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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 Nov 19. 2023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말라고 하지만




바라지 않아도 눈이 멀까 두려운 빛이 드리우고

마침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민낯

글자에는 생채기가

군데군데 맺혀있는 핏방울도

내가 너무 싫어 눌러쓴 문장들은

다시 보니 이토록 가엾기도 하단다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말아라

그러나

어둠 속에서만 적을 수 있는 슬픔

그치지 않고 작대기마다 눈물이 흘러내리고

아아

끌어안아 소리 없이 울다 보면

아주 작은 구멍으로 괴로운 네가 투영된다


어깨를 말고 등을 구부리고

온몸을 가장 작게 만들어두고

빛을 등지고 있는 누군가

그 속에서만 숨을 쉬는 사람이 있다

해가 뜨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다

간절히

간절히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말라고 하지만

오늘도 누군가는 읽어주겠지

둥그렇게 몸뚱아리를 말고

여전히 일어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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