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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선후 Jan 19. 2024

어떤날 #16

-토지문화관 매지사 창작실에서


날이 몹시 춥다. 산 끝자락은 눈이 하얗다. 홍매는 성급하게 봄을 기다리고 있는지

하얗게 솜털이 돋았다.

움이 돋은 것이다. 이 추운 날에 움은 꺾이지 않고 돋고 있는 것이다.

움, 붉게 피어날 싹을 저 끝에 조그맣게 품고 있는 것이리라.

 지난 1월2일부터 토지문화관 매지사 창작실에서 입주를 했다.

입주작가로 입주를 한 것이 처음이다.

밥과, 식구들 뒷치닥거리에 겨우겨우 시간내서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한 삶이었다. 서러운 삶. 이렇게 삶을 이어간다는 것에 못내 서러워 여러번 울었다.

그래도 쓴다는 것이 낭떠러지 그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놓치 못할 질긴 끄나풀처럼 여겨졌다.

이렇게 입주 작가랍시고 입주를 하고 보니 이제서 숨이란 것이 쉬어진다.

아, 이렇게 사는 것도 있는 거였다. 왜 나는 그토록 힘들었는가.


이런 저런 생각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언제고 또 다시 이런 꿈같은

시간이 찾아올까 싶었다. 나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썼다.

원고지 500매 작품 하나 완결하여 출판사 넘겼다.

또 쓴다. 계속 이렇게 쓰고만 살고 싶다.

이 모든 것이 박경리 선생님 덕분인 거 같다. 큰 작가의 덕이 이리 넓고 크구나!

삶의 감사함을 다시 한 번 가슴에 품는다.


더없이 좋은 분들이  따뜻한 방, 맛있는 음식을 세 끼 주시니 이게 무슨 복인가 싶습니다.

그간 잘 참고 견딘 덕인가. 받은 게 이리 크니 또 받고만 있을 수 없다.

무언가로 또 베풀리라.

추워도 춥지 않은 밤이다. 어두워도 어둠이 보이지 않는 밤이다.


'씀'의 예술이 봄에 피어날 홍매처럼 고독이 움이 되어

이 자리 이 시간을 이어  무엇이라도 피어나길 기다려 본다.


*토지문화재단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관리부장님과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 주시고, 따뜻한 방과 글쓰기에 불편함 없이 살펴주시는 주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토지문화재단,#원주시,#토지문화관,#매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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