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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Apr 11. 2024

필라테스 초보 -5개월간 배워보고 알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유튜브 선생님들과 함께 홈트레이닝을 했다. 그 흔한 요가매트나 짐볼, 폼롤러 하나 없이 오로지 집념 하나로 꾸준히 홈트 한 사람이 바로 나다.^^

 한 개쯤은 오프라인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뭐 하나 배우려면 학원비가 만만치 않아 알아보다가 그만둔 게 여러 번이었다. 킥복싱, 플라잉 요가, 폴댄스 등등

'재미있을 거 같아. 배우고 싶어. 나 잘할 수 있는데.'
이런 아쉬움들은 돈이 떠난 통장의 빈자리를 꽉 채웠다.


 그러다가 지역 구민센터에 필라테스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등록하였다.

토요일 아침 8시 땡 하면 기구 필라테스 수업을 시작한다. 지난해 11월에 첫 수업을 했으니 5개월을 조금 넘게 배웠다. 일주일에 한 번 듣는 수업이라 5개월이라 해도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다.  20번 정도 들었으려나?

필라테스 초초초보인 내가 5개월 동안 배우면서 알게 된 점을 말해보려 한다.


1. 필라테스할 때 신는 양말이 있다.

  구민센터에서 하는 수업이다 보니 사전에 상담을 받거나, 수업 전 안내문이 오는 등의 고급진 서비스는 없다. 알아서 준비물 챙겨, 알아서 시간 맞춰, 알아서 교실로 가야 한다.

요가나 필라테스 운동 하는 사람들이 몸에 짝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는 걸 많이 보았다. 그래서 나도 장롱 속에서 딱 달라붙는 운동바지를 꺼내 입고 갔다. 

준비는 완벽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업 시작과 동시에 깜짝 놀라게 된다. 다들 발등이 뻥 뚫리고 무좀 양말처럼 발가락을 하나씩 감싼 양말을 신고 있었다. 마치 장갑을 발에 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새 하얗고  발목에 줄이 세 개가 그려진 너무도 튀는 양말을 신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필라테스 양말'이라고 검색을 했다.  

'다른 분들이 신고 있었던 게 이거다 이거!'

미끄럼 양말이었다. 모양 상관없이 발바닥에 미끄럼 방지가 붙어 있는 게 포인트다. 바로 주문을 누르고 한 주 후에 당당히 미끄럼 양말을 신고 수업에 참여하였다.


2. 필라테스는 듣기 평가다.

  내가 등록한 수업은 1:7이다. 즉 선생님 한분과 7명의 수강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동작마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지 않고 말로 자세를 알려주는 게 대부분이다.

나는 예전부터 오른쪽, 왼쪽이 너무 헷갈린다. 살면서 이 헷갈림이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많이 없었다. 하지만 필라테스 수업시간에는 온통 신경이  '오른쪽은 밥 먹는 손, 오른쪽은 밥 먹는 손'을 되뇌며 선생님 목소리에 초 집중을 한다. 이렇게 신경을 써도 모를 때는 사람을 슬쩍 보고 따라 한다.

  동작뿐만 아니라 기구로 옮겨 갈 때도 마찬가지다.  "바렐로 가세요" "리포머로 가세요"라고 선생님이 말할 때 초반에는 그게 뭘 말하는지 몰라 1초 동안 얼음이 됐었다.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움직이는 걸 보고 그제야 따라 움직였다. 내 옆에 잘하는 사람이 있는 날이면 마음이 편했다.^^


3 .자세를 잡아주니 좋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배우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수업 중에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펴고 있을 때 선생님이 다가와 손으로 등을 짚으며 "여기는 조금 올리고 펴세요. 여기에 힘을 더 주세요." 하며 알려주었다.

작은 부분을 잡아 주는데도 집에서 했던 것과 차원이 다른 자극이 온다.

집에서는 했던 동작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쓰던 근육만 계속 썼던 거 같다. 수업중에는 낯선 동작도 하고 안 쓰던 근육도 쓰니 아프면서 재미있다.

 오프라인 수업을 통해 자세 교정을 받으니 집에서 홈트 할 때도 배운 자세로 운동을 하게 되어 선순환이 된다.


4.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다리를 조금 더 펴라는데 펴지지 않는다. 엉덩이를 조금 더 들라는데 들리지 않는다. 

그 [조금] 이 어렵다. 이게 내 몸똥이었다.

그동안 심으뜸, 에일린, 요가소년, 땅끄부부 등 많은 유튜브 선생님들이 훈련을 시켰음도 내가 부족했나 보다.

힘들 때마다 눈이 자꾸 시계 쪽으로 돌아간다. 크게 벗어남 없이 시곗바늘은 8시 20-30분 사이를 가리키고 있다. 수업의 딱 중간쯤이다.

"아직 멀었네" 일까 "거의 다 했어" 일까.

사실 이런 생각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동작을 놓칠까 싶어서 선생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50분이 순삭이 되는 마법을 보이며 수업시간은 끝난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상큼한 토요일이 시작된다.

앞으로 5개월 더 필라테스 수업을 듣는다면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된다. 두근두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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