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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Oct 12. 2024

24년 10월 첫, 둘째 주 감사일기

 나의 10월은 항상 우울함의 시작이었다. 가을이라는 계절의 영향도 있지만 이맘때만 되면 그리움과 슬픔이 몰려와 내 주변을 우울함으로 가득 채우고 그랬다. 그런데 이번 24년 10월의 시작은 아주 기분이 좋게 시작을 했다. 


 올해 10월 1일은 국군의 날 임시 공휴일로 지정이 되어서 쉬는 날로 시작이 되었다. 그 덕분에 오래간만에 평일에 공연을 하러 혜화에 갔다. 이번 공휴일은 갑작스럽게 되어서 사람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많은 관객들이 와서 놀라우면서 공연의 재미를 한층 더 채울 수 있었다. 관객들이 하하 호호 웃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고 공연을 하는 보람도 느꼈다. 


 하루종일 공연을 통해 웃고 그러니 우울함이 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서 10월의 시작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나의 10월 첫째 주와 둘째 주는 평범하면서 그 안에 기분 좋고 웃기고 즐거움을 주는 일상으로 녹아내렸다. 


 10월 둘째 주에는 익산에 공연을 하러 내려갔다. 지난 8월에 했던 공연을 10월에도 이어서 공연을 해 그때 만났던 분들과 함께 다시 작업을 했다. 사실 익산에 내려가서 공연을 하는 건 그렇게 달갑지 않았다. 이동하는 시간도 있으며 교통비도 많이 깨지고 그래서 내려가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의 정은 무시 못한다고 그 정을 거절하지 못해서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번 10월 공연까지 하게 되었고 익산에 가서 공연을 했는데 이번 공연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무사히(?) 잘 마무리를 했다. 대표님과의 마찰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거 같으며 나의 멘털도 더욱 튼튼해져서 그런지 마찰이 와도 그렇게 막 부딪히지 않고 유하게 넘어간 거 같다.


 거기에 내가 이번에 공연하면서 가장 웃게 해 준 인물이 있기에 이번 익산 공연은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거 같다. 7월에 극단에 새로 합류한 친구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아주 소심하고 서먹한 친구였지만 이 친구를 좀 지켜보니 굉장히 싹싹하며 씩씩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에 좋게 보게 되었다. 이곳의 환경에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한 모습도 보였지만 그래도 나름의 노력을 하며 잘 적응하는 모습이 보여서 안타깝기도 하면서 성격이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첫 만남과 첫 공연을 끝으로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가 8월에 한번 공연하러 내려왔는데 오랜만에 본 그 친구의 모습은 조금씩 광기 어린 눈빛과 조금씩 밝아진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대체 안 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귀엽고 재밌어서 주변 사람들도 이 친구를 예쁘게 봐주었고 덕분에 극단의 분위기도 전보다 좋아졌다. 


 8월의 공연도 어찌어찌 잘 마무리하고 10월의 공연을 기약하며 다시 서울에 올라왔고 어느덧 10월이 되어서 다시 익산에 내려갔다. 과연 이번에는 또 어떤 일이 날 놀라게 하고 힘들게 만들 것이며 어떤 재미가 생길지 걱정과 불안이 있었는데 이 친구가 딱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내 감정에 즐거움이 딱 꽂히게 되었다. 


 눈빛에서 "난 조커예요"라는 맑은 눈으로 하하 웃고 있는 그 친구의 모습은 전보다 더 예사롭지 않아 보여서 같이 일하는 동안 많은 재미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 중 이 친구의 1차원적인 행동 때문에 빵빵 터지는 일들이 생겼다. 옆에서 극단 선생님께서 음향과 조명 타이밍을 봐주셨는데 선생님께서 음향에 대해 설명을 하면 이 친구가 잘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건지 일단 해보는데 너무 1차원적으로 생각을 하고 약간의 순수한 모습을 보여서 공연 중에 귀여운 해프닝들이 몇 번 있었다. 


 대다수 음향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 것이었는데 이 친구가 아직 서툴러서 오랫동안 해온 프로와 다른 생각으로 해서 그 친구의 실수와 이해하는 과정이 옆에서 보면 참 웃기는 상황이었다. 동그랗게 뜬 눈은 "나 집중해서 하고 있다!"라고 말을 하는데 음향 타이밍은 잘 잡지 못해 실수를 하면 넉살 좋게 넘겨 웃음을 자아냈다. 


 전에는 실수를 하면 바로 걱정과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감 없어졌는데 지금은 실수를 하면 잠깐의 걱정은 하지만 곧바로 넉살 좋게 넘어갈 정도로 이 환경에 적응한 모습이 참 대견해 보이기도 했다. 많이 성장했어. 그래서 그 친구와 함께 공연을 하니 공연 중에 받는 스트레스도 덜했고 잘 넘긴 거 같다. 누구랑 함께 하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정말 뒤바뀌고 그러는데 3달 전과 다르게 성장하고 좀 더 밝아진 이 친구와 함께 공연을 하니 이번 공연은 좀 재밌었다. 


 이번 10월은 전부 공연에 의해서 기분이 좋아진 거 같다. 아직 2주 더 남았지만 왠지 더 기분 좋아지는 일이 생겨서 처음으로 10월을 우울하지 않게 보낼 거 같다. 지난 2주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남은 10월도 잘 부탁한다. 


 

기분이 좋을 때 먹는 탕수육은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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