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천추의 한 통한의 부도로 넘어지다.

by 책책강

한성스쿨 학원FC는 개인별 진단 평가․분석․대책을 수립해주는 시스템 차별화로 시장을 앞서 나갔다.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단해 주듯이 당시 온라인 진단학습은 혁신적인 시스템이었다. 오프라인 디스켓 학습방식에서 데이콤전산망 연결 온라인 학습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파급 효과는 대단했다. 회원수도 늘고 학부모 호응도 매우 높았다. 하지만 잘 나가던 디스켓 방식에서 온오프라인 과도기 학습과정을 건너 뛰어 온라인 시스템으로 급격하게 전환하면서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회사 사활을 걸고 추진한 온라인 시스템 개발에 발목히 잡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결국 부적절한 융통어음 사용과 맞물려 1995년 3월 24일 천추의 한을 남기는 통한의 부도를 냈다. 리더가 시장 선점만 생각하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달성하려는 과욕과 자만에 따른 시행착오이자 대참사였다. 경험하지 못한 모르는 길을 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회사가 부도에 이르게 된 원인은, 학원FC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단계적이고 점진적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 시스템 전환의 급격한 변화가 화근이었다. 또한 회사의 안정적 경영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도한 신제품 개발이 있었다. 무엇보다 융통어음 사용 등 주도면밀한 재무경영 리스크 관리 부재가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첫째, 디스켓 학습방식에서 한꺼번에 전환한 온라인 시스템 개발 시행착오였다. 3년 여에 걸쳐 과도한 개발비가 투자되고, 데이콤 전산망 확대는 기술상 문제로 난항을 반복해서 겪었다. CEO는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신뢰하고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둘째, 수익성과 연계 고려치 않는 과도한 신제품 개발이 있었다. 국내 최초 영역별 초등수학, 과정중시학습 과정 계산, 마인드 부족한 초등부 영어스쿨, 시장조사 없는 초등학생 학습괘도 제작까지 즉흥적 제품 개발 등 주력제품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셋째, 재무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부적절한 융통어음 사용이 결정적 뇌관이 되었다. 장기간 시스템 개발 시행착오가 반복됨에 따라 자금 경색으로 이어지면서 자금 운영 등 재무운영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회사는 시스템 개발 당시 재무관리만 잘하면 어음을 발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재무 여력은 탄탄했다. 하지만 장기간 전산학습시스템 개발 시행착오가 반복되면서 만성적 자금 부족에 시달리게 되면서 부터 어려움이 시작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만난 동기와 교환했던 융통어음이 함께 맞물리게 되면서 살얼음판을 걷게 되었다. 어느 날 더 이상 어음을 막기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부산 출장길에 대구에서 차를 돌려 서울로 돌아왔지만 상대는 이미 어음을 막지 못했다. 융통어음은 계속 연쇄적으로 거래처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양사 모두 부도가 났다. 융통어음 사용은 기업의 치명적 요소다. 어음은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95년 부도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부도는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원망과 원성을 사게 된다. 누가 비난하고 비웃을지라도 슬기롭게 잘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여의도에서 강남 역삼동,서초동,양재동 사무실로 이전하면서 모든 역량을 경주하고 사력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나는 살고 있는 이파트를 지업사에 넘겨 주고 다시 재기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운명을 책임지고 끌고가는 경영자라면 늘 운명의 도전자와 같은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어떠한 위기에 부닥치더라도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자금력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기업에 도전적인 상황이 수시로 일어나는 만큼 모든 것을 한번에, 크게 준비하려 하지 말고 작게, 작은 일들로 나눠서 여러 번 계속해서 살피고 두드려야 한다. 또한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지,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속도는 맞는 것인지, 방향은 어떤가를 수시로 점검해봐야 한다. 목표가 거창하면 실패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톱니바퀴는 2개 이상 묶어놓으면 절대 굴러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머릿속에는 그런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제품을 제대로 육성하고 시장 1위 제품을 계속 유지하려면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경쟁력이 약화됨은 물론 힘이 분산되어 1위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강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최초에 몰입되고 시장에 너무 지나치게 앞서 갈려고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첫째, 너무 앞서가면 무너지기 쉽다. 시장엔 반박자만 앞서가야 한다. 둘째, 선택과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하면 성공한다. 셋째, 세상에 혼자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리더에게 과도하게 의지하게 되는 조직 구조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나는 33세에 출판 성공의 꿈을 꾸면서 시작한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44세에 부도를 내면서 그 흔적은 뒤안길로 사라졌다. 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마는 늘 안주하기 보다는 모험과 도전을 택했다. 시장 트랜드를 읽어내는 능력은 탁월했다. 통찰력은 좋았으나 디테일이 부족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급격한 변화는 피해야 한다. 한때 무섭게 성장해오던 아이는 국내 최초라는 기록에 매몰되고 과욕와 자만으로 10년 만에 이렇게 무너졌다. 나는 일생 세번의 기회 중에 첫번째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많은 보람을 느끼던 한성 수학경시대회는 3회에서 멈추게 되었다. 시장에 지나치게 앞서가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경영자가 주관할 수 없는 일이나 경험하지 못한 모르는 길을 가는 것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keyword
이전 10화2.3. 국내 최초로 학원FC 시장에 진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