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의 시인 혜월당 Apr 20. 2024

나다움, 그 정체가 대체 뭐야?

나다움 그 정체가 대체 뭐야?




<답다>라는 말은 어떤 단어의 뒤에 붙어서 그 성질을 가진 형용사이다 정답다 아름답다 너답다 여름답다는 말처럼 어떤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는 의미를 드러낸다 또한 아이답다 어른답다 여자답다 남자답다 등과 같이 사람의 자격이나 신분적 특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움은 그런 형용사에 명사형 어미 ㅁ붙어 명사형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답다니 다움이라는 말에는 대체로 말하는 사람의 주관이 섞여있다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어떤 점이 그렇게 느껴졌는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말하는 대상은 자신이 생각하는 그 의미를 담아 말하곤 한다 

맏이답다 막내답다 너답다 너답지 못하다 우리가 살면서 아마도 가장 많이 듣는 답다와 관련된 말은 말이 너답지 못하다가 아닐까 상대가 바라고 기억하는 너의 특성에 어긋날 때 여지없이 귓전에 곱꽂혀드는 말이 바로 <너답지 못하다> 혹은 <너답네>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너다운 것은 무엇이고 너다운 것의 기준을 한은 이유는 무엇이며 왜 그 말을 하는 상대가 나의 나다움을 정하는 것일까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면 모습 행동 말투 언행 대화 웃음 자신감 등등을 떠올리고 그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를 만들어낸다 상대의 가치관에 비추어 만들어진 너다움 너의 가치관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나 우리는 서로가 만들어낸 것 상대의 <다움> 속에 서로를 길들여가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너다움>의 틀에 연연하면서 그 감정이 이어지기를 욕심내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어라둥절하거나 상처를 입거나 떠나가기도 한다  

아이가 아이다와야 한다고 어른이 어른다와야 한다고들 말한다 아이가 어른다우면 제법 칭찬 같은 소리를 늘어놓거나 심리학자들은 훗날 그게 상처로 자라 큰일이 날 것처럼 말들을 한다 아이가 아이의 시기에 아이다움을 지니는 것 어른이 어른이 어른다움의 정체성을 지니는 것이 요즘 세상에 어디 쉬울까  

얼마 전에 공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는 아주 작은 딸아이와 철없는 엄마가 자전거와 씽씽을 타고 노는 것을 봤다 엄마는 자전거를 타고 아이보다 더 격렬하고 신나게 씽씽을 타고 달리면서 주변사람들을 위협하는 정도의 속도전을 즐기며 피해 달리고 있었고 딸아이는 그런 엄마가 다칠까 봐서 조심스레 자전거를 몰며 뒤따라 가면서 <엄마 조심해>라며 연달아 소리를 지르며 뒤따라가고 있었다 

엄마가 철이 없는 건지 딸아이가 철이 든 건지 아이가 엄마같고 엄마가 딸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돌아보면서 흥미로운 얼굴을 했다 답다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 낸 그냥 허상이다 어른다움 엄마다움은 우리가 그냥 만들어낸 가치의 기준일 뿐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사이에 답다라는 말을 팽개치고 나름의 가치관으로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너다움 엄마다움 아빠다움 딸다움 아들다움 장녀다움 장남다움의 틀을 버리고 살아가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 저렇게 기쁜 얼굴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데 엄마다움이 무슨 소용이며 그 다움의 실체는 필요한 것일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다움을 다 버리고 나면 순수한 인간 본연의 모습이 보이는 것을 유쾌하고 신바람 나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것을 엄마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아이와 노는 조금은 나이 든 철없는 사람이 보이는 것을 다움을 버리는 순간 내가 되고 온전히 사람이 된다는 것을 다움의 고리를 떼내어 버리면 그냥 사람으로 그냥 인간으로 보이는 것을

나다움을 찾겠다고 내가 만든 기준에 나를 집어넣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기준에서 이런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 나는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기준의 삶을 정해놓고 버킷리스트를 정하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나다움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도 너다움을 정하는 상대의 가치관에 내 삶의 기준을 맡기는 것같이 나다움에 나를 내가 옭아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면서 대체 나답다는 것은 뭘까 거기서 벗어나서 그냥 나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이런 정도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내가 원하고 바라는 바가 어느 정도이고 어떤 것인지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는 상태의 나다움을 찾아 나서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타인의 시선 타인의 가치관이 배제된 순수한 나다움은 어떤 것일까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할까 어떤 누구의 관계와도 엮지 않고 순수하게 나를 위한 나의 기준에서 나를 찾는 나다움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이며 대체 어떤 것일까 


상대가 바라는 나다움에서 벗어나기를 다움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그냥 순전한 나로 살아가기를              

 

   

 사진제공  성경화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로 빛나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