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터레이 수족관에서
오후 12시, 우리는 몬터레이(Monteray)에 도착했다. 역시 무리했던 탓일까 나도 남편도 졸음이 쏟아졌다. 우리는 근처에 제일 가까운 호텔로 가서 오늘 하루는 푹 쉬기로 하고 내일 아쿠아리움을 가기로 했다. “콜록, 콜록” 나는 몬터레이에 도착한 뒤 더 자주 기침을 하게 되었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고부터 이상하게 기침이 잦아졌다. 열은 나지 않았다. 목감기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나와 남편은 밀린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약속대로 아쿠아리움에 도착했다.
몬터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은 세계 10대 아쿠아리움으로, 미국 내에서도 전체 3위안에 드는 유명한 수족관중 하나이다. 또, 다른 아쿠아리움들과 다르게 심해생물코너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개인적으로 기대치가 높았던 곳이었다.
기대치가 높아서였을까? 거두절미하고 나의 솔직한 평은 10점 만점에 6점이다. 왜냐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솔직히 우리나라 삼성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이 정도는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10대 아쿠아리움, 국내 3위라는 수식어만큼 몬터레이 수족관의 물고기 종류가 많아 보이지도 않았고, 규모가 그리 커 보이지도 않았다. 또 기대했던 심해생물의 반은 물고기 었지만, 반은 그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너무너무 사람이 많았다. 내가 갔던 날이 하필 주말이어서 그런지 오후 12시쯤 들어간 수족관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한 미국가족들로 인산인해였다. 다음 섹션의 수족관을 구경하려면 꽤 오래 서있어야 했다.
아쿠아리움 안에서 나의 기침은 1분에 한 번꼴로 났다. 나 포함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들 마스크를 쓰지 않아 계속 불안했다. 에어컨 바람 때문에 몸도 으슬으슬하고 기침과 재채기는 멈추질 않았다. ‘빨리 후다닥 보고 가야겠다’는 내 마음도 모른 채 내 앞에 서있는 가족들은 도대체 움직일 생각 없이 야무지게 과자를 먹으며 큰 목소리로 담소를 나누었다. 내가 몬터레이 아쿠아리움이 그저 그랬던 이유는 아마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1시간 30분 정도 지나 후다닥 아쿠아리움을 빠져나왔다.. 49불이었나?.. 한화로 일인당 6만 원 가까이하는 티켓이 아까웠지만 더 이상 있다가는 숨도 제대로 못 쉴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길로 우리는 실리콘 밸리로 출발했다. 남편의 친구가 실리콘 밸리에 살고 있어서 저녁을 함께 먹고 그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큰일이다.. 몸 상태가 영 말이 아니다. 실리콘 밸리로 가는 동안 내 이마는 점점 뜨거워졌다. 목소리도 잘 안 나온다. 저녁약속을 취소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만나기로 했다. 남편이 미국생활에 정착하도록 도와줬다는 고마운 친구여서 한 번은 꼭 얼굴을 보고 고맙단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유가 컸다. 다행히 CVS(미국약국)에서 산 빨간색 나이킬(Nyqyuil)을 2 숟갈 먹었더니 조금 열이 가라앉았다.
1시간 30분 정도 뒤, 실리콘 밸리에 도착해 H를 만났다. 남편의 친구 H는 버지니아 공대를 졸업하고 실리콘 밸리의 유능한 회사에 갓 취업한 신입사원이자, 이제 막 결혼한 새신랑이었는데, 그동안 미국에서의 유학생활과 미국기업에 취업하기까지의 스토리를 가감 없이 들려주었다. 한국에서는 항상 미국유학생들만 보면 부럽기만 했는데 유학이라는 게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외로움, 취준생의 스트레스는 한국취준생의 마음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래도 역시나 띠 용했던 부분은 H의 연봉이었다. 실리콘 밸리라는 이름답게 연봉 3억!.. 우와 3억이라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역시 아메리카는 액수부터 달라!_!’ 라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또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