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Development)에 대한 시스템적 관점
0.
핵심 요약
‘발전(Development)’이란 단순한 양적 팽창이나 외형적 성장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분화와 통합의 수준을 동시에 고양시키는 목적 지향적 변혁 과정이며, 사회 시스템이 스스로와 구성원,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능력과 열망을 확장해 가는 집단적 학습 과정이다. 다시 말해, 발전은 시스템이 자신을 새롭게 조직하고 보다 높은 차원의 질서를 스스로 창출하는 자기 초월의 움직임이다.
전통적인 발전이론들이 지닌 난점은 명확하다. 서구 중심의 시각, 단일 차원적 서사, 그리고 지나치게 결정론적인 인과 구조가 그것이다. 이러한 틀에서는 현실 세계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시스템 관점은 기능, 구조, 과정이라는 세 차원 모두에서 ‘다원성’을 전제함으로써, 기존의 여러 발전이론을 보다 큰 틀 속에서 재위치 시키는 포괄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시스템적 관점에서 발전은 하나의 특정 모델로 환원될 수 없으며, 다양한 이론적 관점들은 모두 복잡한 전체의 일부로 이해된다.
이 관점에서 발전의 핵심 동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열망(desire)’과 그 미래를 실질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능력(ability)’이다. 이 두 요소가 결합될 때 시스템은 자기조직화와 혁신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를 획득한다. 따라서 발전은 성장(growth)과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성장이 환경적 제약에 의해 제한된다면, 발전의 제약은 대부분 시스템 내부에 존재한다. 성장과 달리 발전은 내적 재구성, 즉 시스템이 스스로를 새롭게 이해하고 다시 설계하는 변혁의 과정에 깊이 관련된다.
발전은 혁신, 학습과 적응, 사회화, 참여, 조직화라는 다섯 가지 상호보완적 프로세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프로세스들은 각각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갱신하는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여러 장애 요인에 의해 쉽게 방해를 받는다.
가장 근본적인 장애 요인은,
사회의 핵심 기능 영역—부(wealth), 지식(knowledge), 권력(power), 가치(value), 아름다움(aesthetics)—에서 나타나는 결핍, 불평등한 분배, 불안정성이다. 이러한 1차적 장애 요인들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더욱 복합적인 문제를 낳는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소외, 양극화, 부패, 테러리즘과 같은 2차적 장애 요인들이다. 이들은 시스템 전체의 결속을 약화시키고, 학습과 적응의 과정을 왜곡시키며, 결국 그 사회가 지향하던 발전의 경로 자체를 붕괴시킬 위험을 내재한다.
이 복합적 난제들에 대한 장기적 해법은 단순한 기술적 조치나 정책적 개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발전의 지속 가능성은 다원성을 존중하는 시민 사회의 성숙과 긴밀히 연결된다. 다양한 가치와 관점의 공존을 허용하고, 갈등을 폭력적 충돌이 아니라 창조적 협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이야말로 시스템 발전의 진정한 원동력이다. 결국 발전은 외부에서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내부에서 시민들의 열망과 능력이 만나 스스로를 변혁하려는 에너지로부터 시작된다.
1.
발전이론의 재정의
기존의 주요 발전이론들은 서로 다른 학문적 전통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세 가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서구 중심주의(ethnocentrism)의 문제이다. 많은 발전이론은 서구 사회의 역사적 경험을 곧 발전의 보편적 모델로 간주하며, 이를 다른 지역과 문화에 무비판적으로 투영하는 경향을 지닌다. 이러한 관점은 각 사회가 처한 역사적·문화적 조건의 다양성을 축소하며, 서구적 경험만을 표준으로 삼는 편향을 만들어낸다.
둘째, 단일 차원성(unidimensionality)의 한계가 있다. 발전이론이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 영역으로 분화되면서, 각 분야는 자신이 다루는 핵심 변수—경제학의 물질적 생산량, 정치학의 권력 구조, 사회학의 사회적 통합 등—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그 결과, 발전이라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현상이 특정 단일 요소로 환원되며, 전체 시스템 속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과 다원성이 간과된다.
셋째, 결정론적 관점(deterministic perspective)의 문제이다. 많은 기존 이론은 사회 변혁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선형적으로 전개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발전의 경로가 시간과 환경을 초월해 이미 정해져 있다고 가정함으로써, 실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우발성, 선택 가능성, 그리고 비선형적 변화의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요컨대, 전통적 발전이론들은 복잡한 사회 시스템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실패하며, 단일한 기준과 선형적 서사로 세계를 설명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시스템적 사고는 복잡성, 다원성, 그리고 비결정론적 변화를 포괄하는 새로운 분석틀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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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이론의 전형(typology)
발전이론들은 사회 변화의 원리와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각각 고유한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림의 분류는 이러한 이론들을 구조(structure), 기능(function), 과정(process)이 단일한가 혹은 다원적인가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이 틀을 통해 발전이론들이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변화의 메커니즘을 해석하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먼저 ➊구조의 단일성(Singularity of Structure)을 전제로 하는 이론들은 사회의 기반이 되는 구조적 원리가 하나의 중심축으로 수렴한다고 본다. 이 범주 안에서 기능과 과정도 단일한 것으로 보는 ①고전적·신고전파(Classical Neo-classical)는 시장이라는 단일 구조에서 효율성이라는 단일 기능이 작동하며 균형을 향해 나아가는 단일 과정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구조는 단일하지만 과정은 다원적이라고 보는 ②행동주의(Behaviorism)는 사회 과정의 다양성은 인정하되 구조적 틀은 단순한 것으로 간주한다. 기능이 다원적이라고 보는 부류에서는 ③구조기능주의(Structural Functionalism)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사회를 하나의 통합된 구조로 보면서도, 그 사회가 수행해야 하는 기능은 다양하다고 본다. 과정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규범적인 방향으로 흐른다고 가정한다. 반면 ④일반체계이론(General Systems Theory)은 구조는 하나의 전체적 시스템으로 이해하면서도 기능과 과정의 복잡성을 폭넓게 인정하며, 사회를 상호연결된 요소들의 다층적 작동체로 본다.
다음으로 ➋구조의 다원성(Plurality of Structure)을 전제로 하는 이론들은 사회가 여러 구조적 층위(경제·문화·정치 등)의 상호작용에 따라 움직인다고 본다. 이들 중 ⑤정통 마르크스주의(Orthodox Marxism)는 구조는 다층적이라 보지만 역사 발전의 기능적 목적은 ‘계급해방’이라는 단일한 목표로 수렴한다고 이해한다. 과정 또한 단선적으로 전개되는 계급투쟁의 역사로 설명한다. 반면 ⑥급진적 인본주의(Radical Humanism)은 다양한 구조와 다원적 과정을 인정하면서도, 인간 해방이라는 단일한 목적성을 강조한다. 구조와 기능 모두를 다원적으로 이해하는 이론들은 복잡성과 다층성을 가장 넓게 받아들이는 부류이다. 이 중 ⑦신좌파(New Left)는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구조적 변수들을 강조하며 변화 과정은 단일한 변혁의 흐름을 갖지만, 그 원인과 표현은 매우 복합적이라고 본다. 가장 다원적 관점을 취하는 ⑧목적지향 시스템(Purposeful Systems)은 구조, 기능, 과정 모두가 다층적·복합적이며 시스템 내부 주체들이 목표를 설정하고 조정하며 사회 변화가 만들어진다고 해석한다. 이는 최근의 복잡계 이론이나 조직 변화 이론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요약하면, 이 도표는 다양한 발전이론들이 사회 변화를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구조·기능·과정의 단일성—다원성의 좌표계 위에서 체계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하는 틀이다. 어떤 이론은 사회를 단일한 메커니즘으로 이해하고, 다른 이론은 복잡한 상호작용의 네트워크로 본다. 각각의 발전이론이 가진 철학적 전제와 설명 방식의 차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론적 지도라고 할 수 있다.
2.
발전에 대한 시스템적 접근
시스템적 관점에서 발전은 두 가지 상반된 경향—분화와 통합—이 동시에 고양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목적 지향적 변혁 과정이다. 발전은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복잡성과 질서, 자율성과 결속, 창조성과 안정이라는 힘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보완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체계를 만들어가는 운동이다.
먼저 분화(differentiation)는 예술적 지향성과 맞닿아 있는 원리로, 겉으로는 유사해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시스템의 복잡성을 증가시키며 다양성과 자율성을 확장한다. 나아가, 기존 구조를 넘어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형태발생(morphogenesis) 즉, 창발적 변화의 동력을 제공한다.
반면 통합(integration)은 과학적 지향성을 반영하는 원리로, 서로 다른 요소들 사이에서 공통성과 규칙성을 발견하여 질서를 구축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집단적 응집력과 안정성을 강화하며, 시스템이 기존 형태를 유지하고 지속성을 확보하도록 돕는 형태유지(morphostasis) 기능을 수행한다.
이 두 경향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전제하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분화가 아무리 창조적 에너지를 제공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통합이 없다면 시스템은 복잡성을 감당하지 못하고 쉽게 혼돈으로 붕괴될 수 있다. 반대로 통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구조는 안정되지만 경직되고 무기력해져, 결국 새로운 분화를 요구하는 압력이 내부에서부터 발생한다.
사회는 이러한 두 경향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진동하며 균형을 조정한다. 정치적 맥락에서 보면, 좌파와 우파의 주기적 정권 교체는 분화와 통합의 사회적 요구가 번갈아 부상하는 하나의 표현이다. 한쪽 경향이 과도하게 힘을 얻어 문화적 경계를 넘어서려 할 때에는, 그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강한 반작용이 일어나고, 이는 종종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촉발한다. (e.g.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역설했던 리영희 선생의 사상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결국 발전은 분화와 통합이라는 두 흐름의 긴장 속에서 이루어지는 동적·비선형적 과정이며, 이 둘의 균형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회는 더욱 성숙한 형태로 자신을 재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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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은 단순히 외부 조건이 개선되거나 자원이 늘어난 결과가 아니라, 열망(desire)과 능력(ability)이라는 두 가지 내적 주체가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변혁의 과정이다. 이 두 요소가 균형 있게 결합될 때 비로소 시스템은 자신을 재구성하고 더 높은 수준의 질서와 복잡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선 열망(desire)은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공유된 비전에서 비롯된다. 창조적이고 즐거운 상호작용 속에서 강화된 이 비전은 현재 상태에 대한 건설적 불만족을 낳고, 공동체로 하여금 더 도전적인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동기를 제공한다. 열망은 단순한 희망이나 욕구가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실체적 이미지로 그려내고 이를 공동의 지향점으로 삼는 집단적 상상력이다.
반면 능력(ability)은 시스템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이해하고, 통제하며, 필요할 때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즉, 열망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제시한다면, 능력은 “어떻게 갈 것인가”를 가능하게 하는 실천적 기반이다. 그러나 능력만으로는 발전을 보장할 수 없다. 공동의 미래상이 부재한 상황에서 능력은 방향성을 잃고, 사회적 좌절은 오히려 파괴적 에너지—증오, 분노, 냉소—로 전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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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성장(growth)과 발전(development)의 구분이 중요해진다.
성장이 환경적 제약—자원, 시장, 지리적 조건—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면, 발전의 제약은 대부분 시스템 내부에 존재한다. 발전은 물리적 팽창이 아니라 내적 구조의 재조정, 관계의 재구성, 집단학습의 고도화와 같은 질적 변화에 더 가깝다.
발전은 다섯 가지 상호보완적 프로세스가 함께 작용할 때 비로소 실질적 궤도에 오른다.
1) 혁신 – 새로운 해결책과 대안을 창출하는 과정
2) 학습 및 적응 – 변동하는 환경 속에서 경험적 통찰을 체화하는 과정
3) 사회화 – 구성원 간 가치를 공유하고 상호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
4) 참여 – 의사결정과 실행 과정에 구성원이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과정
5) 조직화 – 시스템의 구조를 목적에 맞게 정렬하고 에너지를 배분하는 과정
이 다섯 가지 프로세스는 표면적으로는 상충적으로 보이는 목표 즉, 자유와 안보, 안정과 변화, 생산과 분배가 상호 배타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시스템적 관점에서 볼 때, 발전은 이러한 이중적 목표들을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차원에서 동시 달성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재설계하는 능력의 고도화이다. 이 점에서 발전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더 성숙한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3.
발전의 장애 요인
발전의 장애 요인은 1차적 장애 요인과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2차적 장애 요인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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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alienation)는 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시스템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음에도, 그 시스템을 떠날 수 없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발생하는 내적 긴장 상태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감정이 아니라, 시스템과 개인 사이의 관계가 제대로 정렬되지 못할 때 나타나는 구조적·심리적 현상이며, 여러 유형의 결핍과 충돌에서 비롯된다.
첫째, 무력감은 구성원이 집단의 성과에 자신이 기여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어떤 영향을 행사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할 때 발생한다. 자신의 행동이 결과에 아무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고 여기는 순간, 참여 동기는 급격히 약화된다.
둘째, 역할 부재는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역량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결핍을 넘어, 반복적인 실패 경험과 과도한 불안을 유발하며 결국 시스템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상실하게 만든다.
셋째, 무의미함은 삶의 창조적·오락적 측면에 대한 감수성이 무뎌지고, 일상의 활동이 더 이상 가치나 즐거움을 제공하지 못할 때 생겨난다. 이는 목적과 의미를 잃은 상태로, 개인의 내적 동력 자체가 고갈되는 현상이다.
넷째, 착취는 시스템이 성과를 공정하게 분배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 자신의 몫이 정당하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인식은 불신을 강화하고, 결국 시스템 자체에 대한 적대감을 키운다.
마지막으로, 가치 체계의 충돌은 서로 다른, 때로는 상호 배타적인 가치 체계를 가진 두 공동체에 동시에 속해야 할 때 나타난다. 이는 소속감의 균열을 초래하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 없는 딜레마에 개인을 몰아넣는다.
이처럼 소외는 단순한 심리적 문제를 넘어, 시스템이 구성원의 가치·역할·능력·보상 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발생하는 복합적 현상이다. 따라서 소외를 해결한다는 것은 개인을 교정하는 일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구성원을 어떻게 품고 조율하느냐의 문제를 재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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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Polarization)
상충하는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집단이 극심하게 양극화되는 현상은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파괴적인 장애물 중 하나이다. 이는 종교적 경향과 세속적 경향, 좌파와 우파의 대립 등으로 나타나며, 어느 한쪽도 다른 쪽의 협력 없이는 통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효율성을 저해할 만큼 강력한 교착 상태를 초래한다. 이러한 상황은 ‘이상 국가’를 절대적 기준으로 전제하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접근에서 비롯된다. 반면, 시스템 관점은 이상이 고정된 모델이 아니라 시대적 현실을 반영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움직이는 목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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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Corruption)
부패는 단순히 가치 시스템의 오작동이 아니라, 권력·부·지식의 생성과 분배 과정에 내재한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되는 2차적 장애 요인이다. 특히 장애 요소를 제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 장애 요소로부터 이익을 얻는 상황에서 병리적 현상이 발생한다. 관료제는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더 많은 인력과 권한을 확보하게 되므로, 이러한 병리적 조직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찰스 핸디는 기업이 단기적인 주가 성과에 대한 극심한 압박을 받을 때 비윤리적 행동이 유발되며,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이사회가 사실상 경영진에 의해 임명되는 지배구조의 결함을 지적하면서 현대 기업의 부패 문제를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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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즘 (Terrorism)
테러리즘은 평화로운 국제 질서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심각한 장애물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현상은 빈곤, 무력감, 차별, 증오, 광신 등 다양한 1차적 장애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며 발생하며, 세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다.
테러리즘의 목적은 크게 복수, 도움 요청, 이념 전쟁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 복수: 오클라호마 시티 폭탄 테러와 같이 무작위적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보복적 행위이다.
- 도움 요청: 부당한 정치·경제적 환경 속에 놓인 사람들이 정상적인 경로로는 무력감과 억압을 해소할 수 없을 때 표출되는 절박한 투쟁이다.
- 이념 전쟁: 세속 좌파의 급진주의나 종교적 근본주의가 자신들의 가치 체계를 대중에게 강요하기 위해 무작위적 폭력을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이다.
특히 공산주의 붕괴 이후 형성된 이념적 공백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근본주의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의 대소련 정책—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을 지원·육성한 사례 등—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이념 전쟁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였으나, 결과적으로 이들의 성장을 의도치 않게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이들 중 일부는 반미주의를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삼으며 테러리즘으로 전환되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국제 사회가 초당파적으로 시민 사회의 형성과 발전을 지원하고, 세계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시민 사회의 수용을 요구하는 데 있다. 시민 사회는 특정 종교나 이데올로기를 지지하지 않는 세속 국가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며,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다원주의적 질서의 기초를 제공한다.
정리해 보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발전'은 효율성이나 성장과는 구별되는 시스템적 세계관의 핵심 개념이다.
결론적으로,
사회의 발전이란 통합과 분화, 질서와 복잡성이라는 서로 다른 원리가 만들어내는 긴장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한 번의 해답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재조정하며 다시 배우는 끝없는 학습의 과정이다.
발전은 누군가의 영웅적 결단이나 단일한 정답으로 완성되는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속한 시스템을 성찰하려는 개인의 노력, 그리고 더 나은 구조를 향해 멈추지 않고 혁신을 모색하는 조직의 실천이 맞물릴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결국 진정한 발전이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꾸준히 발걸음을 내딛을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는, 열린 여정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참고자료
1. Systems Thinking: Managing Chaos and Complexity, A Platform for Designing
Business Architecture, Jamshid Gharajedaghi,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