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그런 글을 봤다. '어릴 적 추억하나로 지금의 내가 버틸 수 있다'
가족과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면 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 닥쳐와도 버틸 용기가 있다고 한다. 그 글을 읽고 나니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었는지 돌이켜보았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었다. 각 과목별 선생님께서 방학숙제를 내주셨는데 그중 사회과목에서 이런 숙제를 내주셨다. '만약에 내가 이번 방학 때 미국으로 여행을 간다면 어떤 곳을 갈 것인지 여행계획과 그 지역에 대해 조사해 와라'
처음으로 계획서 같은 숙제를 받아 당황을 했다. 미국여행이라, 내가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갈 수 있을까.
만약이라는 생각을 안고 내가 미국에 가보는 상상을 해보며 나의 첫 중학교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방학은 길면서 짧았지만 그 시간 동안 모든 방학숙제를 끝내기에는 충분했다. 단 한 가지. 사회과목만이 큰 벽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만들어볼지 고민을 며칠동안 하다가 미국에는 어떤 지역이 있는지 조사를 해보았다.
LA, 워싱턴, 뉴욕, 텍사스 등 내가 아는 이름의 지역을 시작으로 그 지역 내에서 유명한 곳도 알아보며 나만의 루트를 짜보았다. 그리고 모든 루트를 정하고 나서 나는 키보드가 아닌 샤프를 집어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컴퓨터로 보고서 작성하는 걸 잘 못했기에 손수 제작하는 아주 미련한 방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쓰면서 글만 있으면 허전하니 색연필을 이용해서 꾸미기도 했다. 그것은 다 완성하기까지 3일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전에 완성했다.
내가 만들고도 너무 잘 만들었단 생각이 들어서 책상 앞에 두어 뿌듯했다. 개학날 잊지 않으려고 딱 보기 좋은 곳에 놓고 거실로 TV를 보러 나왔다. 신나게 방송을 보며 몇 시간 방을 비웠나. 잊고 있는 방학숙제가 있었는가 확인하려고 방에 들어갔는데 아빠가 내가 쓴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진지하게 아빠가 내가 쓴 보고서를 읽고 있는데 괜히 긴장이 되었다. 회사에서 매일 보고서를 작성하는 아빠가 내가 쓴 숙제를 보니까 잘 썼는지 못 썼는지 평가받는 기분이었다. 아빠는 내가 쓴 걸 전부 다 읽고 나서는 방에 들어온 날 보고는 멋쩍은 듯이 있다가 나가셨다.
나는 후다닥 숙제를 집어 어디 이상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하는데 그 순간 아빠가 다시 방에 들어와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글 잘 쓰네. 소질이 있다"
무뚝뚝한 아빠가 내게 칭찬을 해주셨다. 그리고 아마도 처음으로 내가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도 아빠일 것이다. 이윽고 나는 그 숙제를 제출하며 아주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이 글 쓰는 것과 관련된 활동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연극 및 창작과 희곡을 쓰는 것에 관심을 갖고 직업으로도 삼고 있는 거 같기도 한다.
어릴 적 가족과의 추억 하나가 지금의 내게 큰 용기를 준다는 말이 내게도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그때 아빠가 내게 했던 말이 지금의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용기를 가지게 된 거 같다.
과거에는 못 말했지만 그때 하려던 감사인사를 지금 해본다. 좋은 칭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