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자식이 뭐길래

by 이상배

나는 1986년에 결혼을 해서 아들과 딸 두 아이를 열심히 키워왔다. 나는 워낙 돈 버는 재주가 없어서 늘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집사람이 억척스럽게 살아줘서 풍요롭진 않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살았는데, 아이들은 남들처럼 학원도 보내고 과외도 시켜서 가르치지 못해 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다. 지금은 큰아이는 결혼도 하고 예쁜 두 딸을 낳았다.


딸아이는 중학교 다닐 때 사춘기를 아주 호되게 겪었다. 중학교 3년간 정말 내가 왜 딸을 낳아서 이런 일을 겪는지 후회도 많이 했다. 못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남의 물건에 손을 대서 파출소까지 불려 가고 피해 가족들에게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다. 분명히 학교 정문까지 태워다 준 아이가 학교를 지각했다고 쫓겨나서 담임선생님과 대판 싸워보기도 하고, 집사람은 그런 선생을 찾아가 김치통에 상품권을 담아 촌지를 주기도 했다. 딸이라는 것 때문에 혹여 남자아이들과 잘못 어울려 큰일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매일매일이 노심초사였다. 그랬던 아이가 고등학교를 어렵게 들어가더니 갑자기 돌변하여 엄청나게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졸업할 때는 전교 상위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였다. 내신성적이 좋아 원하는 대학을 선택해서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열심히 직장에서 일하고 자기 힘으로 행복아파트도 당첨되어 강아지와 둘이 틈틈이 여행도 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자랄 때는 그렇게 착하던 아들이 자꾸 마음을 힘들게 하고 있다. 결혼 전부터 휴대폰 사업을 한다고 매장을 이곳저곳 확장하며 사업을 벌여 나갔다. 사업을 잘하는 것인지 불안하기도 하였지만 걱정 말라고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예쁜 손녀를 보았다.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으니 책임감이 있어 열심히 하겠구나 하면서 믿고 있었지만, 그 결과는 오래 걸리지 않고 충격으로 돌아왔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빌어 쓴 사채와 부가세 미납 등... 빚을 갚아야 할 돈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아내는 내 손을 잡고 울며불며 사정을 하고 아들은 아무 말이 없다. 자식이 원수라 했던가, 내가 낳은 자식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갚아 주어야지. 결국 나는 은행을 찾아가 대출을 받아 빚을 갚아 주었다.


나는 성격상 빚을 지고는 못 산다. 은행 빚이든 누구에게 돈을 빌렸든 용도에 맞게 썼으면 얼른 갚아야 한다. 그래서 돈이 궁해도 누구에게 쉽게 빌리지를 못한다. 그런 성격 때문에 세상을 너무 어렵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아버지 살아생전 일구어 놓은 밭을 팔고야 말았다. 아버지에게 받은 땅인데 죄 짓는 마음이었다. 땅을 판 돈으로 은행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가까운 곳에 밭을 하나 살 수 있었다.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어렵게 찾아서 산 땅이 너무 좋은 위치에 있어서 휴일에는 가족들과 밭에서 농사일도 하고 편히 쉴 수도 있게 되었다. 떨어져 사는 딸아이가 주말이면 강아지와 함께 밭에 와서 놀며 지내서 너무 좋다.


이제 좀 빚 없이 마음 편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이번에는 며느리가 돈이 필요하다고 전화가 왔다. 아파트 신청을 했는데 당첨이 되었다고 계약금을 해달라고 한다. 어쩌겠나 자식이 집을 산다는데... 결혼할 때 아파트 한 채 못해준 게 마음에 걸렸는데 이참에 그것이라도 해줘야겠다 하여 또 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토지담보 대출. 거기다 매월 대출 이자를 내야 한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생활비는 아내가 버는 것으로 하고 내 월급은 대출 이자도 내고 적금을 들어 대출을 값기로 했다.


그렇게 1년을 적금을 넣었다. 그런데 며느리에게 또 전화가 왔다. 아버님 죄송한데요 한 번만 더 도와주세요.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가맹점사업으로 하고 싶은데 돈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필요하냐고 했더니 000 원이 필요하단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내와 딸과 함께 상의를 했는데 딸은 펄쩍 난리를 친다. 그러나 아내는 또 어쩌겠냐고 해줘야지 한다. 그렇게 결론은 내 자식인 걸로 마무리가 된다. 자식이니 어쩔 수 없지. 결국 적금 찾아서 보내주고 아내가 틈틈이 모아둔 돈까지 몽땅 털어서 보내주고 말았다. 그렇게 내 노년의 아름다운 계획은 미루어지고 있다. 도대체 자식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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