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셋 클래식의 시간> 에필로그
이래저래 고전 문학을 읽고 든 생각들을 정리해 묶었다. 제목하여 <마흔셋 클래식의 시간>. 에필로그로 뭘 써야겠는데. 긴 말 보단 서머싯 몸의 문장들로 마무리하고 싶다. 비교적 초창기에 이런 저런 끄적임을 시작하면서 도움 받았던 문장들이다.
<달과 6펜스> 민음사 책에서 가져왔다.
내가 여기에서 얻는 가르침은 작가란 글쓰는 즐거움과 생각의 짐을 벗어버리는 데서 보람을 찾아야 할 뿐, 다른 것에는 무관심하여야 하며, 칭찬이나 비난, 성공이나 실패에는 아랑곳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p.16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p.69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같다. 머리 속에는 전하고 싶은 생각들이 들끓고 있음에도 기껏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정원사 아주머니 우산은 집 안에 있습니다>따위인 것이다.
결국 내가 받은 인상이란 정신의 어떤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거대한 안간힘이 거기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를 그처럼 당황하게 만든 원인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를 지님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p.212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쓰는 것의 압박을 덜 수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은 역시 "정원사 아주머니 우산은 집 안에 있습니다" 정도. 이 말들을 하나의 묶음으로 정리해둔다.
서머싯 몸의 문장이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