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 논쟁⟫의 쟁점 정리
제임스 D. G. 던의 『예수와 기독교의 기원』은 그가 30년 이상 참여해 온 역사적 예수 탐구의 결산이자, 기존 탐구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의 산물이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던은 역사적 예수 탐구의 초기 단계부터 그 방향을 결정지었던 세 가지 방법론적 전제에 대해 점점 더 큰 불만을 품게 되었고, 이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는 전혀 다른 출발점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자료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하며, 분석의 목표 또한 재설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주제들이 방대한 분량 속에 흩어져 있어 자칫 이러한 방법론적 핵심이 간과되기 쉽기 때문에, 던은 본 논문을 통해 세 가지 항의와 제안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이 항의들은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이중적인 목적을 가지며, 그의 제안들 또한 단순히 기존 문제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정리는 역사적 예수 탐구에 있어 방법론적 이슈들의 중요성을 보다 분명히 인식하도록 돕는다.
항의의 핵심 주장
던의 첫 번째 항의는 역사적 예수 탐구의 초기부터 지배적이었던 두 가지 방법론적 전제, 즉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를 서로 대립시키고 분리해야 한다는 전제와 초기 기독교 신앙이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왜곡했다는 전제에 대한 것이다. 그는 이 두 전제가 잘못된 출발점이라고 비판한다.
역사적 배경과 주요 인물들
역사적 예수 탐구의 초기에 신앙과 역사를 처음으로 명확히 구분한 것은 다비드 슈트라우스였다. 그는 슐라이어마허의 예수 이해를 비판하면서, 교리적이고 신학적인 ‘신앙의 그리스도’를 역사적으로 실제 했던 예수와 대립시키고 분리했다.
슈트라우스는 특히 요한복음의 역사적 가치를 평가절하하며, 이를 교회의 발전된 신앙 고백으로 간주했다. 그 이후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자들 역시 바울 서신을 통해 나타난 예수 신앙이 예수의 실제 모습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아돌프 하르낙은 바울이 예수의 단순한 도덕적 복음을 제사와 대속 중심의 신앙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윌리엄 브레데는 마가복음에 등장하는 ‘메시아 비밀’이 이미 후기의 신앙적 해석을 나타낸다고 주장하면서, 역사적 예수를 찾기 위한 전통적 확신에 타격을 주었다.
20세기 중반, 루돌프 불트만과 그 제자들은 예수의 역사적 생애에 대한 탐구를 거의 포기하고, 케리그마(신앙 선포)에 집중했다. 불트만 학파는 복음서의 모든 자료가 신앙을 통해 왜곡되어 있으며, 역사적 예수의 원형을 볼 수 없다고 단정했다.
귄터 보른캄과 제2탐구 학자들도 복음서 내 모든 예수 관련 이야기가 부활 신앙과 신앙고백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았다.
최근의 예수 세미나와 로버트 펑크는 다시금 신앙 요소를 철저히 제거하여 ‘기독교로부터 예수를 구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되돌아갔다.
비판의 대상이 되는 두 가지 전제
이러한 역사적 흐름에서 던이 비판적으로 지적한 두 가지 전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독교 신앙은 역사적 예수의 진정한 모습을 왜곡하거나 가리는 장애물이다.
- 교리, 부활 신앙, 초기 기독교적 고백 등이 모두 예수의 본래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숨긴다는 가정
둘째, 초기 기독교 신앙이 예수에 관한 주요 자료(복음서, 바울 서신 등)에 전면적으로 스며들어 있어, 이를 걷어내지 않으면 역사적 예수는 발견될 수 없다.
- 신앙의 영향으로 인해 원형으로서의 역사적 예수를 접근하기 어렵다는 가정.
던의 반론과 제안
던은 이 두 가지 전제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신앙과 역사 사이의 이분법적 대립을 버려야 한다.
- 복음서나 바울 서신을 단순히 신앙에 의해 왜곡된 자료로 치부하지 않고, 신앙 고백과 역사적 기억이 밀접하게 연결된 자료로 재평가해야 한다.
- 초기 그리스도교 신앙은 예수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고 전달한 주요한 매체로서 오히려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했다는 인식을 가지고, 신앙 전통과 역사적 예수 탐구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던의 첫 번째 항의는 기존 역사적 예수 탐구의 핵심적 전제였던 신앙과 역사의 대립을 넘어, 복음서와 초기 기독교 신앙을 역사적 예수를 가리는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적 예수의 기억을 보존한 필수적인 틀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역사적 예수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적 지평을 제안하며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제안의 핵심 개념
예수가 처음부터 신앙을 불러일으켰으며, 이 신앙은 역사적 예수의 실제성과 영향력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이다. 예수의 사역이 제자들에게 미친 영향력은 역사적 실재로서 인정받아야 하며, 제자들의 삶의 변화는 이 신앙의 진정성을 뒷받침한다.
신앙과 역사적 예수 탐구의 관계
신앙이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거나 왜곡하지 않는다.
최초의 제자들이 보여준 신앙적 반응은 예수의 부활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그들의 신앙은 예수의 실제 가르침과 행위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었다. 부활 후의 신앙이 기존의 신앙을 변화시켰으나, 원래의 신앙 역시 역사적 예수의 이해에 유효한 자료로서 남아있다.
공관복음서 전승의 역사적 신뢰성
복음서의 가르침 전승은 예수 자신과 그의 초기 제자들에게서 비롯된 것으로서 역사적 신뢰성이 있다.
마태복음의 산상설교(마 5-7장)와 누가복음의 평지설교(눅 6:17-49)는 부활 이후의 신앙적 수식이나 관점이 덧붙여지지 않은, 예수의 원래 가르침을 비교적 순수하게 보존하고 있는 예시이다.
이런 자료들은 부활 신앙이 형성되기 이전의 예수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역사적 예수 탐구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Q 자료에 대한 관점
Q 자료의 특징(갈릴리 지역 중심의 농경문화와 관련된 가르침 및 수난 내러티브 부재)은, 그 자료가 예수가 죽기 전 갈릴리에서 이미 형성되었음을 나타낸다. Q 자료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사건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갈릴리 사역 기간 동안 예수가 남긴 본래적 영향력을 잘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마르틴 켈러의 주장과 저자의 입장
켈러는 『소위 역사적 예수와 역사적인 성서의 그리스도』에서 “역사적 예수” 탐구가 역사적으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탐구자의 주관적 관점이 개입된 창작물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저자는 켈러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복음서의 전승에서 나타난 예수의 역사적 영향력을 중시함으로써, 그 안에 진정한 역사적 예수가 반영되었음을 주장한다.
켈러의 주장은 역사적 예수와 역사적인 그리스도(부활 이후의 신앙에서 바라본 그리스도)를 엄격히 구분하지만, 저자는 역사적 예수의 실제적 영향력이 복음서 전승 안에 명확히 남아 있다고 본다.
역사적 예수 탐구의 결론적 함의
신앙적 요소를 완전히 제거한 채 역사적 예수를 찾으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예수의 신앙적 영향력 자체가 가장 중요한 역사적 자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적 예수 탐구는 예수가 실제로 제자들에게 미친 영향력을 바탕으로 예수의 사역과 정체를 이해해야 한다. 종이에 남은 인감의 모양처럼, 예수가 그의 제자들에게 남긴 영향을 통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예수를 식별할 수 있다.
기독교의 기원과 역사를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예수”를 찾는 것이 역사적 예수 탐구의 가장 바람직한 결과가 될 것이다.
역사적 예수 탐구를 지배한 두 가지 전제에 대한 비판
역사적 예수 탐구는 두 가지 잘못된 전제에 기초하여 예수 전승의 기원과 전달 과정을 이해해 왔으며, 이러한 전제들이 역사적 탐구의 결과에 왜곡을 초래했다는 점을 비판한다.
첫 번째 전제: 문학적 의존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
역사적 예수 탐구는 전승의 전달 과정이 철저히 문서의 복사와 편집이라는 문학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가정하였다. 이는 특히 공관복음서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명백히 나타난다.
초기 역사적 예수 탐구는 복음서 내 자료의 원본성을 밝혀내는 데 집중했고, 이를 위해 복음서 간의 문학적 의존 관계를 연구했다. 복음서 자료가 서로 중복되고 편집된 방식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주로 기록된 문서의 직접적 복사나 편집을 통해 설명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대표적인 예로, 공관복음서 문제에 대한 지배적 해결책인 두 문서 가설(마가복음 우선성 + Q 자료)이 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주요 이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스트리터의 네 문서 가설(마가, Q, M, L)도 문학적 의존성의 패러다임을 유지하고 있다.
- 파머나 굴더의 대안적 가설 역시 오로지 기록된 이전 자료의 문학적 편집을 전제한 이론이다.
- 최근 Q 자료 연구조차도, Q 문서를 여러 단계의 편집본으로 나누는 등 문학적 편집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전제의 문제점은 예수 전승이 문학적 틀에 갇혀 본래의 생동감과 실제적 전달 과정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전제: 구두 전승의 본질에 대한 잘못된 이해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흔히 두 번째로 잘못된 전제는 구두 전승이 기록 전승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했다는 것, 혹은 구두 전승이 본래적으로 불안정하여 신뢰할 수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초기부터 복음서 전승의 구전 단계를 인정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본격적인 양식비평(형태비평)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구전 단계는 문서와 비슷하게 고정된 층(layer) 개념으로 오해되었다(대표적 예: 루돌프 불트만). 불트만의 가정은 구전 단계에서도 층층이 전승이 쌓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었는데, 이는 문서의 연속적인 판본 개념을 구전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다른 연구자들은 구전 전승을 너무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것으로 간주하여, 사실상 그 역사적 신뢰성에 의문을 품거나 재구성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보았다.
현대의 일부 연구자들은 기록된 자료만을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구두 전승의 역사적 신빙성을 폄하했다. 이로 인해 초기부터 기록이 존재했어야 한다는 가설(예: 세리 마태의 기록 활동)에 의존했다. 그러나 고대 사회의 실제적인 관행은 오히려 기록보다는 암송과 구술에 더 큰 신뢰를 부여했다는 점이 간과되었다. 고대 세계에서 기록 자료는 분실·파괴·변경 가능성으로 인해 덜 신뢰받았고, 살아 있는 목소리를 통해 전승을 유지하는 것이 더 선호되었다.
두 전제가 초래한 문제점과 심각성
역사적 예수 탐구는 문학적 편집 및 기록된 전승만이 신뢰할 수 있다는 전제에 따라, 예수 전승의 초기 20년 이상 지속된 구전 단계를 효과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현재의 예수 전승과 역사적 예수 사이에는 심각한 단절과 괴리가 생겼고, 연구자들은 역사적 예수에게 접근할 수 있는 현실적 교두보를 세우지 못했다.
문학적 사고의 틀은 15세기 인쇄술 이후 근대적 사고방식에서 기원한 것으로, 이를 고대 전승의 실제 과정에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본질적으로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구전 사회의 실제적 특성과 구전 전승의 전달 과정을 무시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역사적 예수의 본래적 모습을 복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결론적 항변과 대안적 방향성
이 두 가지 전제에 대한 비판을 통해, 역사적 예수 연구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제안한다.
문학적 의존 관계만을 강조하는 사고에서 탈피하여, 구두 전승과 초기 공동체의 실제적이고 다양한 전승 과정을 더 세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구전 전승의 본질과 그 신뢰성을 재평가하여, 구두로 전달된 내용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안정성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보다 신뢰할 만한 역사적 정보를 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초기 예수 전승의 전승화 과정이 갖는 특수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역사적 예수와 현재의 복음서 자료 사이의 괴리를 좁힐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연구자들이 실제 역사적 예수에 더욱 근접할 수 있으며, 전승 속의 예수의 음성을 보다 진정성 있게 재발견할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구전 전승에 대한 재평가와 탐구의 가능성
저자는 역사적 예수 연구가 지나치게 문서 중심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으며, 예수 전승의 구전(oral) 단계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통해 역사적 예수에 대한 보다 정직하고 실질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제안의 핵심
문학적 패러다임의 극복 필요성
- 문서 중심 사고를 벗어나, 구전 전승의 실제성과 신뢰성에 주목해야 한다.
- 구전 단계는 단순한 사전 단계가 아니라 전승의 본질적이고 형성적인 시기이다.
구전 전승에 대한 접근은 가능하다
- 구전 사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비교문화적 연구를 통해 실질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 구전 전승의 특성은 분석과 복원이 가능할 만큼 반복적이고 공동체적이다.
구전 사회와 예수 시대의 맥락
1세기 팔레스타인의 구전 문화적 특성
-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인구는 10% 미만.
- 예수와 제자 대부분은 문맹자였으며, 초기 전승은 구두로 전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구전 공동체의 기능
- 정보를 공동체 기억 속에 저장하고 유지.
- 예: 유고슬라비아 서사시, 아프리카 민담, 중동 구전 문화 등.
구두 전승의 특징 다섯 가지
1. 구전 행위의 사건성
- 읽기와 달리 되돌릴 수 없고, 청중은 실시간으로 수용해야 한다.
- 이러한 특성은 구전 전승에 ‘사건적 진실성’을 부여하며, 문학적 편집 중심 설명을 재검토하게 만든다.
2. 공동체적 성격
- 전승은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 형성 수단.
- 공동체 안에서 반복적으로 상기되고, 재시연된다.
3. 기억 담당자의 존재
- 음유시인, 교사, 장로 등 특정 인물이 전승의 보관자 역할 수행.
- 신약에서 “사도들의 가르침”과 “교사들”의 역할은 이와 일맥상통함.
4. 동일성 내의 변이
- 전승은 본질은 유지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다른 표현으로 전달됨.
- 공관복음서의 유사한 이야기들이 세부사항이나 표현이 다른 이유.
5. 단일한 원본 없음
- 구두 전승에는 문서처럼 ‘초판’에 해당하는 고정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
- 하나의 사건이라도 다양한 목격과 해석을 통해 여러 형태의 전승이 형성됨.
- 예: 달란트 비유(마 25:14-30)와 므나 비유(눅 19:11-27)의 차이.
역사적 예수 전승의 기원에 대한 상상
예수의 가르침과 행위가 공동체적 경험 속에서 언어화되며 전승이 시작된다.
초기 제자들과 교회는 전승을 공동체적 회합에서 반복하며 구체화한다.
갈릴리 전승은 예루살렘 사역 이전의 흔적을 보존하며, 오늘날까지 전달되었다.
전승의 다양성은 본질적이며, 문서에 나타난 차이는 초기 구전의 생동감을 반영한다.
정리: 구전 전승을 통한 역사적 예수 접근 가능성
구전 전승은 역사적 예수와의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진정한 원본”이라는 개념은 신화이며, 다양성과 반복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전승을 읽어야 한다.
현재 복음서에 담긴 예수의 인상은 초기 구전 전승의 산물이며, 이를 통해 예수의 실체에 대한 통찰 가능.
구두 전승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특징을 수용하는 태도가 역사적 예수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역사적 예수 탐구의 전제에 대한 비판 – ‘차별성’ 중심의 접근에 반대
저자는 역사적 예수 탐구가 전제하고 있는 “예수는 그의 유대적 환경이나 신앙의 그리스도와 달라야 한다”는 가정에 반대하며, 예수를 유대적 정황에서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접근이 왜곡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I. 비판받는 잠정 전제 ①
“예수는 유대교 및 동시대 환경과 달라야 한다”는 전제에 대한 반대
잘못된 전제의 논리
예수가 단지 또 한 명의 유대인 교사였다면, 그의 말과 행위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역사적 예수를 찾으려면, 유대교와의 분명한 단절 혹은 대조가 있어야 한다는 접근이 지배적이었다.
이 전제의 기원과 문제점
기독교의 반유대주의적 전통에서 비롯된 역사적 배경이 있다.
-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예수를 유대교의 한계를 넘어선 인물로 조명한다.
- 에르네스트 르낭은 “예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 리츨은 율법 비판을 통해 예수와 유대교 간의 절대적 분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제는 예수와 유대교의 연속성을 무시하거나 왜곡하고, 유대교 자체를 기독교의 예비적 단계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용어의 문제: “후기 유대교”
이 표현은 1세기 유대교를 일종의 종말적 잔여물로 간주하며, 기독교의 도래로 유대교가 폐기되었다는 전제를 반영한다. 이는 단순한 용어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 기독교의 유대교에 대한 모욕적 태도를 드러낸다.
비유사성 기준(Criterion of Dissimilarity)의 문제점
전제의 출현과 의도
유대교나 초기 교회와 유사한 전승은 예수에게서 기원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역사적 예수의 말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유대교나 초기 기독교와 ‘다른’ 말씀이어야 한다는 규칙이 정립된다.
적용의 문제
이 기준은 예수를 당시 유대적 현실에서 인위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시도였으며, 예수를 비배타적 철학자나 윤리 교사로 재구성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짐.
결과적으로, 예수의 말씀이 유대교의 일반적 관심사와 겹치면 배제되는 오류를 범함.
역사적 예수를 찾기 위한 시도들
- 누가 12:8-9의 인자 언급 – 예수의 고유한 자기인식으로 간주 (퇴트, 한)
- 마가 9:1의 임박한 하나님 나라 선포 – 예수의 역사성 지표로 제시 (큄멜)
- 주기도문의 “나라가 임하시오며” – 하나님의 통치를 강조한 독자적 메시지로 해석 (쉬르만)
저자의 비판
이러한 접근은 개별 전승을 절대화하고, 역사적 예수를 단일 구절이나 모티프에 의존해 재구성하려는 잘못된 시도.
이는 거꾸로 세운 피라미드처럼 기반 없는 구조이며, 결국 논쟁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저자의 대안적 주장
1. 예수의 독특성은 유대교와의 연속성 속에서 드러난다.
- 예수를 당대 유대교와 완전히 단절된 존재로 설정하는 것은 반역사적이며 신학적으로도 위험하다.
2. 역사적 예수는 유대교 안에서 기능하며, 그 유산을 재해석하거나 갱신한 인물로 보아야 한다.
- 예수의 가르침은 유대교와의 긴밀한 대화 속에서 탄생했고, 오히려 그 연속성 안에서 고유한 방향성을 드러낸다.
3. 비유사성 기준은 학문적 허구이며, 오히려 유사성과 연속성 안에서 역사적 예수를 이해해야 한다.
- 유대교 및 초기 교회와의 유사성은 예수 전승의 신뢰성 근거가 될 수 있다.
정리
역사적 예수를 찾기 위해 예수를 인위적으로 유대교와 단절시키는 전제는 역사적 왜곡과 신학적 오만을 야기한다.
예수는 유대교의 일부였고, 그 안에서 새로움을 말했으며, 그의 전승은 유대 전통 안에서 자라났고 해석되었다.
그러므로 역사적 예수 탐구는 ‘다름’보다는 연속성과 맥락 속의 독특성을 탐색해야 하며, 이는 더욱 온전한 예수 이해로 나아가는 길이다.
“독특한 예수”가 아닌, “특징적인 예수”를 찾는 탐구로의 전환
저자는 역사적 예수 탐구가 예수를 그의 유대적 맥락에서 인위적으로 떼어내고 ‘비유사성’을 기준으로 진위를 가리는 전제에서 벗어나야 하며, 그 대신 예수 전승의 “특징적인 요소들”에 기반한 접근을 제안한다. 이는 신앙과 역사 모두에 대해 보다 조화로운 해석을 가능케 한다.
I. 기본 전제: “유대인 예수”에서 출발하라
예수는 갈릴리에서 유대교의 전통 안에서 성장했고, 쉐마를 암송하고 안식일을 지키며 토라를 존중했던 경건한 유대인이었다. 예수 전승 내에서 바리새인들과의 논쟁, 십자가형 등 유대 지도자들과의 갈등이 분명하긴 하지만, 유대교와의 연속성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역사적·신학적으로 더 온당하다. E. P. 샌더스, 제임스 찰스워스, N. T. 라이트 등 제3의 탐구 흐름에 속한 학자들과 입장을 공유한다.
▶ 잘못된 질문: “예수는 마지막 유대인인가, 첫 번째 그리스도인인가?”
이분법은 기독교적 우월성과 반유대주의를 전제로 한 역사 왜곡이다. 연속성과 비연속성 모두를 포괄하는 입장이 필요하다.
II. 전환의 초점: ‘독특한 예수’가 아닌 ‘특징적인 예수’를 주목하라
1. “특징적인 예수” 개념
다양한 복음서 자료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전승의 보편적 특징들이 예수 사역의 본질을 반영한다.
특정 사도나 공동체가 아닌, 예수 자체로부터 유래한 전형적 영향력을 추적해야 한다.
2. 특징적인 전승 모티프들
① 언어와 표현 방식
비유(parables)와 격언(meshalim)은 예수의 가장 특징적인 양식이며, 예수 자신의 지혜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아멘” 사용은 예수의 자율적 가르침을 강조하며, “인자” 표현도 예수의 자기 인식을 시사하는 독특한 특징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② 하나님 나라 중심성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선포는 예수 사역의 중심 주제. ‘이미 임한 나라’와 ‘다가올 나라’라는 이중적 강조는 전승 내의 모순이 아니라, 예수의 복합적 강조의 반영이다.
③ 축귀 사역의 강조
예수는 퇴마사로서의 활동을 통해 명성을 얻었으며, 이는 기독교적 전승뿐 아니라 비기독교 문헌(요세푸스, 파피루스 등)에도 나타난다.
④ 갈릴리 중심의 지리적 활동
공관복음은 예수 사역의 거점이 갈릴리였음을 명확히 반영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문서 편집의 결과가 아니라 실제 지리적 배경을 반영한 것.
▶ 핵심 주장
예수의 전형적 모티프들이 곧 역사적 예수의 특성을 반영하며, 특정 전승이 역사적이라는 주장보다는, 반복적이고 특징적인 전승이 예수의 실재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는 관점이다.
III. 전승의 생명력: 기록이 아닌 살아 있는 기억
예수 전승은 유골처럼 고정된 텍스트가 아니라, 살아 있는 전승으로 이해해야 한다. 전승은 신앙 공동체 내에서 기억되고 암송되며, 하나님을 체험하게 하고 예수를 다시 만나게 하는 도구이다.
▶ 예시 1: 주기도문과 성만찬 말씀
이 전승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초기 교회의 예배 행위 안에서 기억되고 반복되며 구전으로 생생히 살아있었다. 다양한 필사본 전승의 차이는 오류가 아니라 사랑받고 널리 사용된 증거이다.
IV. 맺음: 살아 있는 전승 속의 살아 있는 예수
“예수 전승을 살아 있는 방식으로 체험하는 자들”이야말로, 전승의 초기 구전 단계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자들이다. 예수 전승의 특징적 모티프들을 통해 드러나는 “특징적인 예수”는 갈릴리에서 회개를 외치고, 하나님의 권위를 대변하며, 제사장 권위에 도전하고, 로마에 의해 처형된 역사적 실체를 지닌 인물이다. 이 살아 있는 전승은 오늘날까지 신앙 공동체 안에서 예수의 음성을 듣고 따르게 하는 생명력 있는 힘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예수 전승의 특징적 모티프”에 집중함으로써, 역사적 예수를 보다 정확하고 신앙적으로도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제안하며, 전승을 통해 오늘도 살아 있는 예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참고] 제임스 던의 주장과 괘를 같이 하는 주요한 책 중의 하나를 추천합니다.
리처드 보컴 저 ⟪예수와 그 목격자들⟫ (목격자들의 증언인 복음서)가 그것입니다.
제임스 D. G. 던의 《예수를 기억하며》는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복음서 전승의 신뢰성 회복과 공동체의 구술 기억을 강조한 대표작입니다. 그는 “기억된 예수” 개념을 통해, 복음서가 단지 신학적 창작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동체의 기억을 담은 전승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접근은 신학적으로도 깊은 공감을 얻었지만, 여러 학자들—특히 더 급진적 역사비평학자들과 기억이론 비평가들—로부터 다양한 반론을 받았습니다.
제임스 D. G. 던의 주장에 대한 주요 반론 정리
1. “복음서는 공동체의 신뢰할 만한 기억이다” → (아니다) 기억은 왜곡될 수 있으며, 종종 의도적이다
반론 요지:
기억은 단지 보존이 아니라, 선택과 재구성의 과정이다. 공동체의 필요, 위기, 신학적 입장에 따라 기억은 수정되고 강화되며, 때로는 창작되기도 한다.
던은 ‘기억’이 너무 쉽게 역사적 사실과 동일시될 수 있는 것처럼 간주했다.
대표적 비판자: 라파엘 라티스터, 빌스
“‘기억’ 개념은 신학적 안전망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실제로는 비판을 회피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2. “구술 전승은 보존 중심적이다” → (아니다) 구술 문화는 변형과 재해석에 열려 있다
반론 요지:
구술 전승은 내용이 정형화되어 반복되는 특성도 있지만, 동시에 구조적으로 유동적이다. 특히 다양한 공동체 환경에서 전승은 그 공동체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한다.
던은 구술 문화의 ‘보존적 측면’만 강조하고, 변형의 동학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대표 학자: 바트 어만(Bart Ehrman)
“구술 전통은 문서보다 훨씬 더 쉽게 왜곡되며, 초대 교회 안에서 여러 형태로 진화했다.”
3. “복음서의 신학성과 역사성은 양립 가능하다” → (아니다) 신학은 사실을 해석하는 것이며, 때로는 왜곡하기도 한다
반론 요지:
신학적 목적을 가진 복음서는 사건을 해석하여 전하는 것이며, 이 해석이 항상 역사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요한복음은 강한 신학적 구성을 지녔고, 예수의 발언이나 사건들을 신학적 맥락에서 재구성한 흔적이 뚜렷하다.
던은 해석과 사실의 구분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표 학자: 마커스 보그(Marcus Borg)
“복음서가 신앙의 문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역사적 사실과 신학적 재구성의 경계를 구분해야 한다.”
4. “‘기억된 예수’는 역사적 예수에 도달하는 길이다” → (아니다) 그 ‘기억’은 역사적 예수와 본질적으로 다를 수도 있다
반론 요지:
공동체가 기억한 예수는 반드시 실제 역사적 예수의 모습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예수의 죽음 이후, 그를 부활한 주님, 하나님의 아들, 재림할 심판자 등으로 해석했으며, 이러한 해석은 기억의 재구성이다.
따라서 “기억된 예수”는 실제보다 신학적으로 형성된 이상화된 예수일 수 있다.
대표 학자: 존 도미닉 크로산
“공동체의 기억은 항상 현재의 요구에 맞게 과거를 재편한다. 그것이 곧 역사적 진실은 아니다.”
요약
참고 도서:
⟪역사적 예수 논쟁⟫ - 예수의 역사성에 대한 다섯 가지 신학적 관점
로버트 프라이스, 루크 존슨, 존 도미니크 크로산, 제임스 던, 대럴 복 (지은이), 새물결플러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