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상담대학원 준비를 위해 현대심리학을 공부하다가 너무 지쳐 잠깐 쉰다는 게 잠에 들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동생에게 보이스톡이 왔다. 보통 동생과는 카톡으로 대화하는데 보이스톡이 와서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누나, 나 이거 진짜 장난 아니니까 잘 들어. 진짜 농담 아니야. 나 지금 큰일 났어.
순간, 급한 돈이 필요해서 전화를 했나 생각했다. 평소 동생은 이런 말을 하는 애가 아니다.
나 지금 대만 공항에 잡혀 있고, 유치장 같은 데에 갇혀있어. 엄마한테 계속 전화하는데 안 받아서 누나한테 전화하는 거야. 엄마랑 연락되면 나한테 꼭 다시 연락 줘.
대만? 유치장?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몰라.. 나 공항 들어가는데 대만에서 사기혐의로 지명수배됐다고 여기 들어와 있으래.
지명수배? 무슨 말이야 그게. 너 뭐 사업해?
상황은 이랬다. 동생이 지인들이랑 일요일까지 대만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일행들은 내일 입국하기로 했고, 자신은 먼저 대만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그레이션에서 지명수배자로 걸렸고 출입국시스템에서 지명수배 통지가 확인돼서 경찰한테 인계되기 전 대만공항 안에 있는 유치장 같은 곳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2-3일 동안 검찰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영사관에 전화했어?
어.. 했어. 지금 한국 경찰 오고 있대. 아 몰라 그냥 가만히 있으래 나보고.
대만에 한국 경찰이 왜 있어? 아 일단 엄마한테 내가 전화해 볼게. 핸드폰 잘 가지고 있어.
알겠어 누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어디야? 왜 동생 전화를 안 받아.
엄마는 매우 많이 술에 취해있었다.
어! 나 여기 어디 좀 나왔는데 왜!
엄마에게 상황 설명을 했더니 엄마가 말했다.
야!! 그거 보이스피싱이야 보이스피싱. 걔 오늘 친구들이랑 여행 간다고 대만 갔는데? 보이스피싱이야. 보이스피싱!
엄마는 종종 내 이름으로 보이스피싱을 당하곤 했다. 나는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큰돈을 빌릴 일도 없다. 나한테 큰돈이라 해봤자 학자금대출이었고, 집순이고, 엄마랑 연락을 잘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별 탈은 없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나라고 하면서 사채업자라면서, 자신이 검사라면서 온 전화들은 다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술에 취해 보이스피싱이라고 말하는 게 한편으론 이해됐지만 내가 20대 초반 때에 알코올중독자였던 엄마의 뒤치다꺼리를 했었던 시간이 떠올라 순간 화가 밀려왔다.
술 먹고 죽어버리겠다고 하는 엄마를 말리고, 엄마를 돌보는 건 모두 내 몫이었다. 그땐 아빠가 타지에서 일하고 있었고, 동생도 집에 없었기 때문에 엄마의 술주정을 받아내는 것, 술을 먹고 죽겠다고 약을 하나씩 똑똑똑 떼어내는 엄마를 말리는 것,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워있어 누군가 엄마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면 엄마를 찾아와야 하는 것, 새벽까지 밤새도록 술주정하는 엄마를 말리다가 지쳐 잠이 드는 것이 일상이었다. 엄마는 자고 일어나면 새벽까지 본인이 했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왜 아침에 못 일어나냐고, 학교 안 갈 거냐고 욕을 먹어야 했던 건 나였다.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셔서 결국 콩팥 하나를 떼어내야 했으면서도 -이전보다는 술을 거의 안 마시는 수준으로 안 마시지만- 이렇게 한 번씩 술 때문에 인사불성이 돼서 앞뒤 못 가리는 엄마가 미웠다. 엄마가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싫었지만 술에 취한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게 싫었다. 술 취한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엄마는 술을 마시면 아예 다른 사람이 된다.
엄마 술 마셨어? 아니 대체 왜 이렇게 술을 마셔. 먹어도 한두 잔 간단히 먹는 게 아니고 이렇게 말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왜 술을 마셔.
야!! 오랜만에 먹은 거야. 그거 보이스피싱이니까 너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라고? 동생 지금 대만 공항에 갇혀있다니까? 지금 지명수배가 돼서 경찰 오고 있다고.
몇 분 뒤에 엄마가 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는 울기 시작했다.
야... 어떻게 해 동생이 지명수배됐대. 어떻게 해..
엄마 내가 말했잖아. 지금 공항에 갇혀 있다고. 왜 술을 이렇게 먹어서 말을 못 알아들을 정도로 많이 먹어.
야 네가 어떻게 좀 해봐. 너는 나보다 똑똑하고 너는 나보다 배운 것도 많고 어떻게 좀 해봐.
엄마... 내가 뭘 어떻게 해. 나도 이런 상황이 처음인데. 그만 울어.
엉엉엉어엉 어떻게 하냐 어떻게 해... 근데 너 어디야?
나 집이야. 지금 자다 깼어. 너무 피곤해.
엉엉엉어엉 너 피곤해? 많이 피곤해? 어떻게 좀 해봐. 동생 어떻게 해..
엄마, 정신 좀 차려. 그만 울고. 지금 운다고 일이 해결돼? 방법을 찾아야지. 지금 나한테 전화해서 울면 뭐가 해결 돼. 엄마 나 너무 피곤해.
너 피곤해? 많이 피곤해? 그러면 어떻게 해..
모른다고! 나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니까. 술좀 그만 먹고 제발 정신 좀 차려.
나 오랜만에 먹은 거야. 일하는 사람들이랑 어쩌다가. 근데 어떻게 해..
알겠으니까 전화 끊어.
그 사이에 동생은 대한민국 법원 전자 소송 사이트를 보내면서 조회를 해달라고 했다. 조회를 하려면 번호를 주던가 뭘 해야 되는데 그냥 조회해 달라고 해서 맥북을 켰다. 망할 맥북은 정부 관련 사이트에서는 돌아가질 않는다. 나는 맥북을 왜 샀는가.
인터넷에 대만 외교부를 검색했다. 한국에 있는 대만 외교부와 대만에 있는 한국 영사관의 번호를 찾았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정식 전화는 안 받았지만 24시 통화할 수 있는 번호가 있었다.
한국에 있는 대만 외교부 직원에게 상황 설명을 했더니, 동생이 전화했던 기록이 남아있다고 했다. 대만에 있는 영사관이랑 직접 통화하고 싶다고 내 번호를 남겨두었다. 대만에 있는 영사관이랑 통화하고 나서 이상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동생이 무혐의이길 바라지만 아닐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동생은 왜 일행이랑 같이 들어가지 않고 혼자 먼저 들어간 것일까. 법원에 조회해 보라고 한 것도 이상했다. 왜? 그리고 영사관 직원이 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았고 보이스톡도 계속 거부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저 고삐리 보통 그런 사람 아니에요.'
나는 동생이 무혐의라고 생각했지만 무혐의가 아닐 수도 있는 것에 대비해야 했다. 동생은 여러 번 어딘가로 이동했고, 연락이 잘 안 되기 시작했다.
너 진짜 아닌 거지? 네가 정확하게 말해줘야 한국에서도 널 제대로 도와줄 방법을 찾을 수 있어.
나 절대 아니야. 누나. 나 장사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인데 무슨 사기를 쳐.. 너무 억울해.
알겠어. 그럼 너 믿고 계속 알아볼게. 언제든지 너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휴대폰 잘 갖고 있어. 언어는 어떻게 해?
영어로... 근데 여기 사람들 영어 잘 못해.. 나도 잘 못하고..
알겠어. 이동할 때마다 연락 줘.
고마워. 엄마랑 같이 있어줘.
신뢰할만한 몇 명의 지인들에게 기도부탁을 했고, 그 사이에 아빠의 전화가 왔다.
엄마가 나한테 전화 왔더라. 동생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상황 설명을 했다. 아빠는 그럼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나는 이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사기혐의로 공항에 잡혀있고, 지명수배가 내려져서 혐의가 있으면 감옥에 간다는 거지?
근데 무혐의면 풀려난다는 거 아니야.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아빠, 말을 왜 그렇게 해. 만약에 동생이 사기를 쳤대도 방법을 찾아야지.
그럼 어디에다 전화를 해봐야 되냐? 와 환장하겠네. 거길 가볼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돼 이걸. 아무튼 알아보느라 수고했다.
나는 내가 통화한 직원들의 전화번호를 주었고, 그 사이 동생은 수갑을 찼다.
누나 나 너무 무서워.. 여기 어디 갇혀 있는데 나 수갑도 찼어.
지금 이것저것 쓰고 있어. 나 오늘 구치소에서 지내고 내일 법원 가서 확인한대.
대만에 있는 영사관에서 전화가 왔다.
동생이 지명수배가 된 이유는 사기혐의다. 대만 타의중 지방경찰서에서 사기혐의로 지명수배를 했는데 출입국시스템에서 지명수배 통지가 확인돼서 경찰인계되어 타의중 경찰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사기혐의 없음이 되면 풀려난다고 했다.
동생이 중국어를 못하는데 언어는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영사관은 한국어 통역이 있는 상태에서 조사받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원래 형사사건은 경찰 측에서 어떤 과정인지 말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우리 국민이기에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 있었던 동생과 비슷한 사건을 겪은 여자 얘기를 했다. 사기꾼이 검찰, 경찰 조사에서 주변 인물들 이름을 대면 형량이 낮아지는 점을 이용해서 그 여자의 이름을 말했고, 검사가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조사하기 위해서 지명수배를 했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그 여자는 무혐의였고 2-3일 정도 후에 풀려난 것으로 기억한다고.
대만은 의심받는 정황 만으로 수감하는 나라가 아니고 인권에 대해 보장이 잘 되어 있다고 했다. 자신이 6년 동안 일하면서 본 것에 따르면 대만 경찰은 사법기관이 규정에 따라 잘 처리한다고 했다.
나는 지금 변호사가 필요하냐고 물었고, 동생은 지금 경찰 조사를 받는 거기 때문에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동생이 지금 너무 억울하다고, 강력하게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 후에 사기 혐의가 있다는 게 확인되면 그때 알아봐도 된다고 했다.
동생은 휴대폰을 뺏길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영사관은 지금은 휴대폰을 반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고삐리 어쩌고 문자는 보낸 적이 없다더라고 했더니 중간 네 자리 중에 한 자리가 다르고 이름이 같았다고 한다. 동생 이름이 흔한 이름도 아닌데.. 휴대폰 번호 11자리 중에 중간에 딱 한자리가 다르다니..
그 사이 엄마에게 전화가 여러 번 왔다.
엄마 술 좀 깼어?
어. 이제 좀 깼어.
엄마 술 먹고 전화하면 나 너무 짜증 나. 술 먹고 전화하지 마.
아니 오랜만에 먹은 거야. 근데 동생은 어떻게 됐대? 네가 전화해 봐.
왜 다들 나한테 연락해서 그래. 엄마 내가 대만에 가본 적이 있어? 나도 잘 몰라. 지금 이것저것 찾아보는 거야. 왜 자꾸 나보고 하라고 해. 엄마도 영사관에 전화를 하든, 외교부에 전화를 하든 해야지. 엄마 술 마실 때 만나는 그 많은 친구들은 다 어디 갔어? 지금 이렇게 어려울 때 그 친구들은 다 뭐 하는데. 술 그만 먹고 쓸데없는 인간관계는 좀 정리 좀 하고 엄마. 정신 좀 차려.
네가 나보다 똑똑하고 아는 것도 더 많으니까 그렇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엄마 나도 모른다고 했잖아... 어떻게 되는지 나도 몰라. 엄마 나도 방법 찾고 있어. 그니까 나한테 그만 전화하고 엄마도 방법을 찾아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서 그렇지. 어떻게 해?
하... 엄마 지금 엄마가 불안해서 자꾸 나한테 전화하는 거잖아. 나도 지금 불안한데 동생을 도와줄 방법을 찾는 거잖아. 엄마 불안 덜겠다고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방법을 찾아보라고. 그러면 지금 기다리는 거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데. 그렇게 불안하면 지금 당장 대만 가는 티켓을 사. 중국어 할 수 있는 사람 사서 대만 가면 되잖아. 그렇게 해서 엄마가 동생 얼굴을 봐야겠다면 그렇게 해. 근데 지금 비행기가 있는지도 모르고 거기가 어느 경찰서인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걔 얼굴을 봤다고 치자. 그러면 안심이 될 거 같아? 어차피 검찰이랑 만나야 하는 거는 동생이고, 검찰 만나기 전까지는 못 볼 수도 있어. 제발 정신을 차리고 엄마도 방법을 찾아보라고. 엄마 나는 내일 출근 안 해? 내가 대만에 가길 바라는 거야?
내가 너무 걱정돼서 아빠한테까지 전화했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엄마,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아빠한테 전화해야지. 아빠가 해결을 하든지 못하든지 당연히 아빠한테 전화해서 알려야지. 왜 아빠한테 해야 할 것을 나한테 하려고 해? 문제가 생기면 이제 아빠한테 전화해. 나는 자식이잖아. 왜 나한테 그러는데!
나는 이 말을 하고 내 행동에 생소함을 느꼈다. 엄마는 언제나 내가 돌봐줘야 할 사람이었는데, 엄마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정서적 지지 자였었는데. 내가 엄마에게 화를 내고 있구나. 나는 이제 진짜 감정적으로 건강해지고 있구나.
그럼 어떻게 해.....
엄마, 기다려. 직접 갈 거 아니면. 나도 지금 동생이랑 연락 안 되니까.
나는 동생에게 법원에 조회해 보라고 한 사람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혹시나 동생이 희생양일까 싶어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랬더니 동생은 이건 한국인 거라 지금 대만에 있는 상황에서는 의미 없다고 했다.
그러더니 국제변호사방에 초대됐다.
웬 국제변호사?
아는 형이 국제변호사 알아봐 줌
근데 너 무혐의될 건데 국제변호사가 왜 필요해?
혹시 모르니까
??
아니 뒤집어쓰면 어떡하려고
뭘 뒤집어써...
검찰이랑 이야기하는데 변호사 없이 이야기하라고?
형들이? 너 무혐의라며. 근데 왜 변호사가 필요해.
아니 일단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해서.
그러면 자문비용, 선임비용 형들이 낸 거야?
동생은 답이 없었다.
혐의가 있어야 사법 절차가 시작되는 거야. 자문비용, 선임비용 각각 얼마이고 어떻게 몇 명이나 선임되고, 당장 대만에 선임돼서 투입가능한 인력에 대해서 알아보고 나서 진행하는 거야? 엄마한테 나랑 연락해 보라고 한 거 변호사 때문인 거야? 내일 오는 사람들이 너 있는 경찰서로 온대? 비용 먼저 알아보고 진행하는 거야? 답변을 줘야 나도 도와줄 수 있어.
일단 핸드폰 뺏길 수 있으니까 초대한 거야.
그 사이에 변호사 답장이 왔다.
이 말에 원래 없던 정도 오만가지 다 떨어졌다. 동생이 혐의가 나와도 너네랑은 안 해... 변호사는 사람의 두려운 마음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거였나. 도대체 이 많은 사람을 누가 모은 걸까.
하.... 나도 안다. 형사사건은 수사단계부터 변호인이 투입된다고 하는거. 근데 이게 형사사건인지 몇 퍼센트인지 그런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자문비를 이야기하니 인류애가 사라진다.
결국 형들의 존재는 감정적인 위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실제로 도움을 주는 건 가족이라는 걸 동생새끼는 알까..
늦은 시간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동생을 위해서는 인사가 없네. 혹시 몰라서 비용을 물었더니 그다음 날 연락이 왔다. 1시간에 44만 원~88만 원, 580만 원, 대만에 당장 투입될 인력 없고, 대만에 협력하는 법인 있음.
이후로 동생은 30분 정도 답장이 없었고 새벽 1시가 다 됐을 때 답장이 왔다.
딥페이스 범죄에 당했어. 내 얼굴이랑 생년월일은 똑같은데 여권번호랑 지문이랑 마지막 방문날짜가 달라. 내일 법원 가서 소명하래. 진짜 나랑 너무 똑같더라.
다음 날 엄마는 오전부터 나에게 동생에게 전화해 보라고 연락이 왔고 아빠의 전화는 못 받았다. 동생은 씩씩하게 법원에 가서 3시간 대기 후에 잘 소명했고, 인생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했다. 호텔 가는 택시 안에서 잠깐 통화를 하고 현재는 여행하느라 연락이 안 되고 있다.
한 발자국만 잘못 내딛으면 바로 절벽 아래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왜 나는 기댈 수가 없을까. 누구에게 기대야 할까. 그래, 동생이 삶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됐고, 엄마가 아빠에게 전화한 것도 잘했고, 오랜만에 아빠랑 통화도 했지. 그래 잘 되고 있는 거지.
가족들은 나에게 기대는데 나는 누구에게 기대야 하나. 내 위에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하나님 아버지가 있다.
주님 제가 가족을 선택해서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아니고, 하나님이 이 모든 상황들을 허락하시는 이유가 있으시겠죠. 이 세상에 똑같은 지문은 한 사람도 없게 창조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네, 저는 외롭고 쓸쓸했지만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인 것을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노력하고 나머지는 주님께 맡기겠습니다. 주님께서 저의 아버지가 되어주시니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맡기신 사명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제 삶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지켜보시고 저를 선한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만 바라보며 살아가겠습니다. 하나님이 알아주시니 전 그걸로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