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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ie Park Nov 25. 2022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이유

플라이두바이 승무원의 비행 일기

/ 카타르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플라이두바이는 Shuttle flight이라는 것을 진행한다.


두바이에서 도하까지 월드컵 기간 동안 하루 30편의 항공기를 띄우는 것인데, 두바이 국제공항(DXB)에서 운항을 하는 것이 아닌 두바이 월드센트럴 국제공항(DWC)에서 운항을 한다. 이는 두바이 메인 공항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기에 회사에선 승무원들의 편의를 위해 본사에서 해당 공항까지의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나 또한 한국과 우루과이 전이 열리는 24일 비행 스케줄이 있었으나, 내 스케줄에서 빠져 아쉽게도 많은 한국 승객들을 비행기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게 아쉽다. 플라이두바이는 한국을 취항하는 항공사가 아닌지라 한국인 승객을 볼 일이 많지 않은데 이번 기회로 인해 많은 한국 승객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길 내심 바라본다.   


/ 플라이두바이는 에미레이트는 파트너십을 맺은 항공사이다.


서로 공생하는 관계인지라 취항지 중 일부분은 코드셰어 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 에미레이트를 대신하여 비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에미레이트의 모스크바행 비행이 잇다라 취소되면서 플라이두바이는 에미레이트를 대신하여 하루에 5대를 기본으로 많게는 7대까지 추가 비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러시아는 전쟁 중이라 사람들이 여행을 가지 않고, 여행으로 안 가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현재 추가적인 비행을 했음에도 매 비행마다 여전히 좌석은 만석이다. 러시아에 도착을 하면 그곳은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평범하고 고요했으나 나의 비행은 전혀 고요하지 않았다.'


비행을 하면서 각 취항지마다 승객들의 특징들이 있는데, 러시안 승객의 경우 영어보다는 러시아어로 의사소통하길 원한다. 콜벨이 울려 승객에게 다가가 "What can I help you?"라고 물으면 "Veda"라고 말하며 물을 마시기 위해 비행기를 탑승하셨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많이 요청한다. 그래서 콜벨이 울리면 승객에게 가기 전에 물을 우선으로 챙기기도 하고, 비행기 복도를 지나야 할 때면 물을 손에 한 두 개 정도는 꼭 쥐고 지나간다. 그렇지 않으면 6시간을 걸어서 모스크바를 간다는 말을 할 정도로 복도를 런웨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승객을 위한 물이 소진되면 어쩔 수 없이 크루들을 위해 준비해둔 물까지 승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적절한 조절도 필수이다.


더불어 물을 많이 마신 그만큼 화장실을 많이 간다. 그래서 비행 내내 화장실을 가기 위한 줄은 길게 서 있으며 화장실을 나오면서 승무원에서 물을 요청하고 물을 받아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는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 특히 서비스를 제공할 때 어려움이 따르는데 운항 중인 항공기는 보잉 737이며 이코노미석 화장실은 비행기의 맨 뒤쪽에 위치해 있다. 더불어 비행기의 복도는 단 1개로 승객들이 화장실을 가려는 경우 서비스 카트를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승객들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이를 몇 번 반복하면 시간이 지연되고 차후 진행해야 할 서비스 또한 늦어져 업무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비스를 하는 도중 승객이 화장실을 가길 원할 때 급하지 않은 경우 잠시 기다려줄 것을 말씀드린다. 그리고 크루들은 최대한 빠르게 서비스를 마쳐 승객들이 화장실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번 비행에서도 다양한 이유로 인해 서비스가 조금 지체되는 것이 느껴졌고 나는 최대한 서비스 박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른 크루들과 함께 하드 워커로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비행을 하면서 가질 수 있는 잠깐의 휴식도 없어질 수 있기에.




/ 다양한 나라에서 온 동료들과 일을 할 때 필요한 존중의 깊이는 어디까지 인가?  


해외에서 승무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기본 베이스이다. 그들은 다양한 피부색, 성격, 성향 등을 가지고 있으며 종교 또한 다 다르다. 특히 중동국가에서 일을 하면 근처 나라에서 온 동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집트, 모로코, 우즈베키스탄, 인도 등이 있는데 그들이 가진 종교의 색채는 매우 진하다. 예를 들면 이슬람의 경우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하루에 5번을 기도하거나, 힌두의 경우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내가 중동의 한 국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그들의 종교에 대해 많이 알기 위해 해당 종교를 가진 동료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또한 조심해야 할 것들을 알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너 정말 이래야만 하니?"라는 순간이 오는데 그게 이번 비행에 있었다.


밀 서비스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와중 함께 서비스를 하던 한 크루가 자신이 밀을 가져오겠다고 하며 갤리로 간 이후 그는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밀을 기다리며 복도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수십 개의 눈들에 어색한 미소를 보내며 카트를 만지작 거리며 덩그러니 서있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갤리 담당이었던 다른 크루가 밀을 가져와 함께 서비스를 했다. 서비스를 우선 마쳐야 해서 다른 크루가 온 이유를 물어볼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갤리로 가니 알 수 있었다.


그는 좁은 기내에서 플라스틱 백을 바닥에 깔고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도시간이라 기도드리는 중이야"


내가 다른 크루에게 그가 무엇을 하는지 속삭이며 물었을 때 들은 답이었다.


밀 서비스를 하던 크루는 신실한 무슬림이었고 자신의 기도시간이 다가오자 다른 크루에게 자신의 일을 대신 부탁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절을 해야 했던 시간은 서비스 과정 중 가장 바쁜 시간이었고 그를 대신에 나와 다른 동료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심지어 다른 서비스를 위해서 카트를 정리해야 하는데 그가 차지한 공간으로 인해 업무가 진행이 되지 않았고, "그래 그럴 수 있지 기도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내 동료의 믿음을 존중해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나는 알라를 향해 절하려는 그에게 잠시 그 행동을 멈춰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절을 멈추는 것 대신 자신의 몸을 구기며 조금이라도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하는 거에 나는 매우 킹 받아 버렸다.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디까지 존중해주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휩싸였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나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만큼 다른 점들이 있고 이에 대한 열린 마음과 공감이 필요하고 나 또한 내가 가진 개인적인 것들과 문화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나의 경험을 통해 개인이 믿고 있는 종교로 인해 불편함을 많이 느껴야 했고 일을 할 때는 이 부분들이 가능하다면 분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승무원은 개인이 각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함께 잘하는 것. 즉, 팀워크가 중요한 직업이다. 현재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여 잘 해낸 후 자신의 개인적 부분에 대한 것을 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것도 존중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이번비행을 통해 나는 또 한 번 배웠다.


insta: @jennieya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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