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용
F. Tönnies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사화를 공동사회Gemeinschaft와 이익사회Gesellschaft로 구분하고 이어 공동사회를 공동체community로 규정한다 신분 질서 가족내의 관습 토지 등이 토대가 되어 형성된 전인격적인 공동사회와 개인의 자율적 의지가 기반이 되어 계약을 중시하고 규칙 화폐를 매개로 하는 경제활동과 비인격적인 교류를 중시하는 이익사회로 나눈다
부부란 아가서(아 2:16) 속의 말처럼 서로에게 속하는 관계에 놓인다 이는 주종관계가 아니라 연합의 관계이며 몸과 마음을 같이 하는 공동의 삶을 사는 공동 운명체로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각자의 개성을 지닌 두 주체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상대를 위해 노력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기반이되어 용서하고 화해하는 마음을 합할 때에 그 공동체는 존속될 수 있다
공통점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상대를 품고 살아가는 동안 대부분의 관계는 회복하거나 더 큰 갈등으로 떠나가거나를 반복한다 또한 경제적 공동체가 되느냐 아니냐의 보다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면서 근래의 삶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동체에 해당하는 부부 간 공동체 의식은 다소 다른 방향성을 지니며 나아가기도 한다
반대방향으로 가던 왜가리가
한 길에서 마주친다
쾍! 꽥!
소리의 초성이 ㅋ과 ㄲ으로 다르다
ㅋ이 가던 길을 되돌린다
쾍! 꽥! 소리 없이 같은 길을 간다
내외간 금슬이 도탑다
부부 사랑향(香)이 새벽안개처럼 피어오른다
-이운용 「귀가」일부
J.데리다에 따르면 사랑은 ‘누구(the who)’와 ‘무엇(the what)’ 사이의 차이에 두며, 이 차이로 위태로워진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은 대개 사람이 ‘누구'이(거나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이(거나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의 역사는 ‘누구’를 사랑하는 것과 ‘무엇’을 사랑하는 것 간의 분리와 갈등으로 이루어지며 사랑의 충실성은 그 간극으로 시험 받는다((Jane Doe Films, 2002)
반대방향으로 가던 왜가리가 한 길에서 마주친다 ‘쾍! 꽥!/소리의 초성이 ㅋ과 ㄲ으로 다르다/ㅋ이 가던 길을 되돌린다/쾍! 꽥! 소리 없이 같은 길을 간다’고 했다. 심리학자 솔로몬(Solomon 1974)의 말처럼 우리는 언제나 대립하는 두 정서를 동시에 느낀다.
두 왜가리는 서로 다른 감정을 지니지만 서로 소리를 교환하면서 공통점을 찾는다. 그리고 감정의 중간을 택해 ‘소리 없이 같은 길을’간다. 상대가 원하는 것으로 감정을 맞았을 때 그 감정보다는 조금 뒤늦게 반대의 감정이 형성되어 끝내는 감정이 두 가지를 동시에 느끼는 미묘한 감정은 중간이 없는 끝과 끝의 감정들로 존재한다.
앞서 언급된 시를 ‘사랑’을 중심으로 살펴 본 결과, ‘신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 시에는 절대자에 대한 무한신뢰를 바탕삼은 전지전능의 지배를 받는 영적 공동체로 경애(敬愛)가 나타난다. ‘생활공동체에서 오는 사랑’은 추억 기억 긍정적 가치관이 매개되는 귀소 본능적 사랑을 바탕으로 한 배려 동질감을 내포한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핏줄과 부부의 관계에서 오며 공통적으로 생명체 생물학적 사랑에 대한 갈망(Biophilia)과 문화적 동질성을 찾고 갈망(Topophilia)을 나타낸다.
혈연공동체나 생활공동체(지연)공동체에서는 공통적으로 이모저모를 깊이 생각하고 헤아려 주고 배려를 강조하는 모(募)가 나타난다. 이들 세 유형의 사랑에는 공통적으로 어떤 이해나 목적이 아닌 정과 의리를 나누고 갈등과 아픔 사랑을 나누려는 욕구의 공동체적 사랑이 드러나는 한편, 이들 사랑이 인간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인애(仁愛)의 자세를 지닌 채 화자의 마음들에게로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