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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Nov 16. 2023

99가 아닌 100

딸은 엄마 인생을 닮는다고? - 2

장례식 비용을 정산하려고 들린 사무실에서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사망 진단서 필요하세요?"

"사망진단서.. 혹시 그게 어디에 필요한가요?"

"애들이 있으니 학교에 낸다거나 아마 회사에도 제출해야 할 거예요"

"아.. 그러면 발급해 주세요"

"가족수에 맞게 발급해 드릴게요. 더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주말이라서 학교 담임 선생님께는 연락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어떤 서류를 필요로 하는지 모르고 있었고, 사실은 장례식에 관련해서 서류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께 연락할 방법은 핸드폰으로 가정통신문을 받는 알림이 앱인 하이클래스에서 문자톡을 보내는 것이다. 주말에 연락하는 게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을 망설이고 있었다. 

발인이 일요일이고 모든 장례 과정을 마친 후 곧바로 집으로 간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보통의 월요일처럼 등교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내 계획은 그러했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모든 게 그대로 진행되기는 힘든 법이다. 가족들은 상의 끝에 월요일까지 남아서 시할머니 사셨던 집과 주변정리를 마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시할머니를 납골당에 모신 후, 남자들과 시어머니는 시할머니 집으로 향했고 아이들과 시누이와 나는 급하게 잡은 숙소에서 서류를 정리했다. 장례식 내내 가지고 다니던 가방 속에서 영수증과 서류들을 꺼냈다. 수북이 쌓인 종이를 보며 기억이 날듯 말듯한 기억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흰 봉투 속에 접혀 있는 서류들을 한 장 한 장 꺼내어 펼치는 작업에 점점 지쳐가고 있을 때쯤 -봉안증명서-를 보았다. 어디서 받은 서류인지 알기 위해 접힌 부분을 손으로 눌러 펼치고 적힌 내용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다른 서류에는 적혀있지 않은 내용 하나 가 눈에 들어왔다. 시할머니 사망 당시의 나이였다.


100세


티브이에서만 보던 세 자리로 이우러진 나이었다. '99세 인지 알았는데 100세 채우고 돌아가셨구나'


"오래 사셨어. 호상이네 호상이야!"

장례식에서 그 말을 하시는 분께 묻고 싶었다. '호상은 무엇인가요?'

생이 길었든 짧았든, 병이 있었건 없었건 간에 가족이 더 이상 볼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길에서 호상이라 외칠 수 있을까? 100세를 채운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이승에 남은 누군가에게는 호상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애상일 것이다. '그래. 다 느끼기 나름이지 내가 뭐라 말할 수 있나.' 

시할머니께 여쭤보고 싶다. 세상에서 멀어지던 순간, 필름처럼 지나간 지난 100년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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