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 『거침없이 내게 왔다』








물 위에 뜬 어둠은 없다

젖은 채로 남의 꿈을 나르고

삐걱대며 두레박 타고 올라와

세상과 함께 출렁일 뿐



물 위로 흐르는 세상은 없다

시간이 가고 새가 날고

배들이 지나는 동안

그 소리만 가라앉아 있을 뿐



물은 온전히 물인 적이 없다

다가오는 몸짓마다 받아들이고

낯선 길에 들면 낮은 자를 품고

피고 진 꽃의 이름도

맑게 흐르던 강물도 다 기억만할 뿐




물은 자궁을 상징한다 따라서 잉태하고 새끼를 길러내는 새로운 탄생의 공간이 된다 또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은 늘 주변에 존재하지만 점점 먹을 수 있는 물은 줄어들고 있다 학창 시절 독일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황태자의 첫사랑>이라는 영화가 유명했고 술을 마시지는 못해도 그곳 맥주 카페를 가보고 싶었다 맥주보다 비싼 물을 사 먹는다던 독일의 일들을 웃어넘긴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현실이 우리가 이미 겪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어느 도시보다 수제 맥주를 더 잘 만드는 맥주카페가 우리나라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요즈음은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그냥 젊은 시절의 취기는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다시, 물로 돌아가면 제일 먼저 낙동강 물을 생각한다 아니 더러운 낙동강 물을 바라보면 마음이 아프다 하는 말로 낙동강은 경상도 사람의 젖줄이라고들 한다 낙동강 물을 정수장을 거쳐 수도관을 통해 먹는 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시와 관련된 행사에 가면 낙동강 물을 정화한 수돗물을 병에 넣어 작은 병으로 한 병씩 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병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시면 소독약 냄새가 코로 확 들어온다 냄새에 민감한 나로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물이다

요즘 수돗물을 그대로 먹는 사람은 주변에 거의 없다 아무리 아껴도 물값을 잘 아끼지는 않는다 물을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다 안타까운 것은 한 여름 낙동강 하구언은 장마나 태풍이 불면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고 강은 뒤덮인 오물로 숨을 쉬지 못하고 녹색으로 변해간다

개발로 여러 군데 보를 만드는 바람에 수많은 강물이 흐르지 못하고 썩어간다 세상이 바뀌면서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원상회복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어디 낙동강뿐이겠는가만은 가장 많이 가장 오래 접한 낙동강의 모습을 기억하기에 그 안타까움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


한 번쯤 물의 마음이, 또 물이 되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