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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Jul 11. 2023

연극 <리어왕>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위대한 비극

공연 기록

2023/06/03(토) 15:00

LG아트센터 SIGNATURE홀

OP구역 1열

200분 (인터미션 15분)

79,200원 (조예할)


리어왕 이순재

고너릴 권민중

리건 서송희

코딜리아 지주연

올바니 공작 임대일

콘월 공작 염인섭

글로스터 백작 최종률

에드가 김현균

에드먼드 김선혁

켄트 백작 박용수

오스왈드 김인수

광대 길지혁


엘아센이 선릉에서 마곡으로 이사한 후 세 번째 방문이었다. 한 시간을 꽉 채우는 거리지만, 좋은 공연을 많이 올려줘서 좋은 것 같다.

특히 오늘처럼 3시간이 넘는 공연이면- 하루 반나절 이상, 7시간 정도를 소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운이든 감동이든 아쉬움이든, 엘아센에서 공연을 본 후 느끼는 감정이 더 오래가는 것 같다.


오늘 공연은 하위 5위 안에 들 정도로 별로였다. 기대를 많이 하고 그런지 꽤 실망스러웠다.


일단 엘아센은 음향 문제 심각하게 잡아야 한다. 뮤지컬 봤을 때도 물에 잠긴 듯한 음향 때문에 배우님들 목소리가 너무 울려서 실망했는데, 연극에선 그게 더 심했다. 대사가 너무 안 들린다.


엘아센은 등받이가 낮은 의자도 불편하다. 예당이나 세종, 샤롯데는 목까지 올라와서 굉장히 안락하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연출인 것 같다.


대본


셰익스페어의 특유의 문체는 하나도 없었다. 그 문체에서 오는 감동이나 오싹함은 없더라도, 적어도 그 클래식한 우아함은 있길 바랐다. 작년 연극 <햄릿>은 심지어 배경이 현대였는데도, '고전'의 아름다움이 완벽히 녹아들어 있었다.


이번 <리어왕>은 스스로 ‘전통’이라면서 개연성 없는 이상한 농담과 어색한 액션에 상당한 거부감이 들었다.

이건 개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이상한 농담을 너무 많이 섞어서 안 그래도 몰입이 바사삭 깨지고 있는데, 옆에서 뒤에서 계속 웃는 바람에 심각하게 봐야 하는 정극인지, 가볍게 볼 수 있는 극인지 이게 무엇인지 마음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 뭐.. 왜 이런 웃기지도 않는 드립을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뭐 연출진에서 어떠한 이유로 이런 대사를 썼고, 그렇게 의도적인 농담엔 웃을 수도 있다고 백번 이해해 보자. 그런데 극을 모르는 것인가... 왜 안 웃기고 심각한 포인트에도 웃음이 터지는지는 진짜 모르겠다.

 

고전이 고전답지 못하니 극 자체가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다.


발성과 연기


음향의 문제지만, 정말 안타깝게 발성에도 문제가 많았다. 발음도 잘 안 들리는데, 연기하는 느낌보다 외운 대사를 실수 없이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이는 느낌마저 받았다. 다들 무대 경험이 많이 없으신 건지, 아직 몸이 덜 풀리신 건지 - 몸 쓰는 것도 어색했다. 몇 분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충격적인 무대는 오랜만이었다.

 

특히 코넬리아, 학예회와 국어책 정도의 충격이었다.

켄트 백작을 연기하신 배우님은 매번 대사를 하실 때마다 문장의 끝을 올렸다 내리는데, 첨엔 괜찮다가 인식하고 나니 공연이 끝날 쯤에는 약간 노이로제가 생겼다 ㅜㅜ


의상과 무대


의상.. 역시 허접하다. 특히 저렴하게 보이는 보석이 매우 드문드문 붙어 있고, 빛에 반사돼 번쩍거린다. 그리고 망토… ㅜㅜ 식탁보처럼 생긴 천.. 그냥 천.. 진짜 그냥 천.. 어렸을 때 보자기 뒤집어쓰고 망토 놀이한 거랑 비슷한 재질처럼 보였다.


의상이 시대상을 반영했다고는 하나, 그럼 무대 세트는 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인 것인지 이것도 잘 모르겠다. 무대가 비어 있을 수 있고 그래도 좋으나, 전체적으로 무대와 의상의 이질감이 상당히 심했다.




이순재 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배우님들의 도전은 정말 존경스럽다. 그 연세에 이만한 대사량을…

6/1 개막 후 세 번째 공연이라 느꼈던 기우이길 바란다. 커튼콜에서 마저 함께 인사해야 할 배우들이 옆에 다 서지도 않았는데, 맞춰서 인사하지도 않고 ㅜㅜ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전이 주는 그 무게감과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 선택했지만, 대사에 담긴 메시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시간 들이고 돈 들여서 본 작품인데, 이해할 수 없는 연출진의 의도와 허접한 무대, 어색한 연기와 객석 반응 등 때문에 다음에 또 올라온다면 매우 망설이게 될 것 같다.

그래도 커튼콜은 역시 1열 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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