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방법론: 총체적 사고(Holistic Thinking)
핵심 요약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에는 E2E(End-to-End) 방식이 있습니다. 테슬라가 대표적으로 채택한 이 방식은 카메라와 레이더 등 센서가 수집한 모든 입력값을 하나의 통합된 AI 모델이 받아들여 조향·가속·제동 같은 제어 명령까지 직접 산출하는 기술입니다.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이 인식–판단–제어를 분리된 모듈로 규칙 기반 코드에 따라 처리해 왔다면, E2E는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AI 네트워크가 학습하고 실행함으로써 인간 운전자의 직관적 판단 구조에 훨씬 가까운 추론적 주행을 구현합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제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러한 복합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마치 자율주행차가 E2E 모델을 통해 방대한 변수와 상황을 통합적으로 학습・추론・판단・행동해야 하듯, 우리 역시 기존처럼 문제를 잘게 쪼개 규칙으로만 파악하는 ‘분석적 사고’에만 의존해서는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을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제기되는 대안이 시스템 방법론(Systems Methodology)입니다.
중요한 점은, 시스템 방법론이 분석을 부정하거나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분석적 사고가 놓치고 있는 영역을 사회문화적 시스템(Sociocultural Systems), 총체적 사고(Holistic Thinking), 운영적 사고(Operational Thinking),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라는 네 가지 기반 위에서 보완하려는 접근인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지금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은 총체적 사고입니다. 총체적 사고란 어떤 현상을 이해할 때 단순히 요소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Structure), 기능(Function), 과정(Process)이 맥락(Context) 속에서 어떻게 연결·작동하는지를 함께 바라보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한 번의 관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찰과 통합을 반복하며 전체를 재구성해 가는 탐구 과정인 것입니다. 즉 부분을 모아 전체를 만든다기보다, 전체를 보면서 부분의 의미를 다시 조정한다는 접근에 가깝습니다.
이 총체적 사고를 실제 사회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 다섯 가지 상호의존적 차원이 제시됩니다. 바로 부(Wealth), 권력(Power), 지식(Knowledge), 아름다움(Beauty), 가치(Values)입니다. 사회의 모든 현상은 이 다섯 축이 서로 얽히고 상호작용한 결과이며, 이는 기존의 경제·정치·문화·교육 같은 카테고리보다 훨씬 더 유기적이고 입체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접근이 제안하는 가장 중요한 전환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져 왔습니다. 생산이냐 분배냐, 중앙집권이냐 지방분권이냐, 경쟁이냐 협력이냐와 같은 선택지 말입니다. 그러나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관계는 ‘또는(or)’이 아니라 ‘그리고(and)’로 존재해야 전체가 온전히 작동합니다. 선택을 강요하던 틀에서 벗어나 상호보완적 해법을 찾는 순간, 제로섬을 넘어서는 윈-윈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복잡한 세계가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오히려 이 다층적 상호작용을 억지로 ‘둘 중 하나’의 틀에 가두어 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시스템 방법론이 우리에게 던지는 통찰은 분명합니다.
현상의 복잡함은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연결을 발견할 기회라는 것이고 그 연결을 읽어내는 능력, 바로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사고의 힘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보시죠.
0.
전체를 보는 지혜
‘시스템 사고’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복잡하고 학술적인 이론부터 떠올리기 쉽죠. 그러나 실제로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더 깊고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누구에게나 필요한 관점입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관점을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것입니다.
많은 분이 ‘장님과 코끼리’ 이야기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여러 장님이 코끼리의 각기 다른 부분을 만지고는 자신이 느낀 것만이 진실이라고 주장합니다. 다리를 만진 이는 코끼리를 ‘기둥’이라 하고, 꼬리를 만진 이는 ‘뱀’ 같다고 말하지요. 서로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도 이런 상황은 종종 되풀이됩니다. 각자가 자신의 시야에서는 날카롭게 분석해 내지만, 그 조각들을 하나의 전체 비전으로 종합하는 방식이 부재할 때, 우리는 전체는커녕 파편화된 주장들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좌절하게 됩니다.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 문제의 해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대상을 더듬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조차 어둠 속에 있어 그 무엇도 설명해 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부분을 만지며 추론을 시도하지만, 결국 그 전체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그때 한 사람이 ‘빛’을 들고 나타납니다. 빛이 비치자 사람들은 자신들이 더듬고 있던 것이 바로 거대한 코끼리였음을 한순간에 이해합니다.
이때의 빛은 ‘방법론’을 상징합니다. 복잡한 현실이라는 어둠 속에서, 심지어 안내자마저 길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전체를 비로소 보게 해주는 명확한 도구입니다. 이 글이 다루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 빛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세상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를 부분이 아닌 ‘전체’로 볼 수 있을까?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탐구입니다.
1.
어떻게 전체를 볼 것인가
이제 우리는 전체를 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세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구체적인 '프레임워크'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지도이자, 흩어진 조각들을 꿰어 맞출 수 있는 단단한 네 개의 기둥입니다. 이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는 것은 전체를 보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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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우리는 세 가지 주요한 사고방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대상을 잘게 쪼개어 그 구조를 파악하는 '분석적 사고'는 고전 경영학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대상이 만들어내는 기능과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종합적 사고'는 신고전 경영학의 핵심 도구였죠. 그리고 그 기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과정을 추적하는 '역동적 사고'는 품질관리 운동의 동력이었습니다. 이들은 각각 눈부신 성과를 냈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각각만으로는 전체를 온전히 보는 데 실패했습니다. 현상의 한 단면만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고전 과학은 '하나의 구조가 하나의 기능만을 낳는다'는 인과관계 위에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시스템 사상가인 러셀 애코프(Russell Ackoff)는 이것이 현실의 복잡성을 설명하기에 얼마나 불충분한지를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사례 1: 교육 시스템이라는 하나의 '구조'는 본래 기능인 '지식 전달' 외에도 '아이 돌봄'이나 사회 진출 시기를 늦추는 '완충' 같은 전혀 다른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사례 2: '운송'이라는 하나의 '기능'은 기차, 비행기, 자동차 등 전혀 다른 여러 '구조'를 통해 달성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결과로 직선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구조, 기능, 과정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세상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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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필수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네 개의 항목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만들고 서로에 의해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관계 속에 있습니다.
- 구조(Structure):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그들의 관계는 무엇인가?
- 기능(Function): 시스템이 어떤 결과나 산출물을 만들어내는가?
- 과정(Process): 그 결과를 어떻게, 어떤 순서와 노하우로 만들어내는가?
- 맥락(Context): 이 시스템이 놓여 있는 더 큰 시스템, 즉 고유한 환경은 어떠한가?
이 네 가지는 서로를 보완하며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만들어내는 상호의존적인 기둥과 같습니다. 이들은 순환적 관계에 있어 어느 하나가 먼저라고 말할 수 없으며, 반드시 동시에 존재해야 합니다.
이 개념을 우리의 '심장'에 적용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심장의 기능은 온몸에 피를 공급하는 '펌프'입니다. 이 펌프의 구조는 네 개의 심방과 판막, 동맥과 정맥 등으로 이루어져 있죠. 그리고 그 과정은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고 이완하며 혈액을 밀어내고 빨아들이는 활동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은 우리 몸의 순환계라는 더 큰 맥락 속에서만 의미를 가집니다. 이 네 가지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전체 시스템으로 볼 때, 비로소 우리는 심장을 단순한 근육 덩어리가 아닌, 생명을 유지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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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네 가지 기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정답은 '반복(iteration)'에 있습니다. 철학자 싱어(Singer)가 말했듯이, "진실은 총체적 탐구의 시작이 아니라 끝에 놓여 있다." 이는 우리가 미리 존재하는 진실을 단번에 발견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오히려 "현실은 학습되기 위해 먼저 가정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먼저 가설을 세우고 구조, 기능, 과정, 맥락이라는 네 기둥을 끊임없이 되짚어보는 반복적인 탐구를 통해 점진적으로 전체에 대한 이해를 쌓아갑니다.
이 과정은 마치 '역 줌 렌즈'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심장을 보다가, 점차 렌즈를 뒤로 당겨 순환계를 보고, 더 나아가 몸 전체라는 더 큰 시스템의 일부로서 심장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야를 계속 넓혀가다가 더 이상 새로운 통찰이 나오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전체를 보는 '방법'을 손에 쥐었습니다. 다음에서는 이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우리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어떻게 들여다볼 수 있는지, 즉 무엇을 '볼'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
사회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렌즈
1부에서 논의한 네 가지 기둥이라는 방법론은 강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사회 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알려주는 렌즈가 필요합니다. 이 렌즈는 사회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핵심 차원, 즉 부(Wealth), 권력(Power), 지식(Knowledge), 아름다움(Beauty), 가치(Value)입니다. 놀랍게도, 이 프레임워크를 만든 사상가들조차 처음에는 각자에게 너무나 당연했던 차원을 놓쳤습니다. 저자는 '아름다움'을, 그의 동료 애코프는 '권력'을 간과했죠. 이는 이 차원들이 얼마나 근본적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다섯 가지 렌즈를 통해 1부의 프레임워크를 적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사회가 겪는 문제들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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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Wealth)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은 왜 항상 '성장이냐 분배냐'는 막다른 길에 부딪힐까요?
시스템 사고는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우파적 관점은 부의 창출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좌파적 관점은 공정한 분배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이 두 관점은 각각 사회의 양극화 또는 빈곤의 평등이라는 문제로 귀결되기 쉽습니다.
시스템적 관점은 이것이 '이것이냐 저것이냐(or)'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과 저것 모두(and)'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부의 창출과 분배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효과적인 생산 없이는 나눌 부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부가 제대로 분배되어 지속적인 구매력이 없다면 생산 역시 지속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 계산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실업률이 높은 부문에서 기업이 지급하는 급여를 단순히 '비용'으로만 보지 않고, 고용 창출이라는 긍정적 '산출물'로 간주하는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기업에 세금 공제 혜택을 준다면, 기업은 고용을 늘릴 동기를 얻습니다. 정부는 실업수당 지출을 줄이고 세수(소득세 등)를 확보하며, 새로 고용된 개인은 소득을 얻어 소비를 늘립니다. 이는 정부, 기업, 개인 모두에게 이로운 '상생(win-win)' 구조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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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Power) 역시 '중앙집중이냐 분산이냐'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습니다. 권력이 집중되면 조직은 질식하고, 포기하면 혼란이 옵니다. 이 딜레마를 푸는 열쇠는 권력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데 있습니다. 권력을 남을 '지배하는 힘(power-over)'이 아니라,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하는 힘(power-to-do)'으로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권력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지식처럼 복제될 수 있는 것이 됩니다.
진정한 권한 부여(empowerment)는 권력을 파이 조각처럼 나누는 것(sharing)이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의 목표와 방향성에 대한 의사결정 기준을 공유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두 명의 상사 이야기를 통해 이 개념을 쉽게 이해해 보죠. 첫 번째 상사는 분권화를 약속하며 '결과만 가져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기에 그는 점점 불안해지고, 결국 사사건건 개입하며 분권화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반면 두 번째 상사는 어떤 일을 지시할 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항상 설명해 줍니다. 당신은 점차 그이의 의사결정 기준과 가치 체계를 이해하게 되고, 어느 날 그이가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먼저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게 됩니다. 상사가 "훌륭해요!"라고 답하는 순간, 진정한 권력 분산과 권한 부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효과적인 의사결정 기준으로는 다음의 네 가지 속성을 가져야 하겠죠.
- 자유도: 의사결정자에게 유연성과 학습의 여지를 허용할 만큼 충분히 넓어야 합니다.
- 일관성: 서로 모순된 성과 기준을 제시하여 구조적 갈등을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생산 부문과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하는 영업 부문 사이에 필연적 갈등을 만드는 것과 같은 상황을 피해야 합니다.
- 명시성: 기대되는 결과와 그 기저의 가정들을 명확히 드러내야 합니다.
- 합의: 구성원들이 그 기준에 대해 이해하고 동의하여 집단적 헌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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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Beauty)이라는 차원은 단순히 예술이나 미학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존재의 '정서적 측면'이며, 한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흥분과 헌신, 그리고 강한 소속감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입니다. 생물학자 마투라나는. "인간 역사는 자원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 인도된다"라고 통찰한 바 있습니다. 철학자 존 듀이는 "감정은 공중의 인식을 형성하는 데 있어 이성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을 이야기했다면, 아름다움은 사회를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심장'과 같습니다.
사회 시스템에서 개인이 소외되지 않고 진정한 구성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입니다.
- 역할(Role):
개인은 자신의 기여가 공동체의 성과에 중요하다고 느껴야 합니다.
자신의 역할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역할의 부재’는 곧바로 무관심과 소외로 이어집니다.
- 교환 시스템(Exchange System):
개인의 이익 추구가 공동체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조직이 구성원을 위하지 않으면, 구성원 역시 조직을 위하지 않습니다.
- 암묵적 위협 체계(Implicit Threat System):
공동체의 생존에 명백히 해가 되는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규칙이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개인들은 비로소 그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서 소속감과 헌신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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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지식(Knowledge)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정보를 쌓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3차원적 학습 시스템'을 통해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자기주도적 학습자가 되는 능력에 있습니다.
- 학습하는 법을 배우기 (Learning to learn): 기존의 낡은 지식을 버리고('잊기'),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여('다시 배우기')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는 능력입니다.
- 존재하기 위해 배우기 (Learning to be): 단순히 '어떻게' 할 것인가를 넘어 '왜' 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이것은. '신성시된 가정(sacred assumptions)'에 의문을 제기하는 용기이며, 역사가 보여주듯. '문화적 정체(cultural stagnation)'가 국가의 쇠퇴에 선행한다는 사실을 경계하는 지혜입니다.
- 행하기 위해 배우기 (Learning to do): 분절된 전문 지식을 서로 연결하여, 실제 세상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은 '점점 더 적은 것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아는' 함정에 빠져, 자신의 지식을 더 넓은 맥락과 연결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정한 지식은 맥락 속에서 다른 부분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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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가치(Value)와 선택권을 가진 개인들이 모인 사회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놀랍게도 시스템적 관점에서 갈등은 없애야 할 악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사회의 증거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며, 핵심은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인간·조직·사회 시스템에서 두 주체 간의 관계는 ‘목표(ENDS)’와 ‘수단(MEANS)’의 조합에 따라 네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즉, 우리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는 원하는 목적이 서로 같은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식이 서로 같은지에 의해 결정된다.
이 도표는 관계를 구조적으로 분류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시스템적 사고의 핵심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죠.
① 갈등(Conflict)은 수단(MEANS)과 목적(ENDS)이 모두 충돌할 때 발생합니다.
② 경쟁(Competition)은 목표가 다르더라도 룰(수단)이 같으면 건강해질 수 있죠.
③ 목표가 같더라도 수단이 다르면 연합(Coalition) 단계에서 갈등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④ 진정한 협력(Cooperation)은 목적과 수단 모두가 조화될 때 가능하게 됩니다.
여기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울러 갈등을 '해소'하는 핵심 기술은 문제의 틀 자체를 바꾸는 '재개념화(reconceptualization)'를 통해 양측 모두가 승리하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갈등을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는 갈등하는 두 주장이 사실은 더 높은 수준의 공유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수단일 수 있음을 깨닫고, 바로 그 공유된 상위 목적을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과 '보존'의 갈등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더 높은 목적 아래에서 상생의 길을 찾는 경쟁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세계관을 넘어설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 렌즈—부, 권력, 지식, 아름다움, 가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을 함께 고려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3.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
우리는 지금까지 세상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이 여정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세상의 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것이냐 저것이냐'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1부에서 우리는 '구조, 기능, 과정, 맥락'이라는 네 가지 기둥을 통해 전체를 보는 방법론적 틀을 배웠습니다. 2부에서는 이 틀을 가지고 우리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부, 권력, 지식, 아름다움, 가치'라는 다섯 가지 렌즈를 얻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통합하여, 상호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세상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것, 이것이 바로 '전체를 보는 지혜'의 본질입니다.
우리가 오늘 얻은 이 새로운 관점은 단순히 지적인 유희에 그치면 안 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일터에서, 공동체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직면한 문제들을 더 현명하게 진단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용적인 도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어둠 속 코끼리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빛이 있습니다. 그 빛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1. Systems Thinking: Managing Chaos and Complexity, A Platform for Designing
Business Architecture, Jamshid Gharajedaghi,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