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 이야기

별관 2507호

by 이상배

이 이야기는 2008년 9월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잡고 사투를 벌이던 아버지의 병동 이야기입니다.


순천향대학 병원 별관 2507호,

6인실 병동 가족들을 소개합니다.


첫째, 91세의 어르신이 혈액암 치료를 받고 계신다. 어르신은 귀두 어둡고 언어도 알아듣기 힘들지만 늘 이야기 듣고 웃어주신다. 배 아래쪽으로 성기 쪽 까지 방사선 치료를 받아서 피부가 많이 상해있다. 큰 아들이 간호를 하고 있는데, 아주 효자인 것 같다. 그는 건축일을 하는 사람인데 일을 접어두고 아버님 간호를 하고 있다. 일명 7호실 반장님으로 통한다. 얼마나 부지런한지 식사 때면 다른 환자들 식사까지 모두 챙겨 주고 자기도 아버지 앞에 앉아 식사를한다. 식사를 마치면 부지런히 식기들을 챙기고 청소까지 하신다.


둘째, 38세 진병만, 간이 많이 안 좋아서 황달까지 겹친 친구다. 온몸이 검은색으로 변하고 눈동자는 황달로 노랗게 변해있다. 활동하는 데는 지장이 없어서 혼자 있는데 가끔 아내가 와서 함께 있다. 아내가 한 살 연상이라는데 부부사랑이 좋은 친구다. 아내하고 함께 천안에서 간판업을 하는 친구인데 많이 힘들어한다.


셋째, 오늘 퇴원한 23살 먹은 이병호, 른쪽 발목에 파상풍으로 살이 썩어 들어가 치료를 받는 젊은이다. 치료가 거의 끝나가서 퇴원을 했다. 젊은 친구지만 늘 병실에서 친구처럼 지내고, 어머님이 가끔 오셔서 함께 자고 가기도 한다. 방 식구들 식사 때면 손수 챙겨 오셔서 함께 나누어 먹고 과일도 챙겨 와 함께 나누어 먹고 활발한 어머니 시다.


넷째, 어제 퇴원하신 67세의 최 씨 아저씨는 콩팟이 망가 져서 아들 콩팟을 이식했는데 관리를 잘 못해서 그나마 그것마저 망가지셨단다. 벌써 일 년 반을 투석을 하시고 사신다. 그런데 하반신에 힘이 없어 일어서지 못하고 식사 때면 늘 우리들이 일으켜 드려야 침대에 기대어 앉아있다. 부인께서 함께 간호를 하고 있는데 우리 방 맞언니 노릇을 하시는 분이다. 입담이 좋아서 늘 분위기 잡고 식구들과 웃음을 주고받는 분이다. 남편 병시중으로 땅 50마지기 중 벌써 25 마지기를 팔아서 병원비로 사용했단다.


다섯째, 64세의 임병호 씨, 호흡기 질환으로 조금만 움직이면 숨이 가빠와서 치료를 받고 계신 분이다. 신체적으로는 이상이 없어 혼자서 치료받는 분인데. 화투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맨날 침대에 앉아서 혼자서 화투 놀이를 한다. 오관 떼기, 재수 보기 등등. 부인이 놀라고 사다 주었단다.

여섯째, 어제 새로 오신 70세의 박영길 씨는 가슴 안쪽에 피가 뭉쳐서 대수술을 하신 분이다. 어디 수술을 하셨는지 목소리도 안 나와서 말을 하시면 목소리가 안 나온다. 그런데 가족을 한 번도 못 보았다. 저렇게 큰 수술을 하셨는데 가족이 옆에 있어야 할 텐데..


일곱째, 오늘 새로 오신 73세 권용길 할아버지는 다른 방에서 이리 옮겨 오신 분이다. 이분도 호흡기 치료를 받고 계신데 며느리인지 딸인지 경상도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시는 여자분이 낮에 잠깐 계시다 가신다.


그리고 아버지, 일명 종합병원이다. 아버지는 83세의 고령에 예전부터 많은 질환을 가지고 계셔서 딱히 치료방법이 없고 종합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그렇게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 모르던 사람들이 모여있는 병실 가족들, 그러나 병동 사람들은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가까워지고 있었다. 부지런한 반장님은 너무 부지런을 떨어서 병동 가족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병호 어머니는 집에서 가져오시든지, 아니면 가끔 마트에서 햇반을 사가지고 와 전자레인지에 따뜻하게 데워서 주신다. 내가 식사를 못 하는 걸 아셨는지 잘 챙겨 주신다.


그런 병동 가족들에게 감초 역할을 하는 최 씨 아저씨 아주머니는 맏언니처럼 앉아서 말로 분위기를 만들어주시고 병호는 막내처럼 귀여움을 떤다. 참! 병호하고 임병호 씨 하고 이름이 같아 간호사들이 헛갈리기도 해 웃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병자 돌림이다. 하하~ 이병호, 임병호, 진병만, 이병천, 거기다 새로 오신 두 분은 권용길, 박영길, 간호 선생님이 부르면 두 분이 대답하신다. 이방은 이상하게 이름이 비슷한 분들이 들어오는가 보다. 그렇게 아픈 사람들이 모인 병원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밝다. 늘 웃음 잃지 않고 행복해 보인다.


최 씨 아저씨 딸들이 참 예쁘다. 엄마 아빠 닮아서인지 키가 작고 아담하니 예쁘다. 막내딸이 결혼을 아직 안 하고 있다고 하니 집사람이 중매를 서겠다고 전화번호를 받아갔다. 잘되면 좋겠는데, 아저씨가 나아서 퇴원하는 게 아니고 누워서 퇴원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서운하다.


오늘은 막내 병호도 퇴원하니 방안이 왠지 썰렁하고 가라앉아 있다. 병만이가 벌써 걱정을 한다. "반장님도 가시고 형님도 가시면 나 혼자 심심해서 어쩐대요." 하면서 아쉬워한다. 병만이는 천안에서 사업을 하니 나중에 만날 수도 있을 거 같다. 혹시 간판 필요한 사람 있으면 소개해줘야겠다.

우리가 언제 만났는지는 기억에도 없지만 짧은 시간에 우리는 그렇게 한 식구가 되어있었다. 그릇 하나에 밥을 모두 부어 있는 반찬에 비벼서 서로 나누어 먹고, 과일을 깎아 한 조각씩 나누어 먹고, 네 것 내 것, 네일내일 가리지 않고 오래된 이웃처럼 서로 하면서 웃고 떠들며 정이 들어같다. 나는 서운한 마음에 웃으게 소리로 2507호 계를 하자고 했다. 육신은 병들어 아프고 힘들지만 마음은 아름답고 따뜻했다. 욕심도 없다. 시기도 없다. 온 세상이 이런 세상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병실에서 가끔 웃어주는 울 아버지 얼굴을 보고 난 흠칫 놀랐다. 늙고 병들어 초취 해진 얼굴, 핏기 없이 앙상한 팔과 다리, 깊게 파인 눈과, 빛을 잃은 눈동자를 보았다. 또 다른 내 아버지를 보았다. 어느새 내 아버지는 저렇게 늙고 병들어 있었다. 당당하고 엄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힘없이 쓰러져 가는 아버지를 본다. 이제는 내 손길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버지를 보았다. 늘 언제나 하늘 같고 큰 산이었던 내 아버지...

어느새 나보다 작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아마도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젊음을 바치고 이제는 저 앙상한 뼈만 남겨놓고 어렵고 힘들게 생명을 부여잡고 있는가 보다. 오늘 퇴원한 병호 병만이 이병호 씨 그들은 치료 잘 받고 쾌유해서 걸어서 이 병원을 나가는데, 아마도 아버지는 자기 힘으로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긴 힘이 들 것 같다.


갑자기 병원에서 퇴원 하라고 한다. 아버지는 병원을 나가기 싫어하시고 더 있게 해 주길 바라고 있지만, 알고 보니 아버지는 병원에 있어도 병원 측에 도움이 안 된다. 의사의 고유 권한인 퇴원명령이라고 한다. 할 수 없이 요양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가 병원에 더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난다. 의료보험 차등 지급제도 때문에 그렇게 한단다. 즉 나이롱 환자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그런 제도 때문에 정말 병들고 힘든 환자들이 쫓겨나야 하는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이고 권한이 있단다.

이제 내일이면 이곳 2507호를 떠난다. 아니 와서는 안 되는 곳이지만 그래도 정든 사람들, 만나자는 기약도 할 수 없지만 헤어져야 한다. 이제 부디 다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란다. 2507호 가족들에게 빠른 쾌유와 행복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

병실에서 아픈 이들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