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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상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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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Apr 07. 2023

회상 2

산업체 특별 학급

  1978년 기아산업에 입사를 하여 근무 중에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정부 발표로 산업체 특별학급이라는 기회를 준 것이다. 산업체 특별학급이란 어려운 환경이나 기타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한 근로자에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낮에는 회사 현장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저녁에 학교를 등교해서 고등학교 과정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지원 정책이었다. 회사에서도 그런 우리들에게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여 근무시간을 줄이고 등교 버스를 지원하여 회사에서 곧바로 학교로 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교복을 입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만 했었는데, 조금 늦기는 했지만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것에 꿈만 같았다. 1979년 당당히 안양공업고등학교 학생으로 교복과 학생증을 받아 들고 등교를 하였다. 같은 학년에는 인근 여러 기업체에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다. 한 학년에 총 3개 반으로 대략 백오십여 명의 친구들이 함께 공부를 했다. 같은 학년이라고 해도 나이가 천차만별이었다. 나보다 대여섯 살 위인 형님들도 있었고,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도 있었다. 또 나이들이 많다 보니 머리들도 다들 학생답지 않게 기른 친구들도 있었고, 수학여행을 같을 때는 선생님하고 담배를 같이 피웠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교련시간에는 이미 군대를 전역한 형들도 교련복을 입고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던 재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중에 대우전자에 다니던 승지라는 친구와 아주 가깝게 지냈다. 학교가 끝나면 또래 친구들과 안양역 앞 어느 빵집에서 여학생들과 미팅을 하기도 하고, 승지 친구와 시내를 함께 가다 만난 여학생들과 인연을 맺어 친구로 사귀게 되었다. 그 여자 친구가 지금도 생각이 난다. 나를 많이 좋아했는데... 군 복무 중 휴가 나와서 찾아가보니 시집을 가서 아이 엄마가 되어 있었고, 그 아이 돌 때 돌복을 선물한 기억이 난다. 

  또 승지가 다니던 대우전자 여자 친구들을 만나 함께 여행도 다니고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아마 그 친구들도 나처럼 변해 있겠지.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그때는 사진 찍는 것이 전부였기에 남은 것이라고는 앨범과 사진뿐이다. 지금도 가끔은 그때 친구들이 보고 싶지만 찾을 길이 없다.

  재학 중에 군입대 연기 신청을 하였고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군입영 영장이 날아왔다. 학교 친구들과도 헤어지고 회사도 사표를 내야 했다. 노동조합에 가서 전역 후 복직 신청서를 내고 그렇게 고향으로 가는 열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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