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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Sep 21. 2024

24년  9월 셋째 주 감사일기

9월 16일 월요일 / 살짝 흐렸다 맑아진 날


내 나이 30살. 나는 내가 30살까지 살 수 있을지 꿈에도 몰랐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안 좋아 병원 신세를 많이 졌고 거기에 죽을 위기까지 넘겨왔던 나. 10대 때는 내가 20대가 되기 전에 죽을 것만 같았고 20대가 되었을 때는 30대의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언제든 난 남들보다 빨리 죽을 거 같은 생각에 갇혀 오랫동안 살았다. 그랬던 내가 20대가 되니 살아있고 20대를 넘어 30살이 되었다. 지금도 내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고 언제든 내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항상 죽을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데 이렇게 살 기회가 계속 주어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과거와 추억을 만들어가니 좀 더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항상 죽을 준비가 되어있지만 죽지 않고 멀쩡하게 살아있고 많은 행복을 느끼니 살면서 제대로 된 기쁨과 행복 그리고 사랑을 제대로 경헝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연휴를 맞이해서 소소한 저녁의 행복을 느꼈다. 이런 행복을 죽기 전까지 누려보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소소한 일상이 날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이 삶을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하며 항상 감사하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한 하루였다. 내 주변 사람들도 내가 느낀 것처럼 살아있을 때 행복과 기쁨, 사랑을 맘껏 느꼈으면 한다. 고로 즐거운 추석을 보내며 행복한 연휴가 되길.

 

제육볶음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9월 17일 화요일 / 맑고 산책하기 좋은 날


날씨가 맑아 여행 가기 좋은 추석 당일. 추석의 서울은 여행객을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내려가서 1년 중 몇 안 되는 가장 한가하고 조용한 하루다. 그래서일까 서울에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건 차도 많지 않다는 뜻. 미세먼지가 평소 때보다 별로 없고 더 맑게 느낀 하루였다. 이런 날에는 집에만 있기 아까우니 후배를 불러 명동에서 점심을 먹으며 서울 속 추석을 보내봤다.


명동에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 사람들도 한국의 명절에 맞추어 여행을 오니 이렇게 한가한 곳인가 싶기도 할 거 같다. 오히려 사람이 붐벼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보다는 이렇게 한가함을 느껴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을 다들 읽고 그런지 다들 아주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데 그들의 모습을 보니 여유를 즐기며 여행하는 게 부럽기도 했다. 나도 조만간 한 번 여유를 즐길 여행을 다녀와야지.


후배 하고는 명동에 있는 고기 무한리필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둘이 같이 익산에서 올라왔고 이번 명절에 본가에 내려가지 않아 서로 쓸쓸하게 추석을 보낼걸 생각하니 그냥 지나치기 그래서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해서 만났다.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재미와 배를 채운 후 카페로 넘어가서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다. 나와 후배는 처음 연극부에서 만나 각자 연극의 길을 가고 있다. 나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이 친구는 연기를 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고 혜화에서 공연도 올렸으며 지금도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연기 공부를 하고 있다. 서로 만나면 연기 관련 얘기를 자주 나누는데 이때는 서로의 가치관이 다름을 존중하며 의견을 공유하고 한다. 먼저 연극을 한 인생 선배로서 이 친구에게 어떻게 얘기를 해줘야 힘을 줄지 고민을 무척 하지만 현실을 잘 아니 좋은 얘기도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으면 항상 희망을 주려고 노력한다.


내가 아는 후배 중에서 이 친구는 좀 아끼는 편이라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항상 이 친구를 만나면 안 좋은 얘기보다는 좋은 얘기를 많이 하고 좀 웃긴 얘기를 많이 하며 부수적인 스트레스를 지우려고 한다. 그리고 당연히 오늘 추석인데 하하 호호 웃으며 보내야지. 이 친구를 만나면 아주 편안함을 느껴 나도 모르게 표현이 거칠어지긴 하는데 그만큼 많이 아끼니 더욱더 잘 대해줘야겠다.


그래서 오늘은 이 후배와 함께 낮에 즐겁게 배부른 시간을 가져 여유로운 추석을 보냈다. 외국인 여행객처럼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어 감사한 하루다.


산책하면서 본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9월 18일 수요일 / 무더운 날


감사일기를 쓴 지 몇 달이 지났다. 그 시작은 일상 속 사소한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며 나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더 넓게 보고 싶어 시작을 했다. 처음은 모든 것이 다 감사하게 느꼈다. 도움을 주는 것을 시작으로 나를 아끼는 부분에서 다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점점 그런 감사함에 대한 글보다는 일상 속에서 어떤 다른 감사함을 찾으려고 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마치 억지로 감사함을 끄집어내어 숙제를 하는 학생 같았다. 이러려고 시작한 일기가 아닌데 너무 집착을 하며 일기를 쓴 게 아닌가 싶은 게 오늘 산책을 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굳이 감사함에 집착은 아니더라도 그날 있던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감사함을 느끼고 쓰는 건 좋지만 너무 집착하는 건 이 일기의 본질을 무너뜨리는 것이니 다시 원래의 마음으로 돌아와 가볍고 차분하게 이 일기를 써 내려가야겠다. 그런 의미로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


이젠 가을을 알려준 노을

9월 19일 목요일 / 습하고 더웠던 날


마음에 우려 나오는 말이 나오면 비로소 그 사람의 진심이 느껴진다. 사람은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에 따라 마음속의 감정이 우려 나와 때로는 순간의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오늘의 난 내 마음속에 우려 나오는 감정이 겉으로 나와 아주 맛있는 저녁 시간을 보냈다.


점심에 회사에서 돈가스가 나온다길래 아주 열심히 일했다. 오로지 돈가스를 먹기 위해 아침부터 그거 하나만 바라보며 열심히 일했는데 결과는 아주 비참했다. 돈가스가 아주 맛이 없었다. 이렇게 실망스러운 돈가스는 내 일할 의욕도 뚝 끊기게 해 줬다.


내 안의 화와 욕이란 욕은 다 나오며 세상을 부정한 오후. 돈가스 하나만 보고 열심히 일했는데 보답으로 통수를 맞으니 기분이 참 그랬다. 이거는 무조건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무조건 맛있는 걸 먹기로 다짐했다. 이것보다 더한 맛없는 음식은 없기에 무엇을 먹던 다 괜찮을 거 같지만 오늘은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걸 먹고 싶었다. 그것은 바로 치킨. 치킨은 언제나 날 배신하지 않는다.


점심에 먹었던 돈가스를 생각하다 저녁에 먹을 치킨을 생각하니 내 안의 화가 가라앉고 행복으로 차올랐다. 역시 치킨은 언제나 현명해. 얼른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며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 열심히 운동하고 나서 집 가는 길 치킨을 포장해 가 맛있는 저녁시간을 보냈다. 치킨을 한입 하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려 나오는 나의 기쁨이 내 주변을 맴돌아 행복지수가 올랐다. 치킨은 언제나 행복을 주는 천사의 음식.


비록 점심에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었지만 저녁에 날 기쁘게 해주는 시간을 보내니 오늘의 화를 완전히 잊을 수 있었다. 역시 치킨은 언제나 감사한 음식이다.


치킨과 피자는 옳다

9월 20일 금요일 / 가을비가 내린 날


가끔 꿈을 꾸면 어떤 여자가 나온다. 때로는 내가 아는 사람의 얼굴로 때로는 내가 모르는 사람의 얼굴로 나와 언제나 나를 지켜본다. 그녀는 나를 보면 항상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날 사랑하듯이 바라본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난 온전히 편안한 느낌을 받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그 순간은 모든 걸 잊고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


그녀는 꼭 수호천사 같다. 꿈에 나오면 편안함을 주고 꿈을 꾼 후에는 하루 동안은 계속 안정감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고는 한다. 과연 그녀는 누구인가.


3년 전, 잊지 못할 꿈을 꿨다. 어느 방안. 컴컴한 곳에서 나는 무언가를 찾고 있으며 무언가에게 쫓기는 듯했다. 그거는 마치 나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날 찾아다녔고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둘 사이 팽팽한 긴장감을 누추지 않고 돌아다니다 환하게 빛나는 문을 발견해 그곳으로 갔는데 갑자기 공간이 바뀌며 어느 길거리로 나왔다. 아무도 없는 곳인데 왠지 낯설지 않았던 거리. 나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거리를 걷고 있는데 그 순간 아주 사악하게 웃는 얼굴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나에게 말했다.


"찾았다"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못했는데 그때 뒤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치더니 그 얼굴은 소리 나는 곳으로 향했다. 곧 내 몸은 다시 움직이게 되어 나는 뒤돌아보는데 그 얼굴은 어느 건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여성분이 소리를 치며 외쳤다.


"그 애는 안돼!"


그러고 나서 나는 그곳을 벗어나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고 그때 꿈에서 깼다. 아리송한 꿈은 하루종일 내게 찜찜한 기분을 줬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나를 지키고 있는 편안함도 함께 느꼈다. 대체 이 꿈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방에 있던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내 꿈속에서 계속 그 여자가 나오면서 그때 그 꿈에 대해 조금씩 실마리가 풀렸다.


내가 있던 방. 그곳은 사실 어두운 곳이 아닌 환하게 밝은 곳이었으며 신을 모시는 곳처럼 작게 꾸며진 사당 같은 게 있었다. 마치 무당이 있는 공간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꼈고 그리고 어떤 여자로부터 무서운 얼굴의 위협을 피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꿈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꿈을 꾼 후에 가끔 꿈에 나오는 여자는 항상 내 곁에 있고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안정감을 안겨준다. 마치 나의 수호천사처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꿈에 나오는 여자 덕분에 현실에서의 나는 전보다 더 편안함을 안고 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도 나왔던 여자분. 누군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안정감 있게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초콜릿으로 하루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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