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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다루지 못하는 진짜 대한민국의 공대 현실

대한민국 공대 위기설로 포장된 저급한 빈곤 포르노

by 담낭이

최근에 장안의 화제였던 다큐가 있다.

KBS에서 방영한 '인재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1부는 '공대에 미친 중국'

2부는 '의대에 미친 한국'인데,


요약하자면,

중국은 우수 인재들이 공대로 모이는 반면에,

우리나라 인재들은 의대로 모이고 있고 그래서 우리나라는 큰일이라는 취지의 다큐다.


사람들은 다큐에 공감했고, 환호했다.

제작진은 당차게 이 다큐가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했다.


그러나 실제 이공계 현장에 있는 엔지니어들도 같은 생각을 했을까?


Screenshot 2025-08-19 153238.jpg





사실 의대 쏠림 현상과 대한민국 공대 위기론은 20년 넘게 지속되어 오던 아주 뻔한 떡밥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아주 영리한 방식으로 이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만들었다.

바로 '중국'이라는 키워드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별생각 없거나,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이거나,

짭퉁, 기술 유출 등을 밥 먹듯이 하는 수준 낮은 개발도상국쯤으로 여기기 때문에

(물론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진 않겠다)


일본에게 지는 것만큼 중국에게 지는 것도 쉽게 용납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인해 이공계가 위기예요!

라는 프레임 보다,


중국은 공대 쏠림 현상으로 이공계가 잘 나가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이공계가 위기예요!


라는 프레임이 적어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훨씬 손쉽게 먹혀드는 것이다.


이 얼마나 영리하고 편리한 방식인가.


적어도 이 다큐는,

제작진이 원하는 방향의 메시지를 아주 간결하고 쉬운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매우 잘 만든 다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이 다큐를 보고,

어딘가 모르게 속이 더부룩해지는 느낌을 피할 수가 없었다.

아마 그 이유는 내가 단순히 그 다큐를 보고 환호하는 일반 대중들과 달리,

실제 그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내 주변에 있는 다른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분들 역시 대부분 나와 비슷한 감정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슷한 감정을 느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느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을 때,

가장 큰 이유는,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2부에 걸친 다큐, 그리고 그 이후의 토론에서 까지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던) 현상에 대해서만

앵무새처럼 떠들어 댈 뿐,

진짜로 그 해결책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혹은 그러한 고민을 하고는 싶은지에 대해 깊은 의문이 있었다.


정말 대한민국 이공계가 위기이고, 인재 유출이 정말로 위기라면

그런 일들이 현재 왜 일어나고 있는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 다큐는 그저 '빈곤 포르노' 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Screenshot 2025-08-19 161039.jpg 출처: 환경일보, https://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6519


그럼 네가 생각하는 그 해결책이 뭔데?라고 당신이 묻는다면,

나는 결국 이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


이공계 기피 현상의 핵심은 보상이다.


공대를 가도 나의 벌이와 사회적 지위가 의대 못지않게 보상받을 수 있다면,


꼭 대한민국이 아니어도 전 세계적으로

내가 취득한 공학 학위를 통해 더 큰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사람들은 다시 공대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대한민국 공학 지망생들이

해외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글로벌 무대에 대한민국 엔지니어들이 서는 것은

더 이상 대한민국 공학인재 유출이 아니라,

더 넓은 대한민국 중심의 글로벌 공학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 순환이 결국은 대한민국의 이공계 환경을 발전시킬 것이고,

더 나은 발전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 국영방송인 KBS에서 이런 식의 보도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실질적인 대안은 '보상 체계 개편' 임에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 때문에,


즉, 흔히들 말하는 '어른의 문제' 때문에

이 정도의 상황 나열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실리콘 밸리에 있는 여러 한인 엔지니어 분들과 함께

이 다큐에 대한 리뷰 영상을 만들었다.


KBS는 국영방송이라서 말하지 못하지만,

대학 교수는 정부 과제를 따내야 하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지만,

대기업 임원은 실제로 임금을 올려줄 수 없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지만,


전혀 이해관계없는,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나와 다른 한인 엔지니어 분들은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이 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고,

제작진들의 기대처럼 정말 이 다큐가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면,

시간을 들여서 아래의 리뷰 영상을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https://youtu.be/D68wgXliyp0

https://youtu.be/rnVMvyRQ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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