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그리고 동아리축제.
매일 잔소리를 합니다.
“쓰레기는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편식하지 말고,
밥은 좀 더 많이 먹고,
시간 약속은 좀 더 잘 지키자.
서로 싸우지 좀 말으렴.
예쁜 말만 쓰면 얼마나 좋을까..”
끝도 없이 잔소리를 하는데, 돌아서면 까먹으니까 또 하고 또 하고, 지칠 새도 없습니다.
어떨 때는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니, 조금 전에 이야기를 했는데, 어떻게 돌아서자마자 까먹을 수가 있는지..
그래서 매번 잔소리를 합니다.
그런 와중에 오늘은 간디동아리제가 있는 날입니다.
학기가 시작된 지 두 달 여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으니까, 동아리 연습도 그 정도 했겠네요.
그런데 저는 또 잔소리를 해야 하나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당장 공연을 해야 하는 데 연습이 잘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아이들이 연습을 잘 안 하니까 걱정스런 마음에 또 한마디, 두 마디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싫겠어요.
잔소리가 얼마나 듣기 싫은 건지 다들 알잖아요. 저도 듣고 싶지 않은걸요. 그렇지만, 교사니까 아이들에게 필요한 말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사랑이 가득한 잔소리만 하고 싶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간디 동아리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산청간디학교의 동아리제는 아이들이 기획하고, 아이들이 준비하고, 아이들이 공연하고, 아이들이 노는, 학생들이 중심이 된 학교의 축제입니다.
동아리제의 무대를 꾸미는 것도 온전히 아이들이 서로 기획하고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아이들 스스로 꾸민 무대에서 아이들이 몸짓공연, 댄스, 밴드공연, 그리고 음악을 틀어놓고 다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는 클럽데이 시간까지.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서로가 준비한 공연을 함께 나누고, 함께 손뼉 치며 환호합니다.
...
왜 잔소리를 했을까요.
그저 마냥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데,
아이들이 행복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는 저는
더더욱 행복해집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저 저까지 신이 납니다.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인데 말이예요.
얼마나 웃었는지, 너무 웃어서 볼이 아픕니다.
동아리제 내내 웃고 환호성을 지르느라 목은 쉬었고, 얼굴에는 경련이 오는 줄 알았습니다.
사랑이 가득해지는 마법 같은 순간.
이렇게 또 사랑에 빠집니다.
잔소리를 좀 더 줄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