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길

by 김지숙 작가의 집

선재길



강원도에 머무는동안 이름난 곳은 가보리라고 마음 먹었다 월정사와 상원사 간을 오가는 선재길은 그 중하나이다 지난 주에 가려다가 비가 많이 와서 미루고 지난 토요일에 길을 나섰다

강원도의 산들은 높이가 있어 경사가 만만찮아 힘들지 않다는 주위의 조언에도 크게 기다하지는 않았다 월정사와 상원사의 높이차는 150미터 정도 된다고 하여 월정사에 차를 두고 상원사로 걸어가기로 했다 이렇게 가면 약갼의 높이 차이가 있어 오르는 길이 되고 상원사에서 월정사로 걸으면 내리막길이 되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코스를 잡는다

월정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진입하면 전나무숲 끝자락이다 월정사 일주문을 앞에 두고 시작되는 이 선재길은 탄허스님과 방한암스님이 오간 구도와 깨달음의 길이다 화엄경의 선재동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길 초입에는 관대걸이가 있고 이곳은 세종이 목욕하다 문수보살을 만나 피부병을 고쳤다는 전설이다


세조는 동자승을 불러 등을 밀어달라 했고 동자승은 열심히 등을 밀었다 흡족한 세조는 장난기가 발동해 어디 가서 왕의 등을 밀었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왕께서도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줬다고 말하지 마십시오라고 했다니


두 지존들의 대화는 과연 지존답다는 말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천년 숲길애서 다양한 모습을 한 나무들이었다 평소에 나무들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내게 이 오대산 선재길은 나무들을 만나기에 좋은 길이었다 산책로라고 이름은 붙여져 있지만 그래도 산길이라 군데군데 돌길과 나무부리들이 발다디기에는 신경이 쓰이는 곳들도 꽤 있었다 물소리와 오래된 나무 선재길은 깨달음을 얻는 길이라는 의미를 거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ㅇ비가 온지 얼마되지 않아서일까 계곡 가까운 곳을 지날 때면 유독 물소리가 커서 마음을 울린다 소리가 너무 커서 옆사람의 말도 잘 들리기 는 구간도 있다

오래된 나무가 계곡을 향해 누워있고 대부분의 가지들이 살아남기 위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는 것도 인상 깊었다

나무들의 키가 커서인지 졸대나무들이 7월인 지금도 죽어 있는 형상을 보니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병이 들었거나 해가 부족해서 죽은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었다 족히 500년은 넘어 보이는 나무들이 생명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천년만년 사는 삶을 없다는 생명의 유한성을 깨닫게 된다

저렇게 멋지게 잘 자란 나무들이 서로를 자랑하지 않고 곧게 자라서 산을 푸르게 만드는 것을 보면서 세상 밖으로 나가 유명하고 잘난 맛을 주지 못한다고 애달파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옮갸지면서 죽거나 가지치고 키를 잘라 본래의 성정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곳의 나무들이 지닌 특징들은 연리지가 많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나무들이 오밀조밀하게 붙어서 커다란 나무로 자라 서로의 몸을 오가면서 다른 나무지만 서로를 의지하여 너무 탐스럽게 잘 살아간다는 점이다

일부 간을 지나면서 관중이나 고사리류들이 많이 있고 이름모르는 버섯들이 군락지를이루고 있어서 원시림에 있다는 느낌이 꽤 들었다

앞서 삳는 스님들은 오간 경험이 많아서일까 걸음이 너무 빨라서 따라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는 나무며 식물들을 보느라고 산만하게 걷느라 걸음이 자연 느리게 되었다 뛰다가 걷다가 선재길을 걸으면서 조금은 오르막도 있고 돌길이 있어 발이 아팠지만 태어나고는 제일 먼길을 걸은 기록을 세웠다

평소에 걷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선재길에서 줄기에 이끼를 품은 나이가 정말 많이든 나무들을 만나면서 이름만 듣던 하늘나리 붉은 터리 같은 꽃들을 만나면서 다양하게 펼쳐진 선재길을 어느 틈에 다걸어왔다

버스시간이 1시간쯤 남아 상원사에 올라가서 대웅전을 들러 오배를 했다 식구가 다섯이라 다섯번 절했다 무사 무탈 건강 축복 시절인연 등의 평소 늘 머릿속에 담고 있던 희망들을 이곳부처님께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길을 내려왔다 다리가 풀려서인지 장단지에 경련이 일고 쥐가내려 한참을 고생했지만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월정사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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