이즈가 있었는데 어차피 2박 3일이라 둘이 한 번씩 킹사이즈를 사용하기로 하며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친구가 먼저 자기로 했다


카파도키아가 이스탄불과는 확연하게 날씨가 추워서 그동안 안 쓰던 취침용 마스크를 쓰려고 찾아보았는데 없는 것이다!? 뭐지 싶어 짐을 다 뒤져보았는데 나오지 않았고 혹시 먼저 간 친구에게 마스크를 보았는지 물어보았다 친구가 아! 하며 빈 숙소에서 이불 사이에 있어 내가 보지 못했던 마스크를 주인분이 발견하셨고 마스크라 위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셔 수건에 감싸서 친구에게 전달해 주셨다는 말을 들었다 다시금 빈 숙소가 떠오르며 너무 감사했고 마스크는 한국 가서 친구에게 받기로 했다

그렇게 작은 소동이 마무리되고 이른 아침부터 길었던 하루도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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