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택시 노동자였다
나는 택시 노동자
15년 전, 나는 택시 노동자였다. 지금도 생생한 그때의 일들을 기억한다.
그 당시 택시 회사는 일반 제조업 회사와는 근무 형태가 전혀 달랐다. 한 달 30일 기준으로 15일 일을 한다. 그중에 13일을 일해야 만근을 하는 것이고 2일은 특근을 할 수 있다. 우리말로 “개인택시”라고 말한다. 일반 평일날은 사납금 131,000원을 입금하고 가스비는 본인 부담을 원칙으로 한다. 가스비는 대략 45,000원 정도 사용한다. 그런데 나머지 2일은 하루 50,000원만 입금하면 된다. 가스비는 물론 본인 부담이다. 사납금을 하기 위해 새벽 03시부터 다음날 02시까지 일을 한다. 즉 24시간 맏교대를 한다.
그렇게 힘겹게 노동한 대가로 지급되는 한 달 월급은 신입사원이 약 690,000원 정도.
1년 이상 된 노동자들은 십여만 원이 더 지급된다. 따라서 사납금 외에 추가로 벌어서 입금한 금액을 포함에 월급을 지급하는데, 부지런히 새벽 3시에 나와 쉬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가 1백 오십만 원 정도 급여를 받고, 나같이 새벽에 잠이 많아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백만 원 받기 어렵다. 보통 하루 근무 시 타코메다 (손님 탑승 시 기록되는 금액)에 찍히는 금액이 25만 원 정도는 해야 백오십 정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새벽 3시부터 다음날 2시까지 택시 안에서 일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내가 경험한 피로도를 말해보자. 새벽에 잠을 안 자고 일을 하니 아침 동이 틀 무렵 이상하게 잠이 쏟아진다. 정말 비몽사몽 상태로 일을 하다가 아침 출근 시간에는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많으니 욕심이 생겨 아침 먹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일하다 보니 아침은 거르고 점심때 되어서 식사를 한 후 잠시 차 안에서 쪽잠을 청한다. 그리고 또다시 손님을 찾아 시내를 배회하다 저녁이 되면 손님이 많아서 저녁은 보통 9시나 넘어서 대충 김밥이나 아니면 빵으로 때운다. 그리고 새벽녘까지 밤거리를 돌고 돈다.
그렇게 종일 차 안에서 일을 하니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밤 12시경 잠시 피로를 풀기 위해 차를 정차하고 박으로 나왔다. 나는 깜짝 놀랐다. 땅바닥이 둥둥둥 몸을 흔들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 나는 순간 지진? 깜짝 놀랐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동차 엔진의 미세한 진동을 그대로 오랜 시간 몸으로 받아들여 뇌에 흔들림이 인식되고 정지된 도로 위에 나와 서 있어도 그대로 엔진 진동을 몸으로 전달하여 땅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러한 현상이 한참을 느끼게 되고, 자동차 시트에 등이 종일 밀착되다 보니 등이 얼얼하고 허리는 끊어져 나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게 된다.
설명하는 것 가지고는 그 고통이나 힘겨움이 피부로 느껴지질 않겠지만 아무튼 대단했다. 시간이 흐른 후 익숙해져서 그리 크게는 못 느끼지만 무릎 통증과 허리, 그리고 등 통증은 늘 느끼는 것이다. 새벽 2시 이제 체력은 바닥이 나고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며 일한다. 잠은 쏟아지고 몸은 중심 없이 흔들리고, 그러다 손님이라도 모시면 그 속력은 가히 총알이다. 새벽길 달리던 택시들의 대형사고를 그렇게 종종 목격한다. 이미 무시된 신호와 빨라진 속력 앞에 사고는 늘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즉 택시 기사들의 삶이란 생활 속에 목숨을 건 사투라 가히 말할 수 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의 노동인데도 택시 노동조합은 모두 어용이다. 이유는 감히 회사에 맞설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잘 보여야 한다. 회사에 찍히면 경력을 보장받을 수 없다. 택시 기사들은 오로지 그 힘든 노동을 이겨 내는 것은 경력 때문이다. 정부에서 지급되는 개인택시 자격은 11년 이상 무사고 운전을 해야 받을 수 있고, 무사고 30개월을 채우면 자비로 개인택시를 사서 생계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운전을 하면서 11년을 무사고로 운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즉 일하다 사고가 나면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고 자비로 사고처리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회사에 잘 보여야 회사에서 도와준다. 택시 노동자가 월 급여 백만 원 정도 벌어서 한 달에 사고 한번 내면 몇백만 원은 날아간다. 월급 가지고 가족 부양하기도 힘든데 경력을 살리기 위해 빛을 내서라도 사고처리를 자비로 한다. 어떤 사고라도 경찰서에 사고 접수되는 순간 공들여 지켜온 몇 년의 경력이 모두 사라져 버리는 제도 또한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사고의 경, 중에 따라 경력의 인정 범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사고 접수하면 경력은 사라져 버린다. 너무도 억울한 것이다.
회사에서 가입한 보험도 공제조합이라 하여 사고가 나면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인사사고 30만 원, 대물 10만 원, 총 40만 원을 내야 보험처리를 할 수 있다. 그것도 자차는 보험대상이 아니라 자차 또한 기사부담으로 처리한다. 사고 한번 나면 이리저리 돈 백만 원 깨지는 것은 우습다.
그리고 부득이한 일로 휴가를 하는 날은 차를 운행하지 않아도 무조건 그날의 사납금을 채워 넣어야 한다. 안 그러면 월급에서 공제된다. 이렇게 열악한 근로 조건 속에서도 회사의 폭압적인 경영 앞에 택시 노동자들은 권리마저 포기한 채 오로지 개인택시만을 꿈꾸며 죽음 같은 노동을 한다. 무사고 경력으로 개인택시 자격을 받으면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택시를 받으면 그것이 돈으로 환산된다. 개인택시 사는데 1억 3천만 원이란다.
1억 3천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