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를 제조하는 공정은 크게 3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전지에 사용되는 전극을 제조하는 전극 제조공정(electrode process), 그리고 제조된 전극과 분리막을 사용하여 전지 조립체를 만드는 조립공정(assembly process), 마지막으로 조립체에 전해액을 주입하고 충전하여 완성품을 만드는 활성화 공정(activation process)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조립공정 이전에 사용되는 공정을 전공정(前工程)이라고 부르며, 활성화 공정을 후공정(後工程)이라고 한다.
전극 제조공정은 원재료를 사용하여 전극을 제조하고 필요한 크기로 절단하는 공정까지를 일반적으로 지칭한다. 양극의 제조 시에는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NMP로 이루어진 전극 슬러리를 알루미늄 포일의 양면에 도포(coating) 한 후 건조한다. 음극도 같은 방법으로 제조되는데 음극활물질(일반적으로 흑연)에 PVdF 수지, NMP로 이루어진 페이스트(paste)를 만들어 구리 포일의 양면에 도포한 후 건조하여 제조한다. 음극에서 필요에 따라 도전재를 첨가하기도 한다. 집전체인 금속 포일의 두께는 알루미늄이 대략 20㎛, 구리가 대략 10㎛이다. 활물질의 도포 두께는 100㎛ 정도이다. 따라서 전극의 전체 두께는 230㎛ 정도가 된다. 유기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가 수용액 전해질보다 매우 낮아서 이같이 얇은 전극을 제조하여 전극 면적을 넓혀서 전압강하를 막는다. 전극 공정은 크게 혼합(mixing), 코팅(coating), 건조(drying), 압연(pressing), 절단(slitting) 공정으로 구분된다.
혼합(mixing) 공정은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와 용매 또는 분산매를 고르게 혼합하여 코팅할 수 있는 전극 슬러리를 제조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혼합 공정에서는 각 성분이 잘 분산된 슬러리(slurry)를 코팅에 적당한 점도를 지닌 상태로 제조한다. 좋은 슬러리 제조를 위해서 혼합 공정의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슬러리가 잘 분산되지 못한 경우에는 이후 코팅 및 건조공정에서도 계속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혼합 공정은 전지의 제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공정이다.
양극 극판 제조 시 혼합 공정을 예로 설명한다. 음극 극판 제조에도 비슷한 공정이 적용된다. 양극활물질(예: LCO)을 용매인 NMP(N-methyl pyrrolidone) 중에서 바인더인 PVdF(poly-vinylidene fluoride) 수지와 혼합하여 페이스트(paste) 형태로 만든다. LCO는 그 자체가 약간의 전도성을 가지고 있지만, 전극의 전도도를 더욱 크게 하려고 탄소계인 카본블랙을 도전재로써 첨가한다. 혼합 공정에 사용되는 믹서(mixer)의 경우는 실험실용 5 리터 급부터 양산용 500~1,000 리터 급까지 다양한 크기가 존재하며, 혼합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은 배치식 혼합으로 정해진 부피의 용기에 원하는 양의 원재료를 투입하고 충분히 혼합한 후에 코팅공정으로 이송한다.
믹서(mixer)는 대부분 플래너터리(planetary) 방식의 믹서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한 개 또는 두 개의 블레이드가 자전과 공전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동시에 톱니 모양의 호모제나이저(homogenizer) 블레이드를 가지고 있다. 플래너터리 블레이드의 회전은 상대적으로 저속으로 회전하면서 고점도 상태에서 효율적인 혼합을 진행하게 되고 점도가 낮아지게 되면 플래너터리 블레이드보다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호모제나이저 블레이드가 주로 혼합에 기여하게 된다. 믹서에는 원재료 투입기가 연결되어 있어 사용하고자 하는 원재료의 무게가 정량된 후 투입되면서 혼합이 진행되게 된다. 혼합에 투입되는 것은 활물질(예; LCO)과 도전재인 카본블랙, 바인더인 PVdF, 그리고 용매이자 분산매인 NMP가 투입된다. 일반적으로 PVdF 고분자는 분말 형태보다는 사전에 NMP에 12% 농도로 만들어진 바인더 용액으로 투입하게 된다. 바인더 용액을 사용하는 이유는 바인더 분말이 용매에 완전히 녹아있지 않게 되면 전극의 성능을 저하하게 되므로 완전히 용해된 상태로 혼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투입되는 것은 활물질 분말, 도전재 분말, 바인더 용액, NMP로 두 종류의 분말과 한 종류의 용액, 한 종류의 용매이다. 따라서 두 종류의 고체와 두 종류의 액체가 투입되는 셈이다. 고체와 액체의 비율에 따라 전극 슬러리의 점도가 변경되는데 고체의 비중이 높을수록 점도는 큰 값을 가지게 된다. 전극 슬러리의 점도가 높으면 블레이드의 회전을 통하여 외부에서 주어지는 힘의 전달이 쉬워져서 고체의 분산을 촉진한다. 즉 점도가 높을수록 잘 섞이지 않는 분말의 혼합이 잘 된다. 특히 카본블랙의 경우 입자의 크기가 수십 나노미터이며 서로 얽혀있는 형태로 존재하므로 점도가 매우 높아야만 효과적으로 활물질 입자와 고르게 혼합시킬 수 있다. 따라서 혼합과정 중에 점도의 조정이 분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혼합 시간을 충분히 길게 하고 블레이드의 회전속도를 높이면 분산도를 높일 수 있지만, 혼합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지의 생산 속도가 느려지므로 제조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에서 효과적인 믹싱을 구현해야만 한다. 또한 블레이드의 회전속도를 높이면 믹서에 과부하를 주게 되어 장비가 멈추거나 심각한 경우 블레이드에 균열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또한 고속으로 장시간 회전하게 되면 슬러리에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게 되어 믹서의 표면을 냉각수로 식혀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슬러리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되고 슬러리에 화학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점도가 높아야 효율적으로 혼합이 진행되므로 점도의 조정은 매우 중요하다. 믹서에서 점도를 조정하는 방식은 고체와 액체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설정하게 된다. 슬러리 내부의 고체 성분의 비율을 고형분(solid loading)이라고 하는데 고형분에 따라 대략적인 슬러리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전극 슬러리의 혼합순서(mixing protocol)는 재료의 투입순서, 투입량, 혼합 시간, 블레이드 속도를 단계별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혼합순서는 초기에 높은 고형분을 유지하고 점차 낮추어서 최종적으로는 코팅하기에 적당한 점도까지 낮추어 주는 것이다.
혼합 공정에서 전극 슬러리를 제조하고 나서 코팅이 잘 되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점도계를 이용하여 점도를 측정하고, 정상적인 투입이 진행되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최종 고형분을 측정한다. 슬러리의 점도 측정 시에는 슬러리의 온도가 비교적 높아서, 측정 시의 온도를 참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코팅이 가능한 점도 영역이 넓어서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원하는 점도 수준으로 슬러리를 제조할 수 있다. 코팅에 필요한 점도보다 높은 점도가 나오는 경우는 추가로 NMP를 투입하여 고형분을 낮추어 주면 된다. 그리고 최종 고형분의 측정은 최종 슬러리를 채취하여 무게를 재고 고온에서 완전히 건조하여 다시 무게를 측정해서 고형분을 측정한다. 투입량을 통하여 계산된 고형분과 비교하여 그 값과 차이가 존재하면 각 원재료의 투입에서 문제가 발생하였거나 아니면 슬러리의 분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혼합 공정에서 제조된 슬러리를 집천체인 알루미늄 또는 구리 포일 위에 도포하는 과정을 코팅공정이라 한다. 실험실에서는 작은 면적의 포일 위에 닥터 블레이드 칼을 이용하여 전극 슬러리를 고르게 코팅한 후 건조하는 배치식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상업용 전지의 생산설비에서는 폭이 50cm 이상이며 길이가 800m 이상인 금속 포일의 롤을 이용하는데, 금속 포일 롤을 풀어가면서(unwinding) 연속적으로 코팅을 진행한다. 금속 포일 위에 전극 슬러리가 도포되면 연속적으로 건조기로 투입되며 건조된 후의 전극은 다시 권취되어(rewinding) 롤 형태로 보관된다. 한쪽 면이 코팅 완료된 전극은 다시 전극 롤을 풀어가면서 반대쪽 면을 코팅하고 역시 다시 건조기를 통과하면서 전극을 코팅하게 된다. 전극의 앞쪽 면을 코팅하는 과정을 탑 코팅(top coating), 뒤쪽 면을 코팅하는 과정을 백 코팅(back coating)이라고 한다.
코팅 과정에서 전극 슬러리가 불안정한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전극 슬러리가 충분히 분산되지 않고 뭉쳐져 있거나 거대 입자가 존재하면 코팅 면에 연속된 선이 있어 불량 전극을 형성시키게 된다. 점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코팅되는 부분의 양쪽 끝단이 무너지면서 로딩이 맞지 않게 코팅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슬러리에 기포(氣泡)가 존재하면 건조 과정 중에 기포(porosity)가 제거되면서 전극이 코팅되지 않은 반점이 나타나는 불량도 발생한다. 코팅 과정에서는 금속 포일 위에 전지 설계안에 따라서 전극 물질을 로딩해야 하므로 단위 면적당 일정한 무게의 전극 층을 도포해야 한다. 코팅의 조건을 바꾸어 가며 원하는 로딩 양을 맞춘 후 코팅 조건을 유지하게 된다.
코터(coater)의 종류는 콤마 코터와 다이 코터로 구분된다. 콤마 코터는 콤마 롤을 이용하여 코팅하는 것으로 코팅 두께는 100㎛ 이내가 가능하고, 코팅 스피드는 최대 분당 20m까지 가능하다. 코팅의 폭 조절이 쉬워 자유롭게 폭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으나, 코팅 스피드에 제약이 있고 일정한 길이를 단속적으로 코팅하게 되는 패턴 코팅 (pattern coating)의 적용은 어렵다. 반면에 다이 코터의 경우에는 300㎛ 두께까지도 코팅이 가능하고 코팅 스피드도 분당 40m까지 높일 수 있다. 패턴 코팅 작업도 용이하나, 코팅의 폭 조절이 어려워 지정된 폭 이외의 코팅을 위해서는 원하는 코팅 폭을 위한 액세서리를 제작하여 장착하여야 한다.
건조(drying) 공정은 코팅공정과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건조공정은 금속 포일 위에 코팅되어 있고 높은 점성을 가지는 전극 슬러리의 액체 성분을 제거하여 고체의 전극 층만을 금속 포일 위에 남겨두는 과정이다. 코팅 스피드에 비례하여 건조기의 길이를 증가시켜야 한다. 코팅 스피드를 분당 40m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길이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건조기가 요구된다. 건조기에서는 단계별로 온도와 풍속을 조절하여 전극 슬러리가 안정적으로 건조될 수 있도록 한다.
건조기의 길이는 길수록 천천히 건조할 수 있어서 안정한 공정을 구현할 수 있으나, 전지의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짧은 건조구간에서 빠른 코팅을 실현해야만 한다. 따라서 최적의 건조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전극 슬러리에 따른 건조조건을 조정하게 된다. 건조조건이 적절하지 않으면 전극이 갈라지게 된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이 가는 경우에서부터 전극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기도 한다. 또는 전극 층이 금속 포일에서 쉽게 떨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건조된 전극에서 전극의 표면 상태, 전극과 포일 간의 접착 상태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빠른 건조를 위해서는 코팅이 가능한 수준까지 점도를 낮추면서도 최종 고형분은 높게 제조하여 증발시켜야 할 NMP 등 용매의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극에서 높은 비표면적을 갖는 카본블랙의 함량을 최소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전극의 로딩이 낮을수록 단위면적당 증발시켜야 하는 용매의 양이 감소하기 때문에 건조가 유리하게 된다.
전극의 앞면과 뒷면이 모두 코팅된 전극은 압연(pressing, rolling) 과정을 거친다. 압연공정은 전극 활물질 입자와 도전재 간의 접촉을 증가시키고 금속 포일과 전극 층 사이의 결합을 강화하기 위해 실시한다. 이는 목표 두께로 전극을 눌러주는 공정으로 전극 물질과 전극 물질 간의 결착력을 높이며 동시에 전극과 포일 간의 결착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압연을 거침에 따라 입자 간의 접촉이 향상되어 전자전달이 유리해지면 전극 부피의 감소로 인하여 에너지 밀도도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전극 설계에서 주어진 두께까지 전극을 압착하여 전극 내부에 존재하는 기공의 양을 감소시키면서 기공도를 조정하게 된다. 전극의 압연 시에 전극이 코팅되어 있지 않고 포일이 노출된 영역인 무지부와 전극이 코팅된 영역인 유지부의 연신율 차이로 인하여 재 권취 시에 무지부가 찌그러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건조된 전극을 전지 크기에 맞게 필요한 크기의 롤(roll) 상태로 절단하는 공정을 절단(slitting) 공정이라 한다. 넓은 면적으로 코팅된 전극 롤을 풀어주면서 절단기의 칼날을 이용하여 절단하고 다시 권취하여 롤 상태로 보관한 뒤 조립공정으로 이송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