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였다. 정기적으로 치아검사를 하러 익산에 있는 대학병원에 갔다. 전에 불의의 사고로 앞니를 임플란트 해서 그때 이후로 꾸준히 이 대학병원에 방문해 임플란트가 잘 있는지 체크도 하면서 스케일링도 받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치아가 잘 있다는 것과 다른 치아도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스케일링을 진행했다.
그런데 스케일링을 받으면서 한 가지 찜찜한 부분이 있었다. 전날에 갑자기 잇몸이 붓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피곤해서 부은 건가 싶어서 치실로 피를 내주며 붓기를 뺐다. 하지만 스케일링을 받는 당일에도 붓기는 그대로 여서 아예 검진받을 때 이것도 체크해야겠단 생각으로 병원에 내원했다.
병원에 와서 내 임플란트를 보면서 다른 곳도 확인했는데 이게 웬걸. 선생님께서는 별 문제가 없고 치아 관리를 아주 잘했다고 하시며 이대로 잘 관리해 주고 곧바로 스케일링 진행을 하는 게 아닌가.
분명 잇몸이 부은 걸 봤을 텐데 그냥 넘어가신 건지 아니면 크게 문제가 되어 보이지 않는 건지 바로 스케일링을 진행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스케일링을 받으면 부기가 가라앉으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신 거 같은데 이때 확실하게 얘기를 했었어야 했다.
스케일링을 받고 나서 붓기는 조금 가라앉았지만 다음날 다시 붓기 시작하더니 그다음 날에는 전날보다 더 크게 부어서 입안에 물집이 잡힌 기분이 들었다.
이거 이러다 큰일이 날 거 같아 급하게 갈 수 있는 가까운 치과로 갔다. 처음 가는 곳이어서 입안 전체적인 사진을 찍고 선생님과 함께 내 잇몸을 보았다. 선생님께서는 내 사진을 쓰윽 둘러보시고 직접 입안을 확인하시는데 부은 내 잇몸을 보자마자 나지막이 말하셨다.
"너무 심하게 부었는데"
뭔가 아주 심각한 듯 한숨을 쉬시고는 말하셨다.
"잇몸이 좀 내려앉았어요. 이거 정말 운이 안 좋으면 이빨을 발치해야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발치? 정말 예상치 못한 단어에 순간적으로 멍했다. 그 말은 즉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거라고??
갑자기 엄청난 지출이 나갈 거 생각하니까 참담했다. 앞니 임플란트를 했을 때도 정말 힘들었는데 또다시 임플란트를 해야 하다니.
착잡한 내 마음을 선생님께서는 인지하셨는지 우선 잇몸치료를 하고 상황을 지켜보자고 하셨다. 잇몸치료는 아주 빠르게 끝났다. 마취를 해서 그런지 별 느낌도 안 났고 마취가 풀리고 나서도 아프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월의 마지막 금요일을 맞이했다.
많이 부었던 내 잇몸은 언제 부었냐는 듯이 완전히 가라앉았고 치과에서도 다행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발치라는 얘기가 나왔으니 안심할 수 없는 부분. 이제부터는 어떤 치료를 받을지 걱정을 했다. 선생님께서는 내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현재 이빨 상황에 대해 다시 설명해 주셨다.
잇몸이 부었던 이빨이 치료가 잘못되어서 거기로 이물질이 들어가 잇몸이 부은 거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거기를 인레이치료를 해서 막아주고 썩은 부분을 긁어낼 거라고 하셨다. 다행히 임플란트얘기는 안 나왔다. 치료받아야 할 이빨을 설명해 주시면서 전반적인 부분도 설명해 주셨는데 반대쪽 치아도 똑같이 진행이 되어서 여기도 같이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임플란트를 하지 않아 안도했는데 충치가 있다는 얘기에 좀 놀랐다. 분명 기존 병원에서는 충치가 없다고 했었는데. 그렇지 충치가 없었다면 잇몸이 붓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나는 치료를 받기로 하며 그날 비용이 좀 많이 나가게 되었다.
그래도 임플란트가 아니어서 몇 백이 깨진 게 아니라 위안이 되었다. 사실 인레이라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크게 안심이 되었다. 발치를 하지 않으며 또 그 기나긴 임플란트 치료 과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 덕분에 인레이 치료비가 가볍게 느껴졌다.
남들에게 제대로 얘기 안 했지만 일주일 동안 이 이빨 때문에 희로애락이 오락가락했다. 임플란트라는 단어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아 떠나지 않아서 얼른 치과에 가서 결과를 듣고 싶었는데 이렇게 안심할 수 있게 되어서 천만다행이다.
정말 운이 좋았다.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