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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로 둘째의 꿈을 이루다, 트릭아이미술관

1월 20일~22일, 2박 3일 제주도 가족여행

by 농부아내 Feb 10. 2025


제주 가족 여행의 첫 목적지로 그리스신화박물관을 찾았으나 아쉬움이 남는 공간이었다. 아쉬움을 안고 박물관을 나와 옆 건물에 위치한 트릭아이미술관으로 향했다.


트릭아이미술관은 이름 그대로 ‘트릭(Trick)’과 ‘아이(Eye)’가 결합된 공간이었다. 평면적인 그림이 입체적으로 보이고, 사람이 그림 속 일부가 되는 신기한 체험이 가능했다. 더욱이 제주 트릭아이미술관은 착시 그림에 증강현실(AR) 기술까지 더해져 마치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촬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앱을 다운받고 설치하는 과정이 번거로울 것 같아 단순한 착시 사진만 찍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충분히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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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번은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을 반짝였다. 장난기 넘치는 성격답게 이곳의 분위기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다양한 착시 그림 앞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고민하지도 않고 어울리는 표정과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창살무늬가 있는 그림 앞에서는 한쪽 다리를 내밀며 마치 탈출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하마가 오줌을 뿌리는 그림 앞에서는 진짜로 기분 나빠하는 얼굴을 만들어내 모두를 웃게 했다. 사진을 찍는 내내 2번의 표정과 포즈는 생동감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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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아이미술관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림과 관람객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좁은 다리가 있는 그림에서 균형을 잡는 척 연출해 보기도 했고, 경마장에서는 실제로 말을 타는 듯한 사진도 찍어 보았다.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사진을 찍고, 깔깔대며 웃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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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즐겁게 사진을 찍으며 전시관을 돌아다니던 중, 2번이 유독 마음에 들어 한 공간이 있었다. 바닥에 커다란 체스무늬가 그려진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착시 효과로 인해 키가 달라 보이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2번은 또래보다 키가 작은 편이었고, 반대로 1번(첫째 아이)은 또래보다 키가 큰 편이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들이 자기보다 커지니 키가 컸으면 좋겠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진 않지만 줄넘기를 하면 키가 커진다며 방학인 지금, 가끔 줄넘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그날, 체스무늬 바닥 위에서 2번은 꿈을 이뤘다. 착시 효과 덕분에 언니보다 더 커 보이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2번은 결과물을 확인하자마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나 언니를 올려다봐야 했던 자신이 언니보다 더 크다니! 그 순간 2번의 얼굴에 번진 환한 미소는 바라보는 식구들 모두 웃게 만들었다.


엄마인 내 눈에는 2번이 키가 크든 작든 변함없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딸이었지만, 2번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날 우리는 여러 장의 착시 사진을 찍었지만, 2번이 언니보다 더 크게 나온 그 사진 한 장이 가장 특별했다. 그 사진 속 2번의 만족스러운 미소는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트릭아이미술관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전시 관람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하나의 놀이이자 추억이 되었다. 착시 속에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며, 아이들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경험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특히 2번에게는 "키가 크다"는 작은 소망이 이루어진 하루였다. 트릭아이미술관에서의 착시는 2번의 꿈을 이루어준 작은 기적이자, 우리 가족에게 행복한 순간을 선물한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1월 20일 방문-



관람요금이나 운영시간 등의 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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