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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옥 「가족」

by 김지숙 작가의 집 May 27. 2023

촘스키Chomsky(1965)에 의하면, 언어능력(linguistic competence)이란 동질적인 언어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 사회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완전무결하게 사용할 줄 아는 이상적인 화자와 청자가 그 언어에 대해 내재적으로 가지는 추상적인 지식을 의미한다

이렇게 청자와 화자가 대화를 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말에 공감을 하기에 이르는데 이러한 공감을 느끼기까지는 대체로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먼저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기고 이를 반복하면서 감정을 이입하기에 이른다 마지막 단계인 감정이입의 단계는 상대의 감정이나 느낌을 추측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추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에서 나아가 내가 추측한 상대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단계에 이른다. 






사람을 뒤따르는 개를 본다

네 개의 발 사이 곁을 준 마음 사이

하나 된 풍경이다

사람과 개에게서

흘러나오는 말이 가족이란다

이 말에 끄덕이는 것은

간헐적 잔기침 같은 외로움을 뱉는 세상에서

혼자는 허둥거리게 되는

인간이기 때문이리라

기다림 없는 적막에서

피어나는 꼬리의 말

그 믿음의 날들

빈 가슴은 빛보다 더운 숨을 갈망하는가

                                                                                                                  -성숙옥 「가족」 






    


  위의 시 「가족」에서 화자는 길을 걸으면서 우연히 ‘사람을 뒤따르는 개’를 보게 되고 ‘사람과 개에게서 흘러나온 말’이 ‘가족’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들이 하는 말에 깊이 공감을 한다. 공감이란 ‘감정이입’의 또 다른 말로 다른 사람이 경험한 바를 이해하고 느끼는 능력으로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한 상태를 일컫는다

이러한 감정이입의 종류에는 ‘인지적 공감’과 ‘육체적 공감’이 있다 우리는 감각을 통해 경험한 내용들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세계가 바로 우리가 사는 이곳이다

화자는 비록 인간이 아닌 ‘개’를 인간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행인과 인지적 공감을 이루고 있다. 화자는 혼자라서 겪는 허둥거림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곳에서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달려오는 개의 재롱에 대한 기쁨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개가 비록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가족’으로 여기는 마음에 대해 화자는 이심전심하는 점은 꼭 입에서 입으로 흘러나온 말에만 공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는 비언어적인 요소에 대해 깊이 있게 공감하는 화자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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