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

by 김지숙 작가의 집

이오장



이오장



고대의 시인 베길리우스는 노력을 하면 땅이 보답을 한다는 내용으로 농경시를 썼다 그는 시적 아름다움과 전쟁으로 피폐한 농촌 재건하고 도시의 편리함을 위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여러 안타까움을 보이며 농경을 주제로 하는 시를 쓰면서 농부보다 독자의 즐거움을 위한 시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대의 인기를 누리던 치밀한 언어의 다스림을 드러내는 이 시는 작물재배 과수재배 가축사육 양봉을 소재로 하는 총 4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엄지게 지고 논에 다녀온 아버지

외양간 여물 솥에 물 부어놓고

콩대 다발 끌러 작두에 맥인다.

삐거덕 철컥 삐거덕 철컥

눈 크게 뜨고 밟어라

애비 손 다칠라

⌜중략⌟

가끔씩 아버지 머리에 손 짚어가며

힘겹게 여물을 썬다.

-이오장, 「주(註)를 위한 농경시, 작두」일부




물리적인 몸, 살아있는 몸 체험된 몸, 고유한 몸 등은 의식과 정신으로 분리되지 않고 몸의 특수한 기능에 해당되는 선천적인 복합체이다.「산길」에서 화자는 뻔한 길을 체력의 한계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한 자각의 주체와 대상은 동일한 화자 자신의 몸이며 지각의 장소는 산이다. 화자의 몸은 체력의 한계를 계기로 자기 존재에 대한 반성과 주변인을 돌아보는 염려, 그리고 하산 시 처신해야 할 자기의 각오를 다진다. 인간의 몸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공간을 체험한다. 체험하는 공간이 많을수록 몸은 더 깊이 체현하며 몸이 기억한다. 몸을 공간에 익숙하게 습관 들이는 방식(Casey, 2001)으로 몸은 장소에 몰입한다.

이오장의 시「주(註)를 위한 농경시, 작두」에서 화자는 농부의 삶을 살아간다. 아버지와 아들이 여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의 몸은 서로에게 밀착되어 있다. 한눈이라도 팔게 되면 곧 상처로 이어지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은 잘 맞아야 한다 위험한 일이지만 몸에 익으면 아주 잘할 수 있는 여물을 베는 과정을 언급하면서 시골생활의 일상을 되새기며 추억 속 아버지의 잔소리가 곧 사랑 어린 말들이었음을 되새긴다

몸은 사회화 과정 속에서 학습되므로 시대, 문화, 개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몸의 자각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몸의 익숙함은 곧 공간에 대한 연속적인 몸의 체현과 더불어 온다. 따라서 앞서 언급된 시들에 나타난 ‘몸’은 상대방에 깊숙이 파고들어 서로에게 관여하거나, 헌신, 융화로 상보적 관계로 나아가기도 하고, 체현 과정에서 세계와의 관계를 확장하고 터득하기도 한다.

몸은 생물학적 미학적 의미를 기본으로 하지만 문화와 경제를 읽어내기도 하고 철학이나 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다루어져 왔다 그럼에도 수많은 세월 속에서 비밀리에 언급되기도 하고 비밀스러운 것으로 관주 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몸은 그러한 과거의 관심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언급되고 있다 몸의 일부를 복제하거나 이식하거나 유전자의 변형을 목적으로 몸을 사용하는 가하면 인간의 몸은 성형을 통해 변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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