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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상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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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May 06. 2023

회상 3

추억의 LP

  올드팝을 듣고 있으면 참 좋다. 나의 가장 아름답던 20대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팝송을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알아듣지를 못한다. 그렇지만 팝송은 내 가슴을 뜨겁게 한다.

  70년대 후반에 서울에는 음악다방이 참 많았다. 나도 역시 음악다방을 언젠가부터 자주 찾게 되었다. 당시 유행하던 팝송들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One Way Ticket, What cane I do, 등등... 주옥같은 명곡들이 그 당시 음악다방에 가면 언제나 들을 수 있었다. 그런 팝송을 듣기 시작한 것은 등잔불을 켜고 살던 어린 시절부터 들었다. 건전지를 사용해서 엘피음반을 들을 수 있었던 야외전축이 있었다. 가수가 꿈이었던 동네 친구가 야외전축을 사 왔다. 밤이 찾아오면 여자친구들과 함께 방죽 둑에 모여서 Keep On Running을 틀어놓고 열광적으로 춤을 추다가 여자아이들 아버지가 찾아와서 죽으라고 도망친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그렇게 시골에서부터 서울살이까지 젊었던 시절 듣던 팝송은 지금도 늘 삶 속에 함께 하고 있다.     


   어느새 과학의 발전은 엘피음반을 뒤로하고 카세트테이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언제든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마이마이라는 테이프 플레이어를 사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어가며 거리를 다닐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엘피 음악을 틀어주던 음악다방은 조금씩 줄어들고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카세트테이프는 단점이 있었다. 오래 사용하다 보니 테이프가 늘어나서 음악이 늘어지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서 버리고 다시 구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카세트테이프도 얼마 못 가서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바로 CD 음반이 태어난 것이다. 그렇게 음반의 변화로 지금은 USB에 듣고 싶은 음악 파일을 얼마든지 담아서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은 뉴미디어 시대가 되어서 USB도 필요 없다 휴대폰에서 유튜브를 열면 듣고 싶은 음악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좋은 세상이 되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다시 옛것을 그리워한다. 좋은 기계로 잘 만들어진 음악보다 투박하고 잡음 섞인 엘피 음악을 다시 찾는다. 나도 턴테이블을 사고 엘피음반을 모으고 있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엘피 음악을 듣는다. 그 엘피음반에서 들려오는 올드팝 속에는 나의 젊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담겨 있어 너무 좋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며 작은 꿈이 생긴다.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엘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곳에서 음악과 함께 시를 노래하고 연주도 하며 좋은 친구들과 함께 행복을 만들고 싶다. 내 젊음이 있었던 추억의 음악다방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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