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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Nov 10. 2023

첫 비행기

딸은 엄마 인생을 닮는다고? - 1

시할머니께서 하늘로 가셨다.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고모의 연락을 받았지만 시아버님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6월의 금요일밤, 제주로 가는 비행기 표는 [매진][매진][매진] 행렬이었다.  시아버님과 남편이 먼저 출발하려 했던 계획은 시도조차 어려웠다. 다음날 첫 비행기를 뺀 모든 주말 일정은 또다시 [매진]만이 가득했다. 새삼 제주도의 인기를 실감했다. 선택의 여지없이 토요일 첫 비행기로 가야 했다. 이게 아니면 장례식이 끝난 다음 도착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밀려왔다.


제일 큰 캐리어를 펼쳐 놓고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니 생각나는 건 모든 쓸어 넣었다. 눈을 붙일 새도 없이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고 공항으로 향했다. 발권 창구 앞에서 시누이 식구들을 만났다.  비행기 안에서 '차를 렌트 해야 하나' ' 나눠서 택시를 타야 하나' 누구 하나 선뜻 답을 내리지 않는 의미 없는 대화가 오고 갔다.

공항에 내려 관광 안내 데스크로 무작정 걸어갔다. 유니폼을 입은 언니는 나의 고민을 듣고 상냥한 미소로 대형 택시를 이용해 보라고 권했다.   

"대형 택시요? 그건 어떻게 이용하는 거예요?"

일반 택시처럼 공항 안에 대형 택시 정거장이 따로 있다며 위치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일반 택시 정거장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어서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카니발과 스타리아 같은 까만색 승합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상도덕을 지키기 위해 맨 앞에 있는 택시가 나타날 때까지 걸어갔다.  택시 기사 옷을 입으신 분이 우리에게 다가와 어디까지 가시냐고 물었다. 다른 기사님들이 눈치를 주지 않는 걸 보니 우리가 찾던 기사님이 맞다고 확신했다.

"그린 장례식장으로 가주세요"

기사님 고개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짙은 선글라스 뒤에서는 빠른 눈동자로 우리 가족을 하나하나 스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인원을 체크하고 있을 거라 추측했다.  까만 옷을 입은 9명이 장례식장으로 가 달라고 하니 밤에 만났다면 공포 영화 같았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첫 닭이 울었고 방금 뜬 해가 눈이 부실정도의 맑은 날이었다.

"짐도 있고 원래는 위험해서 이렇게 많이 못 태워드려요. 그런데 아이들이 있으니 좁더라도 탈 수 있을 것 같아 태워드리는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평소에 나였다면 대형 택시의 정원이 몇 명인지 순수한 눈빛으로  질문을 해보았을 텐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가고 싶었다. 

장례식에 도착하여 고모를 만났다. 지난밤 얼마나 길고 고단하게 보냈는지 빨갛게 부어오른 눈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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