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문학관

by 김지숙 작가의 집

김동명문학관



생가터에서 풍호마을까지는 그리 멀지 않고 연밭 크기도 크지 않지만 오밀조밀 피어있는 연밭을 잠깐 보고는 김동명 문학관으로 향했다 문학관 입구에서 여러 그루의 파초를 만났고 출입문을 들어서니 초가형태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고 따로 현대식 건물로 만들어 놓은 문학관이 건너편에 있다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던 목소리가 파촛잎이 내는 바람소리에 들려온다 이곳은 조용한 마을로 생가터에 시골집이 있고 그 옆에는 작은 문학관이 세워져 있다 그는 친일을 하지 않은 문학인이고 교육자며 정치가로 활동한 청빈한 삶을 살았던 분이다

입구에는 파초가 꽤 여러 그루 있다 파초는 열대식물이라 추웠는지 낙엽이 들기 전 파랗게 질려가는 모습이다 생가터 내부에는 산문 '어머니'에 등장하는 화전민들이 사용하는 방과 부엌 사이의 한쪽 벽에 만들어 사용하던 일종의 벽난로인데 이에 대해 '코물'을 재현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담고 있다

문학관 입구부터 좌우로 나뉘어져 있다 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와 관련된 작품이며 생전에 앉았던 책상 시집 그와 함께 세월을 보낸 책이 보인다 그분 삶의 궤적들이 고스란히 유리창 안으로 펼쳐지는데, 그가 앉았던 서재 그의 손때가 묻은 책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자필 원고와 시집 하늘 진주만 목격자 내 마음의 초판이 있고 회중시계 코트 모자 등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다른 한편에는 도서관이 있다 그분이 소유했던 책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간들도 꽂혀있다 잠시 자리에 앉아 그분을 생각하며 답시를 썼다 시인의 생가터에 앉을 자리만 보이면 그분의 마음을 헤아리는 내 마음을 담은 답시를 쓴다

입구에 놓인 그가 사용하던 종류의 검은 중절모가 몇 개 놓여 있다 호기심에 쓰고 모자를 눌러쓰고 사진을 찍었다 문학관을 떠나기 전 다시 마당으로 나와서 파초에 파묻혀 다시 사진을 찍었다 파초는 의지를 상징한다 귀가 없어도 커다란 잎으로 자연의 소리를 내기도 하고 귀담아 듣기도 한다 그분은 파초가 하는 말들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저어 오라’던 그분은 가난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이에게 선뜻 다가갈 용기가 없어 바위처럼 묵묵히 서서 상대가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는 그 애절함이 닿아 지금껏 그분의 시가 애송되는 것이리라 수채화 속에 그분의 생가터에서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초허 김동명 「내마음」이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촉(燭)불이오

그대 저 문을 닫아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라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주오

나는 달 아래에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오

잠깐 그대의 품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리다



김동명 「내마음」에 대한 「허공꽃」이라는 제목으로 답시를 썼다


혜월당 허공꽃」


눈 감으면

그대 만날까 하여

두 눈을 감아도

그대, 아득히 멀리 있다


보이지 않아

잊으려 마음을 닫으면

그 목소리 채곡채곡 싸여

그리움이 된다


그대 세상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고

부딪치고 깨어지는 내마음은

아으, 허공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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