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 『거침없이 내게 왔다』




사람이라는 말은




'사람'이라는 말을

가만히 헤아려 보면

'살다'와 '알다'에서 '살'+'암' '사람'이 되어

사는 것을 아는 것이 사람이 되고

'사람'을 더 줄이면 '삶'이 된다


따뜻한 눈길로 위안을 주고

허공을 밝히는 나무가 되고

시린 영혼이 머무는 땅을 만드는

삶을 알아야 사람이다


사람 구실한다는 말은

바람처럼 드나드는 여백을

돌돌말아 쥐고 흔들리지 않고

제 삶을 걸어나간다는 뜻이다



사람 구실을 한다는 말은 어디서 어디까지일까 요즈음 같은 세상에 또 사람구실은 어디서 어디까지 하는 것일까 나는 사람구실을 하며 살고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사람'이라는 말에 골똘한 적이 있다 사람의 일생은 물처럼 흘러간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앞날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얼마나 잘 살았는지는 관뚜껑을 덮어 봐야 알고 기독교인들은 죽어 하느님 앞에 서면 안다

사람에 관한 우리 속담에 ' 사람이 오래되면 지혜요 물건이 오래되면 귀신'이라는 말이 있다 오래 살수록 경험이 쌓여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여 지혜롭다는 의미에서 온 말이다 잘났든 못났든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서 오래 일하면 그 자리에서 빛이 난다 그렇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반드시 갈고 닦는 수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사람이란 궁지에 몰려도 자기 살 방도를 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굶어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사람 그 자체가 삶이니 당연한 말이다

나는 사람을 볼 때 눈을 본다 그렇다고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판단한다 그런데 사람의 눈은 속여도 하늘은 못 속인다는 말이 있듯이 나의 눈도 믿을 수는 없다 사람은 겪어봐야 알 수 있다

사람의 속마음은 겪어봐야 안다고는 하지만 겪어 본다고 다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란 살아보지 않으면 한치 앞도 알 수 없듯이 삶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사람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수양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끄떡 않고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도 사람구실 중 중요한 하나이다

속담에 '버릴 사람이 없다'지만 고쳐지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이 또한 사람이다 말이 거칠어 살아있는 사람을 관에 넣을 만큼 혹독하게 후려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입의 혀처럼 거슬리지 않게 달고 부드러운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모두 저 잘난 맛에 산다고는 하지만 너무 가까이서 보면 서로의 단점으로 상처를 입는다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 배려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게 사람이 되는 방법이고 사람구실하는 방법이고 슬기롭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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