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
이번 주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기일이라 본가에 내려갔다. 그런데 거기서 아빠가 멋쩍은 듯 유머를 섞어 가며 진지하게 추도예배를 진행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내가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빠의 모습과 꼭 닮았음을 깨달았다. 아빠가 학교에서 인기 교사였던 이유 또한 알 것 같았다.
나도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 진도나 스케줄 문제로 다른 반으로 옮겼던 학생이 나중에 어떻게든 내 수업으로 돌아오는 일도 많다. 그 이유는 명백한데, 내가 학생들을 어른과 똑같이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열심히 공부하든 아니든, 숙제를 하든 안 하든 내가 학생의 기분을 상처 입히는 일은 없다. 혼내야 할 때도 장난기를 섞어서 훈계한다. 학생에게 반말하지 않으며 무안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이 모든 게 우리 아빠에게서 유전된 게 아닌가 싶다. 아빠는 사람의 나이가 어리든 아니든 그 인격을 존중한다. 게다가 늘 가식이 없고 솔직하며, 책이나 영화도 많이 보시고 삶의 경험도 다양해 대화의 콘텐츠마저 방대하다. 아마 아빠가 살아온 이야기 중 1%만 학생들과 공유해도 그들은 우리 아빠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가혹했던 유년 시절을 키득키득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아빠의 모습이란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마는 것이다… 교사로 일하시던 시절, 아빠가 급식실에 들어가기만 해도 학생들이 밥을 먹다 말고 기립해서 인사했다고 한다(우리 아빠에게만).
그동안 아빠와 내가 닮은 점은 외모와 청소를 좋아하는 성격뿐인 줄 알았는데, 학원에서 일하면서 새롭게 배우는 게 많다. 물론 나는 아직 아빠만큼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좀 더 분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