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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오 Oct 28. 2022

유방암에 맞서 ‘달콤한 인생’ 즐긴 잉그리드 버그만

    "키스할 때 코는 어디에 둬야 하죠?" 이런 질문엔 도대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세기의 연인’이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세계 영화사에 남는 가장 달콤한 장면 중 하나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유명한 건배사 ‘그대 눈동자에 건배’를 받은 그녀는 ‘가장 달콤한 여배우’가 됐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영화에서만 달콤한 게 아니었다. 평생 달콤한 연애와 사랑을 즐겼다.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은 버그만에게서 뜻밖의 편지를 받았다. ‘만약에 영어와 독일어는 할 수 있지만 이탈리아어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밖에 할 줄 모르는 스웨덴 여배우를 찾고 계신다면, 달려가서 당신과 함께 영화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달콤한 제안을 어떤 감독이 뿌리칠 수 있을까? 


    그녀는 먹성도 좋았다. 땀을 흘리는 운동을 싫어했고, 먹지 말라는 것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담배도 많이 피우고 술도 즐겨 마셨다. 워낙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라 먹고 싶은 대로 놀고 싶은 대로, 밤늦도록 즐겼다. 오히려 남편이나 연인들이 음식을 가리고 운동 좀 하라고 눈치를 줬다. 


    ‘가장 달콤한 여배우’는 가장 달콤한 군것질을 즐겼다. 아이스크림이다.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4개씩 먹는 날이 흔했다. ‘평생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면 다이어트를 포기할 수 있다’고 했을 정도다. ‘뜨거운 초콜릿을 살짝 흘린 하얀 아이스크림은 다이어트에 가장 큰 적’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달콤한 것을 너무 좋아해서는 아닐 것이다. 버그만은 58살에 유방암으로 진단받았다. 의사는 ‘가장 사랑스러운 여배우’에게 아름다운 가슴이 ‘불구’가 될 수 있다는 진단 결과를 어떻게 알려야 할까? 그녀는 오히려 난처한 의사를 배려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몇 년 사이에 양쪽 가슴을 다 수술해야 했다. 


    ‘행복이란 건강은 좋은데 기억력이 나쁜 것’이라고 자주 깔깔거리던 그녀다. 버그만은 달콤한 연애를 할 때마다 ‘기억력’이 나빴다. ‘한 번도 사랑다운 사랑을 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를 거에요. 내가 불륜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연애는 달콤했을지 모르지만, 투병은 결코 달콤할 수 없지 않을까? 


    정말, 그녀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달콤하게’ 살았다. 암세포가 뼈로 전이되어 투병하는데도 고통스러운 기억은 바로바로 잊으려 애썼다. ‘시한은 줄어들고 있지만, 암에 도전해서 살아남는 하루하루가 내게는 승리랍니다’. 그 승리의 비결은 뜻밖에도 ‘승복’이다. ‘때로는 적대적인 상황과 타협해야 합니다. 따라야죠. 승복하는 것도 삶의 일부입니다’(Submission is part of life).


    1982년 67번째 생일날, 버그만은 또 다른 ‘달콤한 세상’으로 건너갔다. ‘내게서 연기를 뺏는 것은 목숨을 뺏는 것이다’던 자존심대로 묘비엔 ‘생애 마지막까지 연기했다’고 씌어 있다. 실제로 그녀는 마지막 작품인 ‘골다라는 이름의 여자’를 찍을 때 아픈 티를 전혀 내지 않았고, 목숨을 잃는 것보다 연기를 못 하게 될 것을 더 두려워했다. 그래서 림프부종으로 팔이 붓는 것을 걱정해, 움직이기도 힘든 팔을 아예 머리 위 쪽에 묶어놓고 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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