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낭이 Sep 20. 2024

나도 한번 유튜브나 시작해 볼까?

전 국민 대 유튜브의 시대

나도 한번 '유튜브' 나 해볼까?


같은 말이 얼마나 해당 업종과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발언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이유는,

유튜브 세계가 생각보다 평범해 보이는 우리 주변 누군가가, 평범한 수준 이상의 수익을

'표면적으로' 쉽게 버는 것 같아서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마음속으로 유튜브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나 역시 해야 하는 이유보다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게 훨씬 쉬웠고

그렇게 머릿속 어딘가에 유튜버의 꿈을 숨겨둔 채 현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사건이 터졌다.

내가 미국으로 이직하게 되면서, 우리 가족이 모두 미국 샌디에고로 이주하게 된 것이다.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일이 아니었고, 정말 갑작스러운 기회로 미국 이주를 하게 된 터라

우리 가족은 정말로 복잡하고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막 미국 샌디에고에 정착해서 살고 있을 때쯤,

나는 우연한 기회로 유튜브에 출연하게 되었다.

https://brunch.co.kr/@damnang2/79


자기 계발 관련 유튜버인 드로우앤드류 님이,

샌디에고에 거주하는 구독자들 대상으로 유튜브 출연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고,

나는 정말 뭐에 홀린 듯이 다짜고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다 세상살이에 이유가 있다고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나도 모르는 내면 어딘가에서 이분을 만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닌가 싶다.


여튼 그렇게 운이 좋게 앤드류 님을 만나서 촬영을 했고, 촬영 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문득 앤드류 님이 그런 질문을 하셨다.


"담낭이 님은 유튜브를 해볼 생각은 없으세요?"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나는 수년 전 머릿속에 처박아둔, '유튜버'에 대한 생각이 잠시 떠올랐지만,

이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답변만을 늘어놓았다.


"아 저는 말주변도 별로 없고 그래서... 대신 브런치라는 블로그 비슷한 것을 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앤드류 님은 이렇게 얘기하시는 게 아닌가.


"그럼 유튜브 하시기 더 좋으시네요! 이미 브런치에 할 이야깃거리들이 많은 거잖아요"

"요새는 꼭 목적성을 가지고 유튜브를 하기보다 일단 취미로라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확실히 다른 플랫폼보다 유튜브가 유입이 많고, 자기 이야기 알리기 좋더라고요"


그렇게 앤드류 님과 대화를 하고서, 그날 집에 돌아와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 why not?


나도, 유튜브나 한번 해볼까?




미국에서의 유튜브 도전은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쉬웠던 것 같다.

일단 거리낄 게 없었다.


유튜브를 시작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누군가가 나를 알아볼까에 대한 두려움인데

이곳 미국은 그 누구도 나를 알아볼 사람이 없었다.


또 소재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었다.

유튜브를 한다는 것은 어떤 '주제, 토픽'이 있어야 했는데,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토픽'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첫 유튜브 영상은 (지금은 내렸지만) 미국 생활비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국에서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그 누구나가 처음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주제.


미국 생활비가 비싸고 특히 렌트비는 너무 비싸요 등등

그 다른 누구나 들처럼 뻔하디 뻔한 주제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나를 들어내기 아직은 부끄러웠기에,

샌디에고 와서 찍었던 풍경들, 건물들, 바다 영상을 나름대로 짜깁기 해서,

2만 원짜리 싸구려 마이크로 내레이션을 하면서 그렇게 영상을 만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무리 미국 생활이라도)

그 누구나 하는 주제,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내 영상이 관심을 많이 받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놀라운 사실은,

내 유튜브 채널을 구독해 준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너무나 신기했다.


"나도 드디어 구독자라는 게 생겼구나!!"


내 생에 첫 유튜브 구독자님


어쨌든 유튜브의 영향력은 다른 매체들보다 훨씬 컸다.

브런치에서는 글을 하나 올려도, 보통 두 자리 수가 보통이었는데,

내가 올린 허접한 영상도 몇백 view가 생겼으니 말이다.


구독자도 한 두 명씩 늘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로 나의 채널을 구독해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한 분들이었다.


그렇게 영상들을 하나씩 올리며, 초보 유튜버로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느 다른 유튜버들 처럼 당연하게도,

조회수, 댓글수,구독자수는 그대로 몇십, 몇백명 수준이었다.


뭔가 나는 새로운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나도 다른 유튜버들처럼 내 얼굴을 드러내고 한번 촬영을 해보자!"


그렇게 새로운 컨셉으로 촬영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는 꿈에도 생각 못한채로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