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JOB Jun 24. 2024

흔적 3

이별의 흔적

얼마 전, 운동하면서 오래 뵙기는 했지만 큰 교류는 없었던 형님과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 항상 웃으면서 인사를 먼저 건네어주시고 , 긍정의 기운이 뿜뿜 넘치는 회원분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대회 준비를 위해 연습을 하면서 말을 트게 되었는데 ,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제안해 주셨다. 20대 아이들은 어설픈 변명(?) 거리를 만들며 불참하였고 어떻게 하다 보니 , 관장님/나/형님 3명의 숨 막히는 자리가 되었다. 


관장님이라고 해봤자 원래 알았던 형인지라 어색함은 없었으나 , 13살 형님과의 자리는 어색함을 떠나 , 구석에 처박아 놨던 '친절함/사회성'이라는 가면을 써야 하는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호구조사부터 시작이 된다. 


나이는 어떻게 되냐 , 

무슨 일 하냐 , 

학교는 어디 나왔냐,


큰일 났다. 

중/고등학교 선배다. 


자리가 더욱 화기애매하게 느껴진다. 


그러다 , 결혼 이야기로 흘러갔다.  

내일모레 50대를 바라보시지만 ,

결혼을 안 하셨다고 한다. 

솔로예찬이 시작된다. 

결혼을 못하신 게 맞는 거 같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연인을 마지막으로 연애를 안 한다고 하신다. 


자세한 이유를 물어보자 " 그녀와의 비밀"은 관뚜껑까지 가져가겠다 하신다.

그녀와 행복했던 한 때의 사진을 보여주셨다. 


익숙한 이목구비, 

의도치 않게 나는 형님이 관뚜껑까지 가져가겠다는 비밀을 알아차려버렸다


 


그녀는 아팠고 , 떠났다.  



둘이서 2차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 

형님이 나에게 묻는다. 그녀를 아냐고 

나도 모르는 새에 가면이 벗겨지고 말았던 것인가...


알았던 '누나'라고 이야기했다. (정확히는 그녀의 가족을 다 안다.) 

그는 멍하니 천장의 조명을 바라본다.

약간의 침묵이 이어진다.

그러고 이야기한다. 


참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 


어떤 말을 이어가야 할까. 고민이 된다.


네 맞아요.  

  


  





작가의 이전글 의류창업이 목적이라면 필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