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좀쉬땅나무 Oct 30. 2023

버킷리스트를 실현시키다

'누구나 한 번쯤'-튀르키예(카파도키아) 1편


19일 차 1/ 18





|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


아직은 해가 떠오르지 않은 깊은 새벽.

하루를 시작하는 알람 소리가 울렸다 잠이 덜 깼지만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가 숙소 앞에서 픽업.

도착한 장소는 허허벌판이라 차가운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몸이 오들오들 떨리며 대기하는 시간에 준비해 준 코코아를 마셔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한 팀, 두 팀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이자 언젠가 어릴 적에 버킷리스트라는 영화를 보고 무심코 소망을 담아 적었던 나의 버킷리스트, 벌룬투어를 하는 날이다!

벌룬 투어는 날씨가 좋아야 할 수 있어서 예약 당시에도 당일에 취소가 될 수 있다고 했었다

운 좋게도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어 뜨지 못했던 벌룬이 오늘은 뜬다고 했다!

불의 들숨과 날숨에 벌룬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 그 속의 불이 더 밝게 빛났다



그렇게 하나 둘 부풀어 오른 벌룬은 어느덧 거대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탑승을 시작하였다 벌룬 내부의 정원은 약 20명 정도로 많은 인원이 한 번에 올랐다 여전히 춥고 바람은 찼지만 기대와 설렘은 멈출 수 없었다

여행계획을 짤 때부터 이날을 위해 미리 돈을 빼두었고 카파도키아에 오자마자 호텔 관리자분께 물어 예약을 했던 기다림의 순간이었다 내가 탄 벌룬은 탑승 중이었지만 이미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것도 꽤 보였다



그렇게 날아오른 벌룬! 처음에는 아직 높이 올라가지 못해 부딪칠 거 같이 낮은 고도로 출발을 했다 앞서 올라간 다른 팀은 이미 저 높이까지 올라가 있었고 얼른 저 하늘 위로 올라가 풍경을 보고 싶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주변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점점 더 높이 하늘과 닿을 것만 같은 고도까지 올라간 내 눈앞에 펼쳐진 하늘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주변을 가득 메우던 어둠사이로 날이 점점 밝아지면서 해가 붉게 타올랐다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어 가족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이었는데 첫 화면이 멋있는 일출이라 다들 보자마자 감탄을 했다 

나만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게 아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눈앞의 풍경은 많은 생각들을 사라지게 했다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던 하늘에서의 일출.  

여행을 오지 않았다면 경험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겪으며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사라졌다



날이 밝아 오르니 더 잘 보이는 카파도키아만의 특징적인 지형들과 바위.

어제 보았을 때는 정말 엄청 컸었는데 하늘에서 보니 마냥 작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 특징직인 지형과 질감들을 한눈에 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친구는 무섭다며 주저앉았지만 나는 무서움 보다 행복함이 앞서 있었다 그런 친구는 고맙게도 인생샷을 남겨주었다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사진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벌룬투어는 약 30분가량 하늘을 난 뒤 서서히 착륙 지점으로 향했다 픽업과 투어가 패키지 상품이었는데 마지막에 무알콜 샴페인을 따며 파티 느낌의 즐기는 시간도 있었다



멋졌던 투어와는 달리 그 시간은 그리 달갑진 않았다 팁 박스를 두며 계속 음료와 음식을 권하였고 다음 투어도 예약되어 있어 서서히 시간이 다가오는 상황이지만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 나와 친구가 시간을 보며 불안해하고 있을 때 옆에 외국인 언니 두 분도 우리와 같은 상황이었다

셔틀기사님께 정중하게 지금 가야 된다고 언니들과 같이 말씀드렸고 기사님도 길어진 파티에 약간 난감하신 표정이 보이셨다


그렇게 10분 뒤, 드디어 출발한 버스. 하지만 모두를 호텔 앞까지 내려줘야 되기에 시간은 점점 흘러만 갔고 돌고 돌아갔기에 걸어서 호텔을 갈 수 있는 지점에서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 투어까지 15분 정도 남은 상황에 현 위치에서 호텔까지 도보로 약 10분은 걸렸기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시는 기사님께 너무너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버스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카파도키아는 언덕도 많고 높았기에 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예상 10분보다 훨씬 더 걸려 아슬아슬하게 호텔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버스는커녕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시간이 지난 상태라 벌써 왔다 갔으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관리자분께 여쭤봤더니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하셨다


마냥 밖에서 기다리기엔 추운 날씨이고 게다가 아침 일찍 움직여 배도 고팠기에 우선 조식을 먹기로 했다 최대한 간단하게 시리얼을 먹으며 계속 밖을 예의주시 했다 혹여나 버스를 놓칠까 봐 

다행히 간단한 아침식사가 끝나갈 무렵 버스가 왔고 서둘러 나가 탈 수 있었다 





|레드투어


그렇게 시작된 오늘의 두 번째 투어는 레드투어이다

레드투어는 비교적 가까운 카파도키아 근교를 돌아보는 코스이며 10명 정도의 인원과 한국어를 너무너무너무 잘하시는 튀르키예 가이드님과 함께하였다

픽업이 늦어진 이유가 벌룬 투어가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 뒤에 투어가 조금씩 밀렸다고 하셨다


가이드님은 한국에서 살다 오셔서 같이 투어를 하는 어른 분들이 지역 얘기를 하면 다 어딘지 아신다고 할 정도였다 한국말도 너무 재미있게 잘하셔서 시작이 좋았다


처음 방문한 곳은 파샤바 계곡이다 이곳은 버섯 바위들이 마치 스머프 집처럼 생겨서 스머프 마을이라고도 불리며 실제로 이곳의 독특한 버섯 바위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스머프 만화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어느 정도 구경하고 나니 몸이 너무 추워서 자유시간에 카페에 들어가 핫초코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 핫초코는 아직도 생각나는 맛이다 아마 이때 따뜻한 걸 안 마셨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몸을 녹인 뒤 기념품을 구경하는데 너무 예쁜 카파도키아와 어울리는 벳지와 어김없이 지역 명이 적힌 마그넷도 함께 구입했다 몸이 녹았다고 터키 젤라토도 사 먹었는데 여기서는 사장님이 장난스럽게 콘을 계속 뺏지 않으시고 한 두 번 한 뒤 바로 주셔서 오히려 더 웃겼다


                                   악마의 눈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파란 바탕에 눈처럼 생긴 장식들이 기념품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가이드님께 여쭤보니 '악마의 눈'이라는 것으로 이름과는 달리 튀르키예의 행운의 부적이라고 많은 분들이 튀르키예에 오시면 꼭 사가시는 기념품이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안 사 왔나 싶은 약간의 후회가 남는다)


다음으로 간 곳은 괴레메 야외박물관이다 이곳에서도 처음에는 단체로 설명을 듣고 개인 자유시간을 가졌는데 관광지다 보니 다른 투어 팀들도 되게 많았다 그러다 눈에 띈 두 사람!

새벽에 같은 팀에서 벌룬 투어를 하고 늦어질 거 같아 출발해야 된다고 같이 말했던 그 외국인 언니 두 분이었다! 서로 알아보고 너무 반가워했지만 언어의 장벽 때문에 인사만 하고 헤어져야 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오늘 이 레드투어는 파샤바 계곡- 괴레메야외박물관- 아바노스마을- 데브렌트(낙타바위)- 가족바위-우치사르성-러브벨리 코스로 진행되었다 아바노스 마을에서는 튀르키예의 도자기를 볼 수 있었고 직접 만드는 체험도 한 명 뽑아서 했는데 친구가 해보고 싶다며 자신 있게 체험도 했다 


카파도키아는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이 많았는데 오전에 보았던 버섯바위 외에도 낙타모양의 바위와 가족이 함께 있는 듯한 바위까지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신기한 바위들이 많았다 

가족분들끼리 오시면 보통 가족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나는 낙타바위와 인증숏을 찍어보았다 


낙타바위 인증샷                                                                            출처-스투비 플래서(가족바위)


오늘 투어에도 우치사르성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어제와는 달리 내부에 들어가 올라갈 수 있었다 바위를 깎아 만든 동굴 같은 곳을 올라가 밖으로 나오니 어제와는 풍경이 또 다르게 보였다 

이번에는 눈앞 곳곳에 솟아오른 바위를 깎아 만든 많은 집들을 볼 수 있었는데 카파도키아에 바위가 많아 지형에 적응해 나가며 주거환경을 만든 사람들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열심히 감상을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뒤에서 웃으며 앞에 있는 바위 모양이 오늘 내가 쓴 모자 모양과 똑같다며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다 


투어를 통해 어제와는 다른 카파도키아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같은 팀으로 다니시는 분들도 너무 좋았었다 특히 친구 네 분과 한 분의 가족까지 총 여섯 분의 일행이 기억에 남는데 친구와 내가 예쁘다며 먼저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서보라고 하셔서 멋진 사진을 얻었다

교통이 어렵다는 후기를 보고 2박 3일 동안 투어를 신청한 것인데 확실히 지형이 높고 교통이 그렇게 발달되어있지 않아 투어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개인적으로 다니기 어려웠을 코스들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고 바깥에 나가 물을 살 겸 근처 슈퍼에서 튀르키예 아이스크림도 먹어보고 간식을 사는 시간도 가졌다

내일 저녁에 야간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짐을 쌌다 이제는 테트리스도 너무 가뿐하게 하며 짐 싸기의 달인이 된 듯하다 특히 겨울 옷이 많이 두껍다 보니 압축팩을 가져왔는데 점점 실력이 늘어서 친구가 나를 보며 압축팩 광고를 해도 되겠다고 했다

그렇게 소소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오늘은 내가 킹사이즈 침대에 자게 되었다


이전 15화 새로운 공항, 새로운 호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