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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정 Dec 31. 2022

결국 코로나 양성이었다.

자가격리는 캠핑장에서

H의 집에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온몸은 땀으로 젖고 목소리는 걸걸했다. 설마.. 코로나는 아니겠지.. 제발..코로나면 절대 안돼. 내가 코로나면 절대 안된다는 이유는 로드트립 때문이 아니였다. H 때문이다. H는 모레 첫 출근 예정이다. 근데 내가 코로나 양성이 뜨면 으아... 상상도 하기 싫었다.. 세상에 이런 민폐는 없다. 감기기운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에게 화가 났다. ‘그냥 오지 말걸..왜 내 건강에 자신했을까 설마 진짜 양성이면 어쩌지?’ 바로 집을 나가 CVS(미국의 약국같은 곳)로 가서 코로나 간이키트를 사고 부랴부랴 우리는 H와 작별인사를 한뒤 캠핑장으로 갔다. 

우리의 첫 캠핑장소이자 자가격리였던 텐트

 잉? 갑자기 무슨 캠핑장?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의 다음 일정은 앞으로 계속.. 캠핑이었다. 미리 예약한 캠핑이었기 때문에 취소도 불가능했고, 차라리 호텔에 다른 사람과 접촉할 바에는 텐트 안에서 숲과 자가격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좌우지간 멀지 않았던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검사 결과를 한 결과..나는 코로나 양성이었다. 

 한국에서 그렇게 철저히 지켰던 나의 방역은 미국의 도착한지 9일 만에 무너졌다.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라스베이거스에서 맡았던 대마초 냄새를 타고 온 걸까? 아니면 밀폐된 수족관에서일까? 미국에 도착해서도 마스크는 꼭 썻는데.. 내가 좀 방심했나? 자책을 하긴 늦었다. 우리는 H에게 이 사실을 전달해야 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그치만 어쩌겠는가... 알려야지. 남편은 전화로 H에게 나의 양성사실을 알렸고 모레 출근의 대해 사과했다. 그런데 하늘이 도우신건지! 정말 다행히도 H는 2주간 재택근무란다. 천만 다행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첫 출근이 재택이라는게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하튼.. 다행이었다. 또 H도 몇 일간 계속 키트 검사를 한 결과 음성이 나왔고, 남편역시 음성이었다. 다행이다. 나만 걸렸구나.. 

 한시름 덜고난 뒤 내 몸은 코로나에 걸린걸 잊지 말라는 듯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온몸은 근육통이 와서 욱씬거렸고, 이마는 점점더 뜨거워졌다. 저녁으로 먹기로 한 고기는 씹고는 있지만 무슨 맛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나는 CVS에서 산 나이킬만 벌써 4번째 삼키고 있을 뿐이다. 이 날 나는 남편에게 정말 미안하게도 텐트 칠 때, 음식준비할 때, 뒷정리할 때도 전혀 도와주지 못했다. 나는 차안에서 침낭과 롱패딩을 겹겹으로 입은 채 누워만 있었다. 바깥 기온은 28도. 옷도 몇겹이나 더 입었는데 왜이렇게 추운걸까? 내일은 무사히 눈이 떠질까..? 온몸이 바늘로 찌르듯이 아팠다. 앞으로 2주는 더 여행해야 할텐데.. 내일도 이 상태라면 아마 몇일 간은 여행을 중단해야 할 듯싶다. 

'코로나가 아프긴 아프구나.. 백신 2차까지 맞았는데도 이 정도면 어쩌자는거야' 라며 나는 속으로 모더나 백신 2차를 맞은 날이 생각났다. 나는 2차 백신접종 후 시체처럼 집에서 잠만 잤다. 이후에도 후유증이 있었는데, 구토와 가슴쓰림은 물론 개인 연차를 몇 일 더 쓰며 집에서 요양을 하고 나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내가 그 고통을 견디면서 백신을 맞았는데 결국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 ..진짜 다 소용없네!’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몸이 아픈 와중에도 머릿 속으로 이 여행을 지속해야할지 말지 갈등했다. 여행보단 몸이 먼저니깐..... 로드트립 9일차에 맞은 첫번 째 위기였다. 과연 내일의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여하튼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회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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