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3 말실수로 인한 죄책감에 대해 실수 반복하지 않기
아이들과의 관계로 만나는 사람들과는 멀어지기로 다짐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들로 인해 내가 상처를 받고 그 상황에서 바로 싫다는 표현을 못해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결국 그 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사를 하는 상황까지 오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도 비슷한 상황으로 힘들어했다. 이 힘듦을 회피하기 위해서 또 이사를 생각했으나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래서 부딪히기로 했다. 그러자 나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회피하는 일은 내가 아빠를 보면서 가장 싫어했던 점이었다. 자신이 책임지는 일에 대해서 도망가는데 그로 인한 내 힘듦을 생각하지 않는 아빠가 참으로 미웠다. 내가 아빠 딸이라서 유전자적인 기질에서 도망갈 수 없었다. 이기적인 생각이 같았다.
최근에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많아지고 자주 보면서 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랑거리만 늘어놓고 알이 여물지 않아 덜 익은 나를. 신비주의로 입 다물고 있는 게 나았다. 남에게 상처 주는 내 솔직함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여겼다. 상처를 주면서 솔직함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말하지 않음은 거짓말이 아니다. 말함이 진실이라 믿었다. 어느 조직에 들어가도 굳이 나의 주변을 시시콜콜 다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나중엔 시시콜콜 말한 사실들이 나를 다시 옭아맸다. 혼자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이유도 만남의 말실수로 죄책감을 가지거나 남에게 상처주기 싫어서였다. 그래서 나를 많이 보여주는 게 꺼려졌다.
내가 왜 당신과 늦게 친해졌는지 이유를 말하는 순간 상대방은 상처를 받고 말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을 나는 왜 구태여 말하려 했을까. 진실을 말하면 좀 더 친해지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생각에 갇혔던 것 같다. 첫 이미지는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관계를 돈독하게 하지 않을까 했다. 당사자와 내가 아닌 가족의 이유가 더욱 좋을 일이 아니었다. 엄마인 내가 아닌 나로서 상대방을 대했어야 했다. 자식의 자랑거리나 남편의 직업이 중요하지 않았다.
대학 시절 총여학생회 회장을 나갈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총학생회 등의 임원 후보들이 모이는 식사 자리가 끝나고 나를 데려온 선배가 말한 게 생각났다. “너를 여기서 다 드러내면 어떻게 하니. 조금만 보여야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알 것 같다. 최근 며칠 사이에 나는 나를 너무 드러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나를 다 보일 필요가 없으며 상대방이 완전한 나를 알 필요도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나의 일부를 기억할 뿐이었다. 그게 첫인상이 되었던 어떤 사건이 되었건.
남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 하는 건
결국 남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솔직한 모습을 보인다고
사람들은 나를 멀리하지 않습니다.
_이시미 이치로의 ‘울고 싶은 날의 인생상담’ 중에서
마흔이 되어도 말실수로 힘들어하고 남들에게 내 이미지가 추락할까 봐 걱정하는 내가 한심했다. 이런 주변의 시선이 싫어서 피했는데 또 이 굴레에서 쳇바퀴 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 간에는 적당한 거리가 좋다. 적당한 거리의 척도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내가 그 기준을 지킨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제 이미 엎지른 말실수는 그대로 두고 다시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처럼 귀로 듣고 입은 다물어야겠다.
제발. 미안 미안해.
2. 남의 이야기 도중에 끼어들어 내 이야기로 끌어오지 않기
3. 남에게 상처되는 소재를 미리 파악하기
4.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 것
5. 생각하고 생각해할 말과 안 할 말을 생각할 것
6. 모든 말을 머리를 거치고 뱉어버리지 말 것
7. 미안한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것. 화살은 이미 상대방에게 꽂혔다
8. 미안할 상황을 만들고서 내 힘듦을 이야기하지 말 것
9. 다 아는 척, 걱정하는 척, 척척척 척하지 말 것
10. 말을 해서 이상한 상황을 만드는 것보다 말을 하지 않는 어색한 시간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