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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정 Dec 24. 2022

시작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접촉사고

2022년 7월 17일 10:00 드디어 나는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정말로 딱 1년 만에 보는 내 남편은 피부가 정~말 까무잡잡하게 탔다. 4박 5일 운전이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여기저기 빨갛게 익은 뺨, 검게 그을린 팔까지.. 오랜만에 보는 남편의 첫인상은 마치  

인. 디. 안 같았달까? 고맙고 안쓰러운 마음에 고생한 남편을 꼭 껴안았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어 여보!” 재회의 허그를 나누며, 우린 베가스 메인스트리트에 있는 카페에 가기로 했다. 공항 주차장을 빠져나가려고 후진하는 그 순간.. "쾅..!" 하는 소리가 나며 잠시 차가 흔들렸다. ‘뭐지.. 차가 흔들린 거 같은데 뭐야 이거’ 

그렇다.. 나랑 이야기를 하며 차를 후진하던 남편이 실수로 그만 뒤에 지나가던 차를 박은 것이다.  

그래... 우리가 너무 반가웠나 보다.. 감격의 순간은 개뿔.. 비행기에서 내린 지 50분 만에 맞은 첫 사고 ^^* 하... 한국에서도 안 났던 사고가 미국 공항 주차장에서 나다니.. 운도 지지리 없지.. 나는 어벙벙한 표정으로 연신 ‘뭐야..? 우리가 잘못한 건가? 박은 거 맞아?’ 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남편은 재빨리 나가 뒤차량에게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하며, 서로 차량을 확인했다. 다행히 아~주 미세한 접촉사고로 두 차량 모두 흠집도 가지 않았다. 이전에 접촉사고조차 없었던 나는 속으로 아니 차량에 흠집도 안 났는데 차가 이렇게 흔들리나? 어찌 됐든 제발 잘 해결되기를 기도하며 창밖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상대측 미국인은 이런 일이 흔하다며 오히려 "enjoy your trip!"이란 덕담을 외치며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도착직후 라스베이거스 공항에서 찍은 하늘(날씨 : 42도) 

이것이 바로 아메리카스타일!!? o_o!!! 우리나라였으면 무조건 보험사를 먼저 불렀을 텐데.. 대인배 미국인이여 감사합니다!! 역시 우린 러키부부!! 라며 나는 떨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안도의 기쁨이 사라지기도 전에 남편에게 바로 잔소리 스타트! "오빠 반가운 건 좋지만 운전 조심하자!! 첫날부터 이게 뭐야 간 떨어질 뻔했네~!" 옥신각신하며 우리는 어느새 메인스트리트에 도착했다. 

   

왼쪽부터 : 시저스 호텔 / 만달레이 호텔 / 바카날 부페
왼쪽 부터 : 알콜슬러쉬 / 벨라지오 분수쇼 / 뉴욕뉴욕호텔 야경

 무사히 지나간 가벼운 사고를 뒤로하고 우린 본격적으로 라스베이거스를 즐겼다. 나는 오랜 비행으로, 남편은 오랜 운전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첫 시작을 라스베이거스로 정한 만큼 우리는 먹고 자며 휴식을 취했다. 숙박은 만달레이베이와 시저스 호텔에서 각각 나눠 묶고, 뷔페는 3대 뷔페 중 바카날에서, 수영은 각 호텔의 메인 수영장에서 라스베이거스의 낮과 밤을 빠짐없이 즐겼다. 하... 이게 바로 행복인 걸까? 11시간의 비행 따윈 생각도 안 난다. 정말 모든 것이 좋았다. 

 단 하나, 생전 처음 맡아보는 담배 냄새만 빼고.. 난 이 이상한 냄새의 정체를 꽤 나중에 알게 되었다. 바로 뉴스에서만 보던 대마초 냄새였다는 걸. 담배 냄새와는 확실히 다른 불쾌한 이 냄새.. 나는 아직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이 냄새만은 정말 피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미국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마스크를 벗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사무실 내에서도 마스크는 필수였던 나에게 이곳은 이미 코로나가 사라진 앞서가는 방역선진국처럼 보였다. 그리고 군중심리 때문이었을까? ‘뭐.. 어때 여기서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이상해 보이는걸?.. 나도 슬슬 벗어볼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나는 어느새 계속 기침을 하고 있었다. “콜록, 콜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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