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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오 Oct 28. 2022

동맥류가 터져 모차르트를 듣지 못하게 된 아인슈타인

    문법을 싫어하고 맞춤법이 틀리며 말도 어눌하다 → 난독증일까? 신발끈을 제대로 묶지 못한다 → 통합운동장애일까? 사회성이 떨어지고 관심사가 매우 좁고 깊다 → 자폐스펙트럼장애일까? 작은 심부름도 제대로 못 한다 → 인지장애일까? 학교에서 산만하고 무기력하며 반항하기도 한다 → 혹시 ADHD(주의력결핍행동장애)가 아닐까? 현대 의학이라면 어린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이렇게 진단했을 수도 있다. 


    부모는 난독증, 통합운동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인지장애, ADHD를 가졌을 지도 모르는 어린 아들을 ‘가장 위대한 이론물리학자’로 길러냈다. 아파 드러누운 5살 때 세일즈엔지니어였던 아버지가 선물한 나침반은 꼬마가 살아갈 인생의 방향을 바꿔 주었다.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가 6살에 가르쳤던 바이올린은 꼬마의 인생이 즐거운 리듬으로 박동하게 만들었다. 


    아인슈타인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은 것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다. 바이올린을 그냥 켜기만 하던 아인슈타인은 7년 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아름다운 수학적인 구조로 짜여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 아인슈타인은 그 때 스스로 깨친 음악에서 직감을 배웠고, 그 직감에서 상대성이론이 탄생했다고 털어놓았다. 


    바이올린은 아인슈타인에게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였다. 필수품처럼 품고 다니면서 시도 때도 없이 연주했다. 연구하다 잘 풀리지 않으면 바이올린을 몇 번 뚱땅거리다가 뭔가 생각난 듯 책상으로 돌아갔다. 결혼도 ‘도깨비 방망이’로 해결했다. ‘도깨비 방망이’는 두 번째 아내 엘사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았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는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였어요.” 


    ‘가장 위대한 이론물리학자’는 1935년 우주공간에서 블랙홀(Black Hole)과 화이트홀(White Hole)을 연결하는 웜홀(Wormhole) 모형을 만들었다. ‘모든 걸 빨아들이는 구멍’과 ‘모든 걸 뱉어내는 구멍’(화이트홀)을 잇는 가상의 통로다. 벌레가 사과 반대편으로 가려면 표면을 기어가는 것보다 속에 파놓은 구멍으로 가는 게 훨씬 빠르다는 비유에서 벌레구멍(Wormhole)이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그 가상의 통로가 왜 하필 그의 배 속에서 ‘발견’됐을까? 1955년 아인슈타인이 이스라엘 건국 75주년 축하연설 원고를 쓰다가 복부 대동맥이 터져 쓰러졌다. 심혈관계 공간과 복강(배 안)은 확실하게 분리된 서로 다른 공간인데, 그 흔하지 않은 ‘웜홀’이 생겨 두 공간이 연결되어 버렸다. 심장에서 밀어낸 붉은 피가 배 속으로 줄줄 새어 나온 것이다. 


웜홀의 창시자는 뜻밖에도, 그 ‘웜홀’을 막는 공사(수술)를 하려는 의사를 말렸다. “나는 내가 떠나고 싶을 때 떠날 거요. 인위적으로 수명을 늘리는 건 천박한 짓이요. 내 할 일을 다 했어요. 갈 때가 됐죠. 우아하게.” 아인슈타인은 목숨을 연장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하던 일을 병실에서 계속 하다가 이튿날 아침 또 다른 ‘웜홀’을 따라 다른 ‘공간’으로 건너갔다. 향년 76세. 


    위대한 과학자는 멋진 유언을 남기지 못했다. 숨을 거두기 전에 독일어로 몇 마디 말했는데, 주변에 미국 친구들뿐이라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평소에 하던 말이 유언처럼 남았다. “죽음이란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모차르트가 선물해준 소중한 ‘도깨비 방망이’를 내려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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